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서울 강남권 집값을 잡기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잇따른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 인접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강남구 도곡ㆍ개포동 일대 30평형대 아파트 값이 30억원을 넘어설 태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꺼내들수록 시장 왜곡이 심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84㎡(전용면적)는 지난달 15일 28억80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5월만 해도 23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6월 24억원 ▲7월 26억원 ▲8월 2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10월까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불과 5개월 만에 실거래가가 5억원 가까이 뛴 것이다. 도곡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이미 로열동 84㎡ 매물은 호가가 30억원에 나와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연내에 실거래가가 30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치동을 사이에 두고 도곡동과 맞닿은 개포동에서도 84㎡ 실거래가가 30억에 육박한 아파트가 나왔다.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84㎡는 지난달 31일 28억9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고 현재는 호가 30억원인 매물이 시장에 나온 상태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6ㆍ17, 7ㆍ10 부동산 대책 등 강도 높은 고가 주택ㆍ다주택자 규제에도 도곡ㆍ개포동의 집값이 급등한 것은 인근 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23일부터 강남구 삼성ㆍ청담ㆍ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4개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토지면적(지분 포함) 18㎡가 넘는 주택을 구입하려면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매입 후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전세 낀 갭투자는 물론이고 향후 입주할 목적의 주택 구입도 막혔다.
이후 시장에서는 허가구역에서 빠진 인근 도곡ㆍ개포ㆍ압구정동, 서초구 일대 아파트가 반사효과를 누렸다는 평가다. 특히 도곡동은 선릉로를 사이에 두고 대치동과 학군ㆍ학원가를 공유하고 있어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때문에 업계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역시 다른 규제와 마찬가지로 실패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84㎡ 아파트 가운데 매매가가 30억원이 넘는 곳은 강남권에서도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ㆍ래미안퍼스티지,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등 일부 단지에 국한됐었지만 정부 규제로 오히려 이를 개포ㆍ도곡동 등으로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갭투자든, 실거주든 아파트 매매 수요는 같은데 정부가 특정 지역의 거래를 옥죄면서 도곡ㆍ개포동에 풍선효과와 같은 시장 왜곡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전ㆍ월세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올리는 경향도 포착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7% 올라 2013년 10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매매가와 전세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지난 9월 53.6%에서 10월 54.2%로 빠르게 올랐다. 실제로 도곡렉슬 84㎡는 6월 13억5000만뭔이었던 전셋값이 7월 14억원, 9월 15억원, 10월 17억원을 넘어섰고 현재 호가가 18억원까지 올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차 2법 이후 확산된 전세난으로 특히 학군이 우수한 강남권과 목동 지역은 전셋값이 수억 원씩 올랐다"며 "뛴 전셋값이 매매가를 떠받치고 갭투자에 용이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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