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이후 '의료취약지' 소아 응급환자 76.9% 감소…전체 응급환자 47%↓중증도는 ↑
강릉아산병원 선경민 응급의학과 교수, '의정갈등 기간 중 응급실 이용 단절시계열 분석 연구' 공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2024년 2월 시작된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이 의료취약지역 응급실 이용을 47.1%나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응급실을 방문한 소아 환자는 77%나 줄어 극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강릉아산병원 선경민 응급의학과 교수는 2023년 3월부터 2025년 2월까지 해당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6만75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단절시계열(Interrupted Time Series, ITS) 분석을 수행한 결과를 대한의학회지(JKMS)에 최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의정갈등이 의료취약지역 응급실 이용 패턴에 미친 영향을 포괄적으로 분석한 첫 번째 연구다.
연구 결과, 의정갈등 이후 응급실 방문은 4만4155건에서 2만3375건으로 47.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절시계열 분석 결과, 갈등 발생 직후 월평균 1261건의 즉각적 감소가 확인됐다.
이는 이전 국제 의료 인력 위기(이스라엘 의사 파업, 영국 전공의 파업, 남아프리카 의료 종사자 파업 등)에서 보고된 응급실 이용 감소보다 큰 규모로, 한국의 의정갈등이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 더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월간 응급실 방문에 대한 단절시계열 분석. 2023년 3월부터 2025 년 2 월까지 연구 병원의 월간 응급실 방문 건수. 수직 점선은 2024 년 2 월 의료-정부 갈등 시작을 나타낸다. 파란색 원은 갈등 전 데이터 포인트를, 빨간색 원은 갈등 후 데이터 포인트를 나타낸다. 단절시계열 분석 결과, 갈등 시작 직후 월평균 1261 건의 유의한 즉각적 감소 (95% 신뢰구간, −1,774~−748; P < 0.001) 가 있었으며, 월평균 65.9 건의 회복 추세 (95% 신뢰구간, −9.2~141.0; P = 0.083) 를 보였다. 갈등 전 기간은 월평균 73.9 건의 baseline 감소 추세 (P = 0.011) 를 보였다. 유의한 자기상관은 검출되지 않았다 (Durbin-Watson = 1.89, P > 0.10). 계절성 항은 한계적 유의성 (joint F-test P = 0.051) 을 보여 기본 모델에서 제외됐다. 사진=Emergency Department Utilization During Medical-Government Conflict: An Interrupted Time Series Analysis, JKMS.
구체적으로 연령별로는 18세 미만 소아 환자 방문이 76.9% 감소(절대 감소 6407건)해 가장 극적인 감소를 보였다. 이어 18~64세 성인이 45.9% 감소(8896건), 65세 이상 고령 환자는 33.3% 감소(5477건)로 상대적으로 작은 감소폭을 보였다. 평균 환자 연령은 49.4세에서 57.6세로 8.2세 상승했다.
연구진은 "소아 환자 감소는 소아과 전문의 부족, 수련의 모집률 감소, 24시간 소아응급서비스 제한 등 한국의 기존 소아의료 위기가 의정갈등으로 인해 급격히 악화된 결과"라며 "이는 새로운 문제라기보다 만성 위기의 급성 악화"라고 해석했다.
전체 응급실 방문은 감소한 반면, 환자 중증도는 오히려 증가했다.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척도(KTAS) 1–2등급 고위험 환자 비율은 12.3%에서 18.3%로 증가한 반면, 저위험(KTAS 4–5) 환자는 31.2%에서 24.6%로 감소했다.
연구진은 "가장 중증인 환자만 진료를 계속 추구하는 '자연적 트리아지'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증 환자들은 의료 시스템 불안정으로 인해 응급실 방문을 기피하거나 지연한 반면, 중증 환자들은 방문을 미룰 수 없어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내 사망률은 1.7%에서 2.6%로 증가했으나, 위험도 보정 분석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이는 사망률의 겉보기 증가가 의료 질 저하가 아닌, 더 중증인 환자군(평균 연령 상승, 고위험 환자 비율 증가)에 기인한 것임을 시사한다.
반면 중환자실(ICU) 입원율은 3.8%에서 10.0%로 크게 증가했으며, 위험도 보정 후에도 2.19배 유의하게 높게 유지됐다.
연구진은 "중환자실 입원율 증가는 인력 제약 하에서 입원 기준 완화, 진료 지연으로 인한 증상 악화, 위기 기간 중 퇴원 결정 변화 등 여러 기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경민 교수는 "의료 시스템은 특히 의료취약지역에서 인력 위기에 대한 강력한 비상 계획을 개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의정갈등과 별개로 독립적인 응급의학 인력 안정성 유지해야 하고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는 취약지 인구를 위한 대체 진료 경로를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응급실 소아환자 방문이 76.9% 급감한 것은 의료시스템 전반의 위기 하에서 전문 의료서비스의 취약성을 노출하고 있다"며 "필요한 응급진료를 늦춘 소아 환자들의 장기적 건강 결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