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디지털 수면기기부터 인공지능 진료보조, 근감소증 예측 솔루션까지, 다양한 헬스케어 혁신 기술이 한자리에 모였다.
8일 미래의학연구재단이 개최한 'The 6th BCC in 2025; Bio-health Competition & Congress'에서 슬리피, 원닥, 이센, 바이오바이츠 등 유망 바이오헬스 기업이 자사 기술을 소개했다.
양이성 음향으로 수면부터 마취까지 유도
이날 슬리피 서정화 대표는 디지털 귀마개 형태의 의료기기 슬리비를 소개했다.
슬리비는 양이성 음향(binaural beats)을 활용해 약물 없이 수면과 마취 효과를 유도한다. 슬리비는 스마트폰이나 외부 기기와 연결할 필요 없이 귀에 꽂기만 하면 자동으로 음향이 작동된다. 이는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주파수의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뇌파를 특정 주파수로 유도하고 중추신경계를 억제한다.
서 대표는 "수면과 마취는 뇌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이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다"며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마취와 유사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 대표에 따르면 슬리비는 마취제 '프로포폴' 등 마취제와 병용 시 15~20%의 약물 용량 절감 효과를 보였다. 그는 "프로포폴 단독 사용했을 때에 비해 전신 마취 유도에 필요한 용량이 20% 정도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며 "다른 마취 약제로 연구했을 때도 15% 정도 감소하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슬리비는 임산부, 약물 알러지 환자, 정신과 진료를 꺼리는 환자 등 약물 사용에 제약이 있는 대상군을 초기 타겟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치과 시술, 미용 시술 등 국소마취 환경에서의 보조 마취 기능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여행, 일상 속 단기 진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서 대표는 "수면제를 쓰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라며 "이 기기를 통해 수면을 위한 약물 의존을 낮출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I가 의사-환자 대화 듣고 기록·요약·보고서 작성 한번에
원닥 김선근 대표는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자동으로 음성 인식해, 실시간으로 진료기록, 판독 보고서, 보험 서류까지 자동 생성하는 인공지능 진료실 솔루션을 소개했다. 현재 원닥은 1차 의원, 상급·종합병원, 원격진료 플랫폼에 기술을 공급 중이다.
이 기술은 대형 언어 모델(LLM)과 음성 인식 기술, 의료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해 작동하며, 문체중심기록(SOAP 방식)부터 의뢰서, 진단서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료기록을 구조화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진료실은 시간당 환자 수가 많아 3분 진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기록을 제대로 남기기 어렵다"며 "AI를 활용해 진료 기록 작성 시간을 단축하면 의사는 환자에게 집중하고, 진료 기록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의원 파일럿 기준으로 기록 시간은 70% 이상 단축됐다. 진료시간 역시 단축됐으며,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 1명당 소요 시간은 10분에서 6분으로 감소했다.
이뿐 아니라 해당 솔루션은 임상의 정확성도 향상시킨다. RAG 기반 지침 인용으로 정보의 누락과 오류 발생을 막는다. 또한 약물 오류도 25% 이상 줄었다.
해당 기술의 강점은 음성, 텍스트, 바이오센서 데이터까지 통합한 멀티모달 분석 기능이다. AT 패치, 혈압계, CGM 등에서 수집한 데이터는 Edge 서버에서 전처리된 뒤 클라우드로 전송된다. 이뿐 아니라 심박변이도(HRV), 혈압, 생활습관 데이터를 종합한 'Autonomic Health Score'도 제공된다.
김 대표는 "이는 단순히 기록의 요약뿐 아니라 여러가지 프롬포트 작업을 할 수 있는 여지도 열고 있다"며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기능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면 진료 공백을 메운다…보행 분석으로 재활·회복 모니터링
이센은 보행, 균형, 신체 움직임 등의 센서를 기반으로 환자의 회복 상태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병원과 가정 모두에서 비대면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유의식 대표는 주력 제품인 디지털 의료기기 '이센케어'를 소개했다.
이센케어는 보행, 균형, 관절가동범위 등을 간단한 센서로 측정하고, 모바일 앱과 의료진 전용 대시보드를 통해 병원과 가정 모두에서 근골격계 환자와 뇌질환자의 회복을 쉽고 체계적으로 지원한다. 재활 환자, 뇌질환 후 회복자, 고령자를 위한 진료 보조가 가능하며, 단순 측정만으로도 정확한 상태 평가와 관리가 가능하다.
유 대표는 "의료진의 고민 중 하나는 환자들이 수술 후 퇴원해서 연락이 끊기면 얼마나 회복이 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복상태를 확인할 수 잇는 보행 검사 서비스를 개발했다. 환자가 어떻게 걷는지만 봐도 통증 분류와 예후 예측이 가능하다"며 "대면과 대면 진료 사이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대면 모니터링 서비스 '미리케어'를 언급하며 "집집마다 미리케어로 비대면 진료하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데이터 기반의 비대면 진료가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환자가 치료 효과를 체감해야 한다는 점이다.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병원 방문에 들이는 노력을 적게 만들고, 나아가 의료진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보호자 부담을 경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투자를 받으면 데이터와 자동화 시스템, 환자 서비스 경험을 고도화할 방침"이라며 "미리케어는 아직 판매되지 않지만, 병원 판매용 디지털의료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올해부터 3년동안 보행 분석 수가, 재택케어 수가, 모니터링 수가를 신청하고, 이후 부터는 조기 진단과 진단 보조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솔루션으로 근감소증 예측하고 신약개발 바이오마커 발굴까지
바이오바이츠는 근감소증을 조기에 예측하고, 나아가 진단과 신약개발이 가능한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자 한다. 이에 이정우 대표는 AI 기반 예측 솔루션 'MyoTest'와 근감소증 환자 바이오뱅크 'M-Bank'를 개발했다.
MyoTest는 건강검진 결과, 문진 데이터, 병력 등을 입력하면 근감소증 위험도를 10초 내에 분석해 주는 인공지능 솔루션이다. 사용자는 웹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의 근육 점수와 근육 나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병·의원과 보험회사 등은 솔루션 활용을 통해 추가 검사와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해당 솔루션은 30여개 병·의원에 공급되고 있으며, GMP 및 ISO 인증을 받았다. 바이오바이츠는 MyoTest에 모션 인식 기반 SPPB(Sh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y) 예측 모델을 탑재하는 버전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근감소증은 노화뿐 아니라 당뇨, 심혈관질환, 치매 등과도 연관이 있는 핵심 질환이다. 하지만 조기진단 기술이 부족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이에 문진과 건강검진 기록만으로 간단하게 근감소증 리스크를 예측하는 기술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병·의원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도 쉽게 근육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바이오바이츠는 혈액, 조직, 유전체, 임상 데이터를 통합한 근감소증 바이오뱅크 M-Bank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바이오뱅크 데이터 기반 근감소증 진단 및 신약개발이 가능한 바이오마커를 발굴한다.
현재 수집 중인 자체 근감소증 바이오뱅크 데이터와 글로벌 오픈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동시에 활용해 기술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으며, GWAS(전장유전체연관분석), GRS(유전위험점수) 분석 등을 통해 진단 및 치료용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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