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한반도보건사회연구소는 24일 북한이 지난 70여 년간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며 유지해 온 무상치료제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폐지한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게재된 기사 12만 2902건을 분석한 결과, ‘무상치료’를 언급한 기사 수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급기야 2024년에는 단 한 건도 보도되지 않아 사실상 공식 담론에서 완전히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반면 무상치료제와 함께 북한 보건의료의 주요한 특징인 ‘예방의학’, ‘의사담당구역제’를 언급한 기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증한 이후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면서, 같은 시기에 완전히 사라져 버린 ‘무상치료’ 언급 기사와 대비됐다.
연구소는 이러한 공식 담론의 변화가 최근 식별되는 북한 당국의 보건의료 정책의 변화와도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선언했던 2022년 8월부터 북한 국영병원의 명칭에서 ‘인민’이 삭제되었으며, 2024년 1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보건보험기금에 의한 의료보장제’를 언급하는 등 당국 차원에서 무상치료의 원칙을 변화하려는 정황이 지속적으로 관찰됐기 때문이다.
고려대 한번도보건사회연구소 측은 이번 연구가 북한의 공식 매체 분석을 통해 보건의료정책의 근본적인 전환 가능성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북한 당국이 보건의료자원을 무상치료제와 같은 보편적인 서비스의 회복보다는 시설 개선과 의료보험제 확산 등에 방점을 둠으로써, 보건의료 서비스 접근의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논문 ‘침묵이 드러내는 것: 북한 무상치료제의 조용한 폐지(What Silence Reveals: The Quiet Abandonment of Free Health Care in North Korea)’는 국제학술지 BMJ Global Health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