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위장관 출혈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에게 CT 혈관조영술(CTA)을 일률적으로 시행하기보다, 출혈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선별해 적용해야 진단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현혜경·허철웅 교수,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정다현 교수, 계명대학교 통계학과 손낙훈 교수 연구팀이 12년간 축적된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CTA의 실제 진단 성능을 평가하고, 꼭 필요한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합리적 기준을 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급성 위장관 출혈은 응급실에서 흔하게 접하는 질환으로, 출혈 부위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지가 환자의 예후를 좌우한다. CTA는 비침습적이고 검사 속도가 빠르며 출혈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활용이 늘고 있으며, 일부 진료지침에서는 1차 검사로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권고의 근거는 대부분 소규모 연구에 기반한 데다, CTA의 실제 진단 능력과 시행 대상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남아있었다. 또한 방사선 노출과 조영제 사용에 따른 부담도 공존했다.
연구팀은 2011년 10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용인세브란스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급성 위장관 출혈이 의심돼 1차 검사로 CTA를 시행 받은 성인 환자 5525명 가운데 연구 기준을 충족한 1770명의 진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CTA로 실제 출혈을 찾아내는 비율(민감도)은 44.9%, CTA가 양성일 때 실제 출혈이 확인될 확률(양성예측도)은 52.4%에 그쳐, 단독 1차 검사로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출혈이 없는 환자를 정확히 가려내는 능력(특이도)은 88.3%, CTA가 음성일 때 실제로 출혈이 없을 확률(음성예측도)은 84.9%로, 활동성 출혈을 비교적 신뢰성 있게 배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연구팀은 CTA에서 양성 소견이 나타날 가능성을 예측하는 7가지 임상적 특징도 규명했다. 남성, 항혈전제 복용, 빈혈, 혈중 요소질소(BUN) 수치 상승, 토혈, 혈변, 혈역학적 불안정 등이 각각 독립적인 예측요인으로 확인됐다. 이어 이들 요인을 바탕으로 환자별 CTA 양성 가능성을 산출하는 예측도구를 개발했다. 연구에서 설정한 위험도 기준에 따라 출혈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중심으로 CTA를 선별 적용했을 때 진단 민감도는 최대 69.5%로 높아졌다.
현혜경 교수는 “이번 연구는 모든 위장관 출혈 의심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CTA를 시행하기보다, 임상적 위험도를 토대로 꼭 필요한 환자에게 선별적으로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합리적임을 보여준다”며 “향후 진단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불필요한 방사선·조영제 노출과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CTA의 진단 능력을 평가한 연구 중 손꼽히는 대규모 분석으로, 내시경뿐 아니라 혈관조영술·수술·적혈구 스캔 등 다양한 확진 방법과 다중 민감도 분석을 통해 견고한 결과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결과는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지 ‘Gastrointestinal Endoscop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