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8.01 06:44최종 업데이트 22.08.0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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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의대 신설과 한전공대의 공통점...누구를 위한 막대한 예산낭비인가

[칼럼] 정원상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외협력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전남에 정원 100명 규모의 의대 신설을 추진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바로 한전공대를 떠올렸다. 

한전의 적자 규모가 올해 1분기에만 7조 786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한전공대 측이 자력으로 해결 불가능한 운영 재원을 정부에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대학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 확보를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것인가? 이는 의대 증설과도 일맥 상통하는 문제다. 의대역시 의대운영에만 막대한 운영 재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3차급 대학병원도 새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수천억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

한전공대 에너지공학부 110명은 굳이 별도의 대학 신설 없이 전국의 각 대학에 이미 존재하는 전기 공학부나 신소재 공학부에서 인재를 양성해 한전의 일꾼으로 쓸 수 있다.

또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차세대 통신학과, 연세대 디스플레이 융합공학과처럼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 기업들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대학과 협업해 설치하는 채용연계형 ‘계약학과’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서 한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대학 신설 없이 기존 대학에 적용하는 방법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 이 방법은 정원 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지방대를 살리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전남의 대학들은 정원감소 문제로 폐교위기감까지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공대를 신설한 것은 엄청난 자원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전남권 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이태진 교수의 ‘전남권 의대 설립 타당성 연구’를 보면,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를 근거 자료로 들고 있는데, 한의사 숫자는 제외가 돼있다. 한의사도 어엿한 의료인인데 왜 활동의사 수에서 한의사를 제외한다는 것인가? 한의사 숫자까지 포함해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전남은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수가 1.69명으로 너무 적다고 주장 하고 있는데, 경남은 1.65명으로 더 적다. 이는 어찌 설명할 것인가?이 교수의 논리대로라면 경남에 의대를 먼저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충남은 1.51로 더 적고 경북은 1.38로 더더욱 적다. 이렇듯 단순한 통계로 의사가 부족하니 의대 신설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매우 부족하다.

전남 서부지역 응급실 의사회가 2020년도에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공공의대를 통해 취약지역에 의사를 늘리려는 의도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나, 의료 취약지역에 부족한 것은 감기약, 혈압약, 당뇨약을 처방하는 일차 진료의사가 아니다. 의료 취약지역에 부족한 것은 응급 상황에서 심장 수술을 하고, 막힌 혈관을 뚫고, 절단된 신체 조직을 연결하는 고도의 수련이 필요한 의료진들"이라며 "공공의대 정책은 의사 수를 늘릴 순 있으나 고도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의료진을 양성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전남에서 나고 자란 학생들도 서울의대, 세브란스의대 및 전국 의대에 입학해 졸업을 하고 의사가 된다. 그들이 수련을 받고 전문의가 된 후 고향인 전남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지 의대신설을 하자는 것은 잘못된 해결책이다. 전남에 막대한 세금을 들여 의대 신설을 한다고 하더라도 전남이 그들을 맞이할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다시 타지로 근무처를 옮기게 될 것이다.

전남의대를 졸업한 의사는 10년간 또는 15년간 그 지역을 못 벗어나게 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숙련된 전문의가 근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고민하고 정비해야지, 규제를 만들어서 노예마냥 그 지역에 묶어두겠다는 발상은 심각한 자유 침해 행위이다.

"고난이도의 수술과 시술 등을 시행하기 위해선 환자에 대한 책임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사명감과 선의만으로 중증의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의료시스템" "현재의 의료시스템상으론 중증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의사들을 의료 취약지로 유인하는 것이 어렵다"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는 많은 수의 의사로 해결할 수 없다" "근무 지역을 설정하고 진료를 강제한다고 한들,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소요되는 인력과 예산 등을 감안한다면 이번 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할 정책임에 틀림없다"라고 강조한 전남 서부지역 응급실 의사회의 소중한 의견을 절대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필요한 것은 시스템을 정비하고 개선하는 것이지, 의대 신설이 결코 아니다.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는 하나도 개선하지 않고 간호사가 모자라니, 전국 간호대 정원을 대폭 크게 늘렸는데도 아직도 지역 간호사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의대 신설로 의대 증원을 했고 의사 배출을 시켰는데도 지역에 숙련된 전문의가 없다.” 이런 기사가 나야만 정신차리겠는가? 제주도에는 의대가 있지만 1000명당 의사수는 1.75로 전남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전남에 고도로 숙련된 전문의들이 정착할 수 있는 여건 등 시스템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한 의대 신설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깨닫기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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