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3.22 13:54최종 업데이트 24.03.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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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니어 교수들도 사직하는 마당에 어떻게 후배 전공의들 남으라고 하겠나"

수련병원협의회 22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비공개 심포지엄 개최…"이젠 전공의 수련 체계 혁신적 개혁할 때"

세브란스병원 김범석 교육수련부장(신장내과 교수)이 22일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심포지엄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우리 병원도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가 아니더라도 주니어 교수들이 사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배들도 희망이 없다고 사직하는데 어떻게 후배 전공의들이 남아있겠나." (세브란스병원 김범석 교육수련부장)

향후 국내 대형병원들의 전공의 수련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하자는 내부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가 22일 개최한 '전공의 수련환경과 수련병원' 관련 심포지엄에서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 전국 수련병원 관계자들은 이번 전공의 사직 사태를 계기로 수련환경 자체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우선 세브란스병원 김범석 교육수련부장(신장내과 교수)은 전공의들이 실제 현장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급여'와 '업무 과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김 교육수련부장은 "세브란스병원 자체적으로 전공의들에게 설문을 돌려보니 63.6%가 가장 개선이 시급하다고 한 부분으로 급여를 꼽았고 그 뒤가 업무량이었다"며 "구체적으로 업무와 관련해선 수련업무 과다가 44.4%, 비수련업무 관련이 26.9% 순이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전공의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꼽힌 업무는 '오프 또는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가 가장 많았고 상급자와의 연구 등 업무, 개인적인 심부름 등"이라며 "이에 병원은 전공의 급여를 2022년 기준으로 418만원으로 대폭 인상해 수련병원 중 4위에서 1위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업무 부담과 관련해서도 그는 "상대적으로 저 난이도의 입원 환자 루틴 드레싱 업무는 드레싱 간호사를 통해 대체 시키고 루틴한 검사도 임상병리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며 "이로 인해 인턴 수련시간을 준수할 수 있게 됐고 전공의들의 회진 준비 업무부담이 감소했다"고 전했다. 

 
 
사진=대한수련병원협의회 심포지엄 및 정기 총회 


구체적인 수련 개선 방향으론 '전문의 채용 확대', '수가 현실화', '전공의 급여 등 지원 확대' 등이 강조됐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의대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술기 실습이 점차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전공의 업무 로딩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의대생 실습 면허 라이센스'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김범석 교육수련부장은 "현재 의대 과정을 보면 본과 3~4학년이 유명무실해진 사례가 많다. 과거엔 의대생들도 고년차가 되면 병원 실습을 통해 기본적인 술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지금은 법적으로 학생 신분으로 술기에 참여할 수 없으니 실습을 나와도 지켜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배우는 관점에서도 술기에 의대생들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런 것들이 전공의 업무를 줄여주는 것에도 일조하게 된다. 향후 의대생들에게도 실습 과정에서 '리미티드 라이센스(Limited License)'라도 부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필수의료 기피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우리 병원도 중환자실이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과가 희망이 있어야 젊은의사들도 선택할 수 있다"며 "우리병원만 해도 많은 주니어 교수들이 전공의 사직 사태 전에도 사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문제를 이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을 전담할 수 있는 지도전문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려의대 이영미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역량 바탕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수련병원들도 이제 힘을 모아야 한다. 전공의들이 수련을 받으면서 전문의로서 역량을 제대로 배울 수만 있다면 긴 안목으로 수련을 받겠지만 지금은 수련기간에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된다는 생각만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수련병원 교수들이 진료에 주로 전념하는 것과 달리 미국이나 캐나다 등은 전공의 수련을 위해 지도전문의가 많이 투입된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조단위로 재정을 투입한다"며 "캐나다 병원들은 매주 목요일 전공의가 교육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 전날엔 당직도 서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전공의가 피교육자로서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언하는 고려의대 이영미 의학교육학교실 교수.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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