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자살률 1위, 자살 예방하려면...자살 고위험군 발굴하고 자살 유족 및 자살 시도자 사후관리 제도화
정신적·신체적·가정·경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18개 관계부처 범정부 생명지킴 추진본부 출범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박정우 과장
[메디게이트뉴스 선다현 인턴기자 고려의대 예2] 2026 제1회 국회자살예방포럼 ‘대한민국 자살의 원인과 다차원적 대책’ 패널토론에서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은 한국 사회의 높은 자살률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 전반의 정신건강 위기’로 진단했다.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자살 문제를 ‘정신건강·경제·관계·노동·지역격차가 중첩된 구조적 위기’로 규정했다.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한 촘촘한 고위험군 발굴과 개입이 요구되는 한편, 사후 개입의 지속가능성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들은 대책으로 ▲데이터 기반 고위험군 발굴 ▲자살 유족· 및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의 제도화 ▲위험 수단 차단 ▲전달체계·인력·예산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강조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박은철 부회장은 “우리나라가 자살이 많다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 대국민 정신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도 “이는 효과가 오래 걸린다. 우리나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 버렸다”고 우려를 표했다.
국무총리실 범정부자살대책추진본부 제도개선지원과 조성래 과장은 “정부는 범정부 역량을 결집해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발표했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 범정부 생명지킴 추진본부가 출범했다”라며 "18개 관계부처가 파견된 문제 해결형 조직으로 복합적 요인을 칸막이 없이 해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박정우 과장은 “이번 자살 예방 대책이 백화점식, 재탕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다차원적 접근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심리 부검 결과 자살까지 이르는 다양한 원인들이 평균적으로 4.3개의 스트레스 이슈로 나타났다”고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박은철 부회장
“확인 가능한 최고위험군은 자살시도자”…사후관리, 개인정보·데이터 연계가 핵심
토론에서는 자살을 ‘예방’한다는 목표가 결국 고위험군을 얼마나 빠르게 찾아내고, 얼마나 관리를 오래할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박은철 부회장은 “확인 가능한 자살과 관련된 가장 고위험 집단이 자살시도자들”이라며 “(자살시도자들의) 일부 개인정보를 자살협회에 제공할 수 있지만, 현재는 이름과 주민번호에 한정되는 등 그 정보가 너무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예방법 개정을 통해 기초연금 대상자 여부, 긴급복지 지원 수령 여부, 정신과 진료 기록 등 획득 가능한 사회서비스 정보를 취합해 가칭 자살시도 정보센터에 제공하는 시스템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도 고위험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성래 과장은 추진본부가 “데이터 기반 고위험군 타겟팅으로 대상별 정밀 대응을 검토 중”이라며, “미취업 청년과 관련해 30대 자살률 증가의 주 원인이 경제 문제임에 주목해 고용센터와 연계한 단순 취업 알선을 넘어 심리 상담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정우 과장도 “자살시도자가 자살사망자·재자살 시도로 가는 자살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20배 이상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적 치료로 우울을 안정시키더라도 구조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 해소됐는지가 중요하다”며 “의료와 통합적인 사례관리가 꼭 연계돼야 근본적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자살유족협회 강명수 회장
“유가족은 우울 9배·자살위험 6~8배”…사후 개입의 ‘장기전’ 필요
패널토론에서 자살유가족 사후관리의 공백도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자살유족협회 강명수 회장은 “자살유가족은 자살위험이 높다”며 “애도의 고통이 있는데도 자살 현상을 나누지 못해 복합애도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시기에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유가족은 당연히 위험에 놓인다”고 강조했다.
2024년 한 해 자살자 수는 1만4872명이며, 자살 유가족은 적게는 8만9232명에서 많게는 10만~14만8720명에 이른다. 강 회장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가족은 우울 위험이 9배, 자살 생각·자살 시도 위험이 6~8배 높다”며 “자살 유가족 중 자살자가 자살하기까지 평균 기간은 2년”이라고 했다.
강 회장은 유가족 사후 개입이 “신체·정신·정서적 건강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연결과 경제적 지원을 통합적으로 놓는 대책이어야 한다"라며 “이를 시행하고 관리하는 체제가 장기적으로 지속돼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가족 지원 원스텝 시스템의 전국 확대를 환영한다”면서도 “지자체가 얼마나 잘 수행할지 우려된다”며, “정신건강복지센터·자살지원센터의 인력 확충과 교육 훈련, 그리고 예산 뒷받침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국무총리실 범정부자살대책추진본부 제도개선지원과 조성래 과장
“칸막이 없이 해결”…정부, 고위험군 맞춤 대응·수단 차단·노동 현장 보호 추진
국무총리실 조성래 과장은 “자살 문제 복합 요인을 칸막이 없이 해결하겠다”라며 "현장의 대응 체계 작동 현황을 확인하고 기관별 연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17개 시도를 현장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수단 차단에 대해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물리적 차단은 WHO에서도 권고하는 확실한 예방책”이라며, 최근 증가한 착화탄 사망 문제를 언급하며 “민간 유통업계와 협력해 판매 방식을 조정하거나 온라인 검색 시 자살예방 상담 배너를 노출하는 등 판매 단계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살시도자 이송·치료 인프라 문제도 이어졌다. 그는 “이송할 응급실과 정신과 병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응급실 및 병상 확보를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노동 현장에 대해서는 생명의 위기로 인식하겠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의무는 있지만 구체적 판단 기준과 입증 요건이 하위 법령에 없어 사실상 훈시 규정에 머무르고 있다”라며 “위험성 평가가 물리적 인자 중심이라 심리사회적 요인이 배제되는 구조적 맹점이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살 원인은 평균 4.3개…연령대별 양상도 달라”…복지부, 통합 사례관리 강화
보건복지부는 자살 원인을 단일 요인이 아닌 다층적 요인으로 보겠다고 밝혔다.
박정우 과장은 “자살로 이어지는 여러 요인은 정신적·신체적·가정·경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하나만 예방해서는 자살 예방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의 복지 수단, 정신응급 수단뿐 아니라 실업 지원, 교육 문제, 채무 조정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제를 국가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 과장은 “고위험군이 꼭 자살예방센터를 통해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보건복지플러스센터, 가족센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어디를 가더라도 정서적 불안정과 위험이 보이면 빨리 연계돼 사례관리로 이어지게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전달체계의 과부하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기초 자살예방센터가 모든 자살 예방 업무를 다 하고 있는데 평균 인력이 2~3명 정도”라며 “보건소 중심 센터는 고위험군 사례관리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지자체 본청 통합 사례관리 체계와의 연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살 예방 예산이 560억에서 730억으로 180억 정도 늘었다”라며 “다차원 스트레스 요인(평균 4.3개)”을 근거로 통합 사례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