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기획조정실장, 정재훈 고대의대 부교수, 나군호 네이버 헬스케어 연구소장, 홍석철 서울대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인공지능(AI)과 초고령화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 병원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의료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병원의 기능과 경쟁 구조는 크게 달라질 것이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병원은 도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10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KOREA HEALTHCARE CONGRESS 2026(KHC 2026)'에서 '초고령사회와 AI 파도 속에서 병원은 무엇으로 존재할 것인가?' 제목으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AI가 바꾸는 병원 역할…"막대한 투자비에 고민"
이날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은 "의사에게 물어서 해결할 수 있는 의료영역은 10년 이내 대부분 대체될 것"이라며 "문진이나 기본적인 바이탈 사인으로 판단하는 영역은 의료기관의 핵심 기능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남는 것은 고도의 장비를 갖춰야 가능한 정밀 진단·치료 영역이며, 병원은 설비 중심 산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기획실장 역시 "과거 환자 중심을 위해서는 '친절' 하나면 됐다면, 이제는 디지털 기반의 '편의'가 핵심이다. 예약, 접근성 등 환자 경험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이 필수가 됐다"며 "병원도 AI와 IT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수가 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 도입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이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약 1000억 원을 투입한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 수익 구조로는 이러한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미국은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 병원들이 고도화된 EMR 세팅을 완료했다. 워낙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관망하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고령화·AI 맞물린 의료시장…"성장 속 구조 재편"
이처럼 급속하게 변화하는 AI 기술 발전과 초고령화가 맞물리면서 AI로 인한 재편은 의료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부교수는 "초고령화로 인해 의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2030년대까지 의료산업은 연평균 7~8% 성장할 것"이라며 "기회를 잡은 병원들은 어마어마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병원 산업은 성장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병원 구조가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부 병원은 구조조정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의정 갈등 이후 의료 인력 구조 변화가 병원 재편을 가속화할 변수로 꼽혔다. 그는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PA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비용 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병원 간 재편과 환자 재분포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로 인해 10년 뒤 병원 업계는 호황일 수 있다. 하지만 거대한 구조전환으로 잘 되는 병원 잘 되겠지만 몇 몇 병원은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AI 도입에 따른 산업 내 양극화 가능성도 제기됐다.
나군호 소장은 "먼저 AI 바람을 맞은 바둑 업계를 보면, 현재 AI를 활용하지 않는 대국은 상상하기 어려워졌고,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 간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며 "의료계 역시 AI 기술 적응 여부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화는 의료 시스템 변화를 가속화하는 핵심 변수로 꼽혔다. 그는 "고령층 의료비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며 "AI 도입을 통해 업무량을 줄이고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령화로 늘어나는 환자, 더 커지는 비용…병원 경영 '이중 압박'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75세 이상 인구가 매년 20만~40만 명씩 증가하면서 의료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겠지만, 이것만으로 병원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공감했다.
그는 "의료 수요가 증가하면 인건비 등 의료 자원 비용도 함께 상승한다"며 "반면 건강보험 재정 압박으로 보상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 병원 경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고령층의 의료 수요는 급성기 치료 중심에서 만성질환 관리, 돌봄, 일상 건강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며 “환자는 늘지만 병원 중심 수요는 분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