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8.04 13:45최종 업데이트 20.08.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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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협 최혁용 회장이 주장한 의료일원화, 기존 한의사에도 의사면허 부여? 국민건강 악영향에 절대 안돼"

"의료일원화 전제조건은 의대 안에 하나의 전문과목 형태...무엇보다 첩약 안전성·유효성 검증부터"

[칼럼] 김재연 전라북도의사회 정책이사

사진=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 유튜브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이 중국식 의료일원화를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은 3일  한의협 유튜브 채널에서 “의대정원 증원을 막아내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한의사를 포함하더라도 OECD 평균에 비해 의사수가 부족하다”라며 "한의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의대와 한의대 간 ‘교차교육’과 ‘교차면허’가 의료통합의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한의사들이 방역을 포함한 보편적 의료행위, 일차의료에 역할을 할 수 있다. 보편적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질병 예방·관리·치료의 주체로 한의사 제도가 서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의료일원화”라며 "기존 한의사들에게는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의사면허시험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내세운 중국식 의료일원화의 경우 의료가 일원화돼 있긴 하지만 의료계 산하에 중의(한국으로 치면 한의사), 서의(한국으로 치면 의사), 중서 결합의(한국으로 치면 의사-한의사 복수면허 의료인)로 나뉘어 각기 대등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중국은 중의, 서의, 중서 결합의 등은 일원화가 돼 있어도 이원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원화가 돼있다는 개념은 중의가 양약 처방을 한다거나 서의가 한약 처방을 해서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국식 의료일원화는 어디까지나 중의와 서의가 서로 영역을 넘나들지 않고 서로를 대등하게 인정할 뿐이다. 최 회장이 중국식 의료일원화를 두고 어이없는 해석과 주장을 할 뿐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식 의료일원화가 바람직하다. 일본의 경우 모든 의사가 서양식의 현대 의학에 의거한 교육과정을 모두 받고 그 중에 한의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 한방을 추가로 공부해 한방 전문의가 된다. 즉 내과, 외과 등처럼 한방이 하나의 전문과목이 됨에 따라 한의사가 '한의사 전문의'가 되는 것으로 의료일원화를 하게 하는 것이 지극히 바람직하다.

일본식으로 의료일원화를 하면 새롭게 배출되는 '한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의사'이기 때문에 자연히 양·한방을 겸비하게 된다. 기존의 복수면허 의료인처럼 된다. 따라서 제도 전환의 과도기에서 한방만 공부한 기존 한의사들은 여전히 한의학 전문가로만 역할을 해야 한다. 당연히 한의학적인 진료만 허용돼야 한다. 

일본식으로 의료일원화를 하면 기존 한국 한의계의 한의사 전문의 제도(1999년 도입)와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생긴다. 일본식 의료일원화는 현대 의학을 기본으로 깔고, 추가로 한방을 하나의 전문 과목으로 만드는 게 핵심이다. 한의사 전문의 제도는 한의계 내부에 복수의 전문 과목들을 나눠 놓는 것이기 때문에 양자가 호환되지 않는다.

물론 내과 전문의가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등의 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듯, 한방을 의학의 한 전문과목으로 만들고 그 안에 다시 세부과목을 나누는 것을 인정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의료일원화와 함께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방 첩약 분업화다. 의학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의약분업이 이뤄지고 있다. 처방은 의사가 하고 약을 조제하는 일은 약사가 한다. 이미 한약사 배출인원은 1000명에 이르고 있다. 한의사들의 수입에서 한약 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 첩약 분업화를 필요로 하고, 자연스럽게 일본식 의료일원화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한의사들 중에 의료일원화에 찬성하는 측은 중국식을 선호하는 이유로 한의학이 (서양 또는 현대) 의학과 동등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의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중의학이 의학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일본 의료계가 의학 발전과 국민 보건의료 수준의 향상을 비교해 보면 그 해답이 명확해진다. 

'첩약 급여화라'는 어리석은 정부 정책은 자동차 보험에서 보았듯, 멀지 않아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 지극히 개인적인 정치적인 의사표현을 할 것이 아니라, 의학이나 한의학이나 정치적으로 재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한약 첩약의 안정성과 유효성, 그리고 표준화에 매진하는 것이 학문 융복합 발전을 위해 필요한 근본적인 방법이고, 국민건강에 위해가 없이 의학과 교류할 수 있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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