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21%·사망률 15% 감소, 2차병원에서도 통하는 AI"...뷰노 딥카스의 임상 근거
[인터뷰] 조경재 뷰노 연구개발본부 팀장 "RRS 없는 병원까지 입증…심정지 넘어 패혈증·호흡부전 예측으로 확장"
조경재 뷰노 연구개발본부 팀장은 "2차병원 다기관 연구를 통해 딥카스의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하고, 향후 패혈증·호흡부전 등으로 AI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신속대응시스템(RRS)이 없는 종합병원·병원급의 2차병원에서도 인공지능(AI)이 입원환자의 심정지를 미리 예측해 심정지 발생률과 사망률을 유의하게 낮출 수 있다는 대규모 다기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료 AI 기업 뷰노가 개발한 딥카스(DeepCARS)는 혈압·맥박·호흡수·체온 등 5가지 활력징후를 분석해 24시간 이내 심정지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 의료기기다.
딥카스 개발 초기부터 참여해 온 조경재 뷰노 연구개발본부 팀장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RRS가 없는 병원에서도 딥카스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크다"라며 "국내 대부분의 병원은 RRS가 없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의료 환경에서의 실제 효과에 대한 의료진의 궁금증에 명확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조 팀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환자가 일반 병동에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측정되는 임상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허가받은 심정지 예측 외에도 패혈증이나 호흡부전 등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상황을 예측할 수 있도록 제품을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의료 수요-공급 불균형이 출발점…기존 조기경보점수의 한계를 AI로 해결"
조 팀장은 딥카스 개발의 출발점으로 의료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을 꼽았다.
그는 "대학병원 일반 병동에는 1년에 약 2만~5만명이 입원하고, 이른바 '빅5' 병원은 8만~10만명 정도가 입원한다"라며 "의료인 1명당 담당해야 할 환자 수가 많아 의료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극심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심정지 예측으로 환자 예후를 바꾸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해 의료진에게 위험도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 의료진이 위험도를 잘 인지해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것이다. 기존에 쓰이던 조기경보점수(EWS)는 예측 성능이 충분하지 않고 오알람이 많다는 문제가 여러 연구를 통해 제기돼 왔다.
조 팀장은 공학적 관점에서 기존 EWS의 성능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첫 번째는 위험도를 계산하는 방식이 굉장히 선형적이라는 점이다. 각각의 활력징후 값에 점수를 매긴 다음 합산하는 단순한 방식이어서, 각 징후 간에 연결된 맥락을 고려해 위험도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두 번째는 활력징후의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박수나 호흡수의 변화 양상과 같은 시계열 정보에 따라 심정지 발생 위험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뷰노는 AI를 활용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했고, 여기에 자체적인 기술적 고도화를 더해 알고리즘 성능을 더욱 향상시켰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심정지 위험을 조기에 예측하고 의료진의 선제적 대응을 지원하는 딥카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5가지 활력징후만 쓰는 설계가 강점…'우리 병원에서도 잘 작동할까' 의문 해소"
딥카스는 5가지 활력징후만을 입력 변수로 사용한다. 조 팀장은 이를 기술적 측면과 임상적 범용성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에는 산소포화도를 포함했지만, 대학병원 외에서는 측정이 어려운 경우가 있어 제외했다"라며 "일반적으로 변수의 수가 많아질수록 특정 병원의 학습 데이터에 과적합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범용성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의료 데이터는 병원 내부의 폐쇄된 전산망에 저장돼 있어 병원 및 의료진과의 협력을 통해서만 활용할 수 있다"라며 "제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의료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입력 변수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실제로 여러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5개 변수를 선택한 것이 뷰노의 강점이라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고, '우리 병원에서도 잘 작동할까'라는 의료진의 의문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의료 현장의 신뢰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연구를 통해 극복해 나가는 단계다. 조 팀장은 "초기에는 연구를 함께 진행할 병원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가장 먼저 연구의 근거와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하려 했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2018년 미국심장협회저널(AHA)에 게재한 개발 검증 논문을 바탕으로 다른 의료기관들과 협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1년에 발표된 연구를 준비하며 초기 연구 결과를 여러 의료진에 발표할 기회가 있었는데, 5개의료기관에서 일관되게 높은 성능이 확인된 결과를 보고 많은 분들이 놀라워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라며 "연구 결과와 논문이 하나씩 축적될 때마다 병원에서 제품을 받아들이는 분위기와 신뢰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연구는 RRS가 없는 2차병원 3곳(강동성심병원·시화병원·인천나은병원)의 만 19세 이상 일반병동 입원환자 약 16만명을 대상으로 약 3년 반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한 다기관 시차도입 연구다.
연구 결과 딥카스 도입 후 병원 내 심정지 발생률은 21%, 원내 사망률은 15% 낮아졌으며 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총 재원 기간은 평균 0.51일, 중환자실 재원 기간은 평균 1.32일 단축됐다. 특히 원내 심정지의 주요 선행 원인인 패혈증 환자군에서는 심정지가 29%, 사망률이 22% 감소했다.
조 팀장은 "논문을 평가할 때는그 결과가 임상적으로 유의한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두 가지를 보는데 이번 연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했다"라며 "재원기간 감소, 패혈증 환자군에서의 심정지·사망률 감소 등 특정 지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측면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조 팀장은 2차 병원 중심의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이전에 발표한 인하대병원 단일기관 연구는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였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다양한 의료기관에서도 실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었다"라며 "국내 대부분의 병원은 RRS가 없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환경에서도 딥카스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RRS를 도입한 의료기관은 55곳(상급종합병원 38개소, 종합병원 17개소)에 그친다. 상급종합병원은 80% 이상이 도입했지만 종합병원은 5% 수준이다.
조 팀장은 "아직 논문이 발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부 의료진으로부터 이번 연구가 이전 단일기관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일관된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라며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추후 학회에서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뢰성과 수가, 두 가지 이유로 근거 쌓는다…3차병원 다기관 연구·SW-RCT 진행 중"
딥카스의 임상적 근거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조 팀장은 신뢰성과 보험급여를 들었다.
그는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논문을 통해 임상적 근거를 입증해야 한다.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처럼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가 이상적이지만 처음부터 진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후향적 연구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근거를 축적해야 한다"라며 "의료기기 보험급여 평가의 핵심 기준 중 하나도 임상적 유효성인 만큼, 관련 근거를 논문에 체계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뷰노는 현재 두 가지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인 3차병원 4곳을 대상으로 딥카스 도입 이후 심정지와 사망률 개선을 평가하는 다기관 연구와 현실적으로 수행 가능한 연구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임상 연구인 무작위 대조군 연구(SW-RCT)다. 3차병원 연구는 앞서 수행한 2차병원 연구와 동일한 설계를 3차병원 환경에 적용해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의료 AI는 의료진 대체 아닌 상생…통합 진료 지원 AI로 확장 가능성"
조 팀장은 의료 AI의 미래에 대해 "현재는 심정지 예측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심정지의 원인이 되는 다양한 적응증으로 기술을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성의 공백을 하나씩 기술로 보완해 나간다면 궁극적으로는 통합적인 진료를 지원하는 의료 AI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기술적인 가능성과는 별개로 인허가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현해보고 싶은 의료 AI에 대한 질문에는 상황에 맞는 정확한 답변과 치료 계획을 제시하는 AI, 그리고 의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기술을 꼽았다.
그는 "뷰노의 심전도 측정 의료기기 하티브(HATIV)도 이 같은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가정에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심전도뿐 아니라 스마트워치에서 측정하는 심박수 등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함께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조 팀장은 의사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병원과 의료진과 함께 상생하며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 AI의 개발 목적이 환자와 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인 만큼, 의료진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며 의료 현장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여러 병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건설적인 논의를 바탕으로 더 나은 의료 AI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