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0.26 22:30최종 업데이트 21.10.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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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안인득 사건 유가족의 편지…경찰이 외면한 정신질환과 우리의 불안, 고통

"국가를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우고 책임을 묻고자 손해배상 소송 제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존경하는 판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는 A(안인득 사건 유가족)라고 합니다. [관련기사=안인득 사건 유족, 국가 상대 손배 소송 제기 예정…“국가가 중증정신질환 방치”]

저는 2019년 4월 17일 사랑하는 어머니와 목숨과 바꾸어도 아깝지 않을 딸을 잃었습니다. 그 이후에 2년 반이 지나도록 그리운 나의 어머니와 딸을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4월, 진주에는 이미 벚꽃이 다 질 무렵이었습니다. 새벽에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아내와 딸이 문밖으로 뛰쳐나갔고, 범인의 칼을 맞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정신을 잃었고, 딸 아이의 비명을 들은 어머니가 뛰어나가 딸아이를 감싸 안았습니다. 매서운 칼날은 멈추지 않았고, 나의 어머니와 딸은 그대로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판사님, 이 사건의 범인은 중증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아픈 사람이라는 말이지요. 제정신이 아니라서 사람을 죽였다하니 저는 나의 어머니와 딸을 왜 죽였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편히 그 사람을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누구에게 어머니와 딸을 잃은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지요.

함께 사는 주민들이 경찰에 여러 번 신고를 했었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경찰이 나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봐주었다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면, 나는 그를 도와주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단 한번도, 우리에게 그런 것들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의 정신질환과 우리의 불안, 고통을 외면하였고, 어떤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이래도 됩니까. 국가가 위험 앞에서 국민을 버려둔 채 가장 먼저 도망가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그저 죽고 다치도록 내버려 둬도 됩니까. 경찰이 눈 앞에서 위험을 보고도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죽어 나갔지만, 우리는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가 없습니다.

판사님의 가족이 이토록 허망하게,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오면 판사님은 ‘법’을 지키지 않은 국가에게 무어라 말씀하시겠습니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은 채, 혼자서 이 미칠듯한 무망감을 버티고 살 수 있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망연하게 가족을 잃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저는 다시는 이런 일로 사랑하는 이를 잃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국가를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우고 책임을 묻고자 이번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판사님, 부디 판사님의 사랑하고 애정하는 가족이 언제든 이런 위험으로 영원히 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하시고, 준엄하고 엄격한 법의 잣대로 국가의 책임을 판단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고 바랍니다.

2021.10.26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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