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과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시절 총액예산제(총액계약제)를 주장했던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기획예산처는 내년 출범 예정인 국무총리 산하 장관급 중앙행정기관으로, 종전 기획재정부의 예산편성·재정기획 기능을 넘겨받는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1년 ‘의료보험재정 위기 : 원인과 대책’이라는 보고서에서 당시 급속한 의료보험 재정 소진의 원인을 국민소득 증가, 고령화, 급여확대 보다는 의약분업과 관련 수가 인상이라고 꼽으며 총액예산제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총액예산제는 의사 등 공급자의 진료 횟수와 양에 비례해 보상하는 행위별 수가제와 달리 의료 분야에 예산 총액을 결정하고 이를 공급자 내에서 배분하는 제도다. 의료비의 과도한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한정된 재정 안에서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과소 치료와 의료 질 저하 우려가 있다.
그는 당시 의료보험재정과 관련, 지출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급여비 중 입원진료비는 의약분업 후 9% 증가한 반면 외래진료비가 72%나 폭증했으며 이는 기존에 약국에서 전문의약품을 구매하던 환자가 의약분업으로 의료기관을 의무적으로 방문하게 된 게 이유라고 봤다.
또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계와 약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수가를 누적기준 총 49% 인상했던 것 역시 재정 고갈을 가속화한 핵심 원인으로 언급했다.
이혜훈 후보자가 KDI 연구위원 시절 작성한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이에 이 후보자는 한시적으로 의료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지불보상체계를 개혁하고 국고지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진료비 급증은 공급자의 과잉진료 유인을 해소해야 하는데 진료비 심사 강화만으로는 견제가 어렵다며 지불체계 개혁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장기 대책으로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의료부문 예산의 총액을 결정하고 이를 공급자 내에서 배분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총액예산제(총액계약제)를 장기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어 총액예산제로 넘어가기 전 과도기 방안으로는 “질병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정해진 일정액을 보상하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며 포괄수가제를 언급했다.
그는 “현행 행위별수가제가 과잉진료의 유인을 제공하는 반면, 포괄수가제는 과소치료의 유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과소치료를 방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진료실적에 대한 정보공개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 외에도 진찰료와 처방료의 통합 및 하향 조정, 고가약 처방 견제와 진료비 절감을 위한 권장약품목록제 도입, 처방전 없이 구입 불가능한 전문의약품 비중 축소, 효과적 지출억제 방안과 연계한 보험료 인상 등을 재정 소진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