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26 07:18최종 업데이트 23.09.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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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유사장기), 코로나19 발병 기전 확인부터, 신약개발·재생의료 다양한 활용 가능

첨단바이오 규제과학센터 "여러 기술적·임상적 한계 존재하나 민관 협력으로 난치성 질환 극복 '열쇠' 마련해야"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오가노이드(organoid, 유사장기)를 통해 단순히 임상시험을 넘어 코로나19 등 질환 모델링을 통한 중개연구와 고속 대량 약물스크리닝, 재생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첨단바이오의약품 규제과학센터는 첨단바이오 포커스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이를 현실화하려면 정부와 유관기관관의 협력을 통해 기술적·윤리적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자료 = 오가노이드의 주요 응용 분야(출처 Organoid Technology: Current Standing and Future Perspectives, Stem cells, 2021.12)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 등으로부터 분리한 세포를 3차원 배양법을 이용해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한 장기 유사체를 의미한다. 이는 안전성 평가, 효능 평가 등 임상시험과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 가능하다.

특히 오가노이드는 전통적인 이차원 세포 배양과는 달리, 장기 수준에서 사람의 병태 생리를 모방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중개 연구(translational study) 모델이 될 수 있다.

우선 인체 유래 오가노이드는 숙주-병원체 간 상호작용을 생체외(in vitro)에서 재현할 수 있다. 실제 위 오가노이드는 위에서의 바이러스 감염을 모방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er pylori)균 감염을 연구하는 데 활용된 바 있으며, 지카바이러스(zika virus) 감염 연구에는 뇌 오가노이드가 활용됐다.

장 감염 연구에서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와 로타바이러스(rotavirus)를 인체 줄기세포 유래 장 오가노이드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으며, 주요 장 세균 병원체인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Clostridium difficile)균 등을 장 오가노이드에 감염시켜 재현한 연구도 있다. 

또한 오가노이드를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병원체 연구의 중요한 도구로 사용한 사례들이 있는데, 이는 여러 연구에서 SARS-CoV-2가 전분화능줄기세포(PSC) 유래 혈관과 신장 오가노이드뿐만 아니라 사람 간과 장 오가노이드에서 감염되고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바이러스 수용체인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2(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를 통해 SARS-CoV-2가 숙주 세포로 감염이 되며, 폐 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에도 감염될 수 있다는 코로나19의 발병 기전을 알아낸 사실도 있다.

약물스크리닝·재생의료까지 넓은 활용 전략, 국내도 민관 합동으로 개발 나서

암 오가노이드 분야에서는 '고속 대량 약물 스크리닝(high-throughput drug screening)'이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다.

첨단바이오센터는 "한 연구를 통해 환자의 쓸개관암종 유래 오가노이드에서 HSP90 억제제에 효과가 있는 것을 밝혀냈다"면서 "암 오가노이드는 암 환자에 효과적인 약물을 스크리닝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실제 대장암 오가노이드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각자 다른 변이를 가진 대장암 환자가 EZH2 억제제에 대해 다른 반응들을 보였는데, 이를 반영하듯 ATRXiv와 PAX2v 돌연변이가 있는 대장암 오가노이드는 EZH2 억제제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였고, 이와 반대로 p53 돌연변이를 가진 오가노이드는 EZH2 억제제에 저항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오가노이드칩(organ-on-a-chip, OoC) 시스템을 적용해 정상적인 장기의 기능과 병태생리학적인 통찰뿐만 아니라 임상시험의약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면서 "미국 FDA에서도 OoC 기술을 이용해 신약 개발을 위한 스크리닝을 진행하고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약물 독성검사와 유효성 검증은 앞으로 더욱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이식 등을 위한 재생의료도 오가노이드 활용 분야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센터는 "현대 의학의 한계점 중 하나는 많은 난치성 질환 환자들이 건강한 공여자로부터 이식에 필요한 조직을 공급받기가 어렵는 점"이라며 "이 같은 측면에서 오가노이드 기반의 재생 의료는 세포 이식과 재생 치료 분야에서 큰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몇몇 연구에서 신장 오가노이드를 쥐 모델에 이식해 신장 세뇨관 형성에 성공한 사례가 있으며, 장 오가노이드를 쥐 모델에 이식해 대장 재생에 성공한 연구도 보고된 바 있다. 간 오가노이드를 이식한 연구에서는 사람 태아 간 오가노이드가 독소에 의한 급성 간부전 마우스 모델에서도 높은 생착 효율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포도당에 반응하는 사람 iPSC 유래 췌도 유사 오가노이드의 경우, 혈당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내분비유사세포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당뇨 마우스 모델(NOD-SCID mice)에 이식했을 때 혈당 항상성을 회복했다. 

특히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오가노이드를 재생 의료 분야에 보다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으로 나오고 있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심장 장기 칩, 오가노이드와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조합해 실제 장기의 구조를 모사한 이식 가능한 여러 미니 장기(mini-organ) 등 관련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센터는 "오가노이드를 실제 임상과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이식 후 완전성(integrity) 문제나 오가노이드 배양 시 ECM을 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동물 유래 기질 추출물의 대체 재료 발굴 등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가노이드는 여전히 효과적인 재생 의료의 중요한 도구로써 연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 지난 20일 박윤주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이 경기도 성남의 오가노이드사이언스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평가원 및 업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내 역시 동물실험 감소 등을 목적으로 오가노이드 활용 확대를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실제 올해 8월 식약처에서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평가법 개발을 선도하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산·학·연·관과의 소통과 협력을 이끌며 오가노이드 플랫폼 표준화 연구에 힘쓰고 있다. 식약처는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국내 오가노이드 플랫폼 표준화와 오가노이드 연구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나가겠다"면서 "적극적인 소통으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 평가를 활성화하고 동물시험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독성평가법을 표준화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평가법을 OECD 국제 공인 시험법 등재까지 추진 중이다.

또한 식약처에서 개발한 '간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독성평가 시험법'을 OECD 국제 공인 시험법에 등재하는 절차 역시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국내 오가노이드 연구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글로벌적 재생의료 기술의 빠른 성장에 대응해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기술적·윤리적 한계 존재, 그럼에도 민관협력 통해 극복·다양한 질환 극복 기여

다만 오가노이드 활용에 있어서 아직까지 기술적, 윤리적 한계가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가노이드는 제작 방법이 다양하고 배양 시 사용하는 기질(matrix) 재료도 다르기 때문에 배양법에 이질성이 생기는 등 발생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오가노이드 배양액에 들어가는 성장 인자, 세포사멸 억제제 등이 유전자의 발현이나 세포 신호전달 경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힌다. 

센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일세포 유전체분석법을 사용해 오가노이드의 유전자와 전사체 프로파일 분석을 실시, 적절한 인자를 미리 선별하는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면서 "오가노이드는 생체내(in vivo) 환경에 노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오가노이드의 성숙 과정이 주변 환경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 박리법(laser ablation)과 같은 바이오 공학적 기술이 보고돼 있는데, 이는 미세유체소자에 마이크로채널을 만들어 내피세포의 성숙과 혈관 형성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 난소와 같은 몇몇 상피 조직들, 근육과 뼈와 같은 비상피 조직들의 모델링 구현의 한계와 오가노이드 배양과정 중 특정 세포가 사라지거나 특정한 장기·조직의 모든 세포가 오가노이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오가노이드 주변의 모든 미세환경 구축의 한계 등 해결해야 할 한계점들이 남아있다.

오가노이드는 임상시험부터 개인 맞춤형 의료까지 많은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윤리적인 우려도 함께 뒤따른다. 

오가노이드 제작을 위해서는 줄기세포를 이용하게 되는데,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할 경우 배아를 생명의 시작된 시점으로 보는 관점이 달라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또한 체외 수정으로 생성한 배아가 장기 기증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도 논의되고 있는 윤리적 문제다. 이에 대안으로 체세포 핵이식 방법이 개발돼 배아를 난자와 정자의 수정 없이 형성시키는 방법이 보고된 바 있다. 

센터는 "오가노이드의 실제 임상 적용에 앞서, 배양 방법의 표준화 등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이 남아있다. 제작에 따른 여러 윤리적인 쟁점도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점"이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연구진들은 끊임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의 핵심 인재 육성과 오가노이드의 바이오 빅데이터, AI 기술과의 융합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노력들로 인해 앞으로 오가노이드 연구가 더욱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정부와 유관 기관들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오가노이드 연구가 다양한 질환 치료의 실마리를 밝혀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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