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8.21 07:18최종 업데이트 25.08.21 07:18

제보

"조혈모세포 이식 뒤 생기는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있지만 비급여 처방으로 접근성 부족"

혈액암 완치 위한 조혈모세포 이식이 불러온 GVHD…정부, 치료제 접근성 제고 의지 보여

20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중증·희귀 합병증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진행됐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혈액암 환자가 완치를 위해 조혈모세포 이식을 결정하지만, 이식 환자의 절반이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을 마주한다.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신체를 공격하면서 피부·눈·폐·간 등 전신 장기에 합병증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장기가 굳는 섬유화가 진행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에 20일 국회에서 개최된 '중증·희귀 합병증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GVHD 치료 환경 개선과 치료제 급여화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리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곽대훈 교수는 각각 ▲혈액암 중증·희귀합병증,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의 중증도 및 질병 부담 ▲제도권 밖으로 밀려난 혈액암 합병증 환자들의 고충 및 치료 환경 개선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혜리 교수,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곽대훈 교수

김 교수는 "최근 10년간 혈액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며 2022년 기준 3대 혈액암 총 발생자수는 1만2277명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조혈모세포이식 건수 역시 증가하고 있다"며 "2022년 기준 총 2982건의 이식이 진행됐고,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총 1657건 시행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의 절반 이상이 GVHD를 경험하며, 이는 암 재발이 아닌 비재발 사망 원인 1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GVHD는 신체적 고통과 기능 저하, 정신적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져 다른 만성질환보다 삶의 질 저하가 훨씬 심각하다. 실제로 한 연구에 따르면 GVHD 환자의 75%가 질병으로 인해 소득을 상실했고, 34%가 질병으로 인해 퇴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GVHD 환자는 학교, 직장 등 사회생활에 복귀하지 못하는 등 상당한 제약을 경험한다. 이는 결국 노동인력 감소, 노동생산성 저하, 높은 의료비를 통한 큰 사회·경제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질환의 중증도와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제도적 인식은 낮다"며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곽 교수도 "만성 GVHD는 단순 합병증이 아니라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독립적 질환"이라며 "폐나 간을 침범하면 사망 위험이 높아 맞춤형 치료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GVHD 치료제가 존재하지만 높은 접근성 등 치료 한계가 존재한다. NCCN과 EBMT, 조혈모세포이식학회 등은 대표적으로 1차 치료제 스테로이드, 2차 치료에 룩소리티닙(제품명 자카비) 3차 치료에 벨루모수딜(래주록) 사용을 권고한다.

1차 치료제인 스테로이드는 GVHD 환자 중 약 50%에서 반응하지 않는다. 2차 치료제인 룩소리티닙도 많은 환자가 3차 치료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벨루모수딜은 식약처 허가만 받았을 뿐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이에 곽 교수는 "3차 치료에서 권고되는 벨루모수딜은 만성 GVHD만을 위해 특화된 치료제로, 염증과 섬유화 모두를 표적하는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다. 섬유화 해결이 가장 큰 과제인 만큼 치료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곽 교수는 제도적 사각지대 문제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혈액암 진단 후 산정특례를 통해 환자는 5년간 전체 의료비의 5%를 부담한다. 5년 후 미완치 환자의 경우 산정특례 적용기간이 연장된다. 하지만 완치된 경우 산정특례 종료로 의료비가 30%까지 증가하며, 이때 만성 GVHD 환자의 치료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산정특례 종료 시 높은 환자 의료비 부담은 환자 치료 접근성을 낮춘다"며 "섬유화 치료 지연은 환자 생존율과 직결된다"고 경고했다.

이에 희귀질환치료 국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암 산정특례 5년 종료 후 발병 중증합병증 실질 대책 마련과 특례 신설 등 실제 환자 고충을 반영한 지원 제도 현실화를 통해 암 투병 이후 합병증으로 인해 제2의 투병생활을 겪는 환자 지원을 강화하고, 의료비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환자들은 "살기 위해 이식을 받았지만, 이후의 삶은 또 다른 투병이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10년째 GVHD를 앓고 있는 한 환자는 "밤마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자야 하고, 아내가 씻겨주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3차 치료제가 있지만 한 달 약값이 1000만원이 넘어 접근조차 못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환자는 "이식 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폐와 피부에 증상이 남아 있다"며 "외래를 가면 스스로 걸어서 진료실에 들어가는 것이 소원이라는 환자가 많다. 치료제가 있는데도 비용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한국혈액암협회 박정숙 사무국장은 "이식 후 GVHD로 고통받는 환우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3%가 20~40대로 사회 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라며 "응답자의 75%가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혈모세포이식은 혈액암 완치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지지만,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는 이식 결정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 부문에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가 포함됐다. 희귀·난치·만성 중증질환 환자의 지원 확대를 약속한 만큼 GVHD 환자의 목소리도 반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왼쪽부터)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김은희 사무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김국희 실장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김은희 사무관은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치료제 접근성 강화"라며 "현재 3차 치료제가 심평원에서 급여 적정성 평가를 받고 있다.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김국희 실장은 신약 등재 절차를 설명하며 "경제성평가 생략, 시범사업 등 신약 급여 심사 기간 단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약을 심사할 때는 비용 경제성과 임상적 유효성, 재정 등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질환 약제는 환자 수가 적고 임상 근거가 제한적이어서 효과와 가격의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시급한 환자를 위해 우선 사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