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2.05 12:53최종 업데이트 26.02.0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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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인 의사의 행정업무와 인공지능(AI)의 운명은?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그림=챗GPT 생성 이미지 

[메디게이트뉴스] 캐나다의사회(CMA)는 캐나다의 독립기업연맹(CFIB)과 협력해 의사들에게 불필요한 행정 부담의 규모와 그 원인을 분석하고, 이로 인한 영향과 가능한 해결책을 평가하기 위한 ‘행정 부담에 대한 전국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줄이고, 의과대학 시절부터 은퇴에 이르기까지 의사들의 복지를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적인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또한 캐나다의사회의 ‘건강 형평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CAM Impact 2040 계획’의 광범위한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이 조사에서 총 1924건의 응답 문항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의사들은 평균 주당 9시간, 즉 전체 근무 시간의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을 ‘행정업무’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적인 규모로 묶어 환산하면 연간 약 4270만 시간에 해당한다.

응답자들은 이 중 약 47%가 불필요한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총 투입 시간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1980만 시간에 해당한다. 이 불필요한 시간은 정규직 의사 9093명의 업무량에 해당하며, 이는 캐나다 전체 의사 인력의 약 9%를 차지하는 규모이다.
 
현재 캐나다 의사의 절반 이상이 근무 시간을 줄여나갈 계획인데, 4명 중 1명은 현재의 직업을 그만두거나 ‘조기 은퇴’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캐나다 의사는 앞으로 의과대학생이 의사라는 전문 분야를 선택하는 것도 만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의사의 행정업무’가 주된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지난 2023년에 CMA와 CFIB가 공동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은 피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환자 진료 외 각종 행정업무로 골머리, 캐나다 의사 90% 서류 작업 ‘번 아웃’ 토로
 
현재 캐나다 의사들은 행정업무로 인해 연평균 약 2000만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데, 이는 불과 2년 전보다 100만 시간 이상 증가한 수치다. 설문 응답자의 대다수(90%)는 진료 시간 이후에 무급으로 처리되는 무의미한 소모성 서류 작업으로 인해 속칭 ‘소진(번 아웃)’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캐나다 의사들은 행정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이면 의사들의 복지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환자 진료에 더 집중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고(응답자의 약 44%), 남는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응답자의 약 43%)고 답했다.
 
캐나다 의사들에게 불필요한 업무의 대부분은 의료 시스템의 프로세스(85%), 보험 회사(76%) 요구 양식, 각종 정부 기관 서류 양식(59%), 약국 관련 행정(58%), 전자 기록 시스템(51%) 등에서 비롯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행정업무로는 보험 서류(78%), 진료 의뢰 및 검사 의뢰(78%), 전자 문서 관리(75%) 등을 꼽는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흔한 사례별 소요 시간으로 장애 세액 공제 신청서는 건당 36.6분을 비롯해 민간 보험 신청서는 건당 28.9분, 연금 장애 수당 신청서 건당 43.3분, 진료 소견서 건당 10분 등으로 파악된다. 캐나다는 의사 1인당 연간 130건 이상의 소견서 작성 요청을 받는데, 가정의는 여타 다른 전문의(8.6시간)에 비해 행정업무에 훨씬 더 많은 시간(9.9시간)을 소비하고 있으며, 서류 작업을 위임할 수 있는 비율도 더 낮게(59.6%대 61.9%) 조사됐다.

이처럼 캐나다 의사들에게 고질적인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자 기록의 상호 운용성 확보(71%)를 비롯하여 보험사 업무 절차 간소화(70%), 단기 병가 진단서 발급 요건 폐지(61%), 연방, 국가 및 주정부 양식의 간소화, 각종 서류 양식의 통합 및 단순화(59%) 등이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캐나다에서 응답 의사의 거의 절반(45%)이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있어 향후 ‘AI 도구 활용’을 가능한 현실적인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현재 약 28%의 의사는 이미 AI 기반 진료 기록 작성 도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하루 평균 64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42%의 의사들도 앞으로 인공지능 도구 사용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아직 AI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의사들의 가장 큰 우려는 의료 소송 및 개인정보 보호 위험, 특히 규정 준수, 데이터 처리, 기밀 유지, 법적 책임, 환자 기록의 정확성과 관련된 문제(49%)로 확인됐다.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CMA는 캐나다 연방 정부에 타 직종과의 형평성 문제를 비롯하여 인간적인 가치, 환자 복지, 의료 서비스 제공의 투명성을 우선시하는 의료 분야 AI 솔루션 지원을 위한 명확한 프레임 워크를 별도로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AI,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인가? 행정업무 자동화 시 ‘진정한 의사 업무’로 전환 예측
 
캐나다 매니토바주의 사례를 보면 매니토바주 의사들은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면 주 전체에서 326명분의 의사 역할을 좀 더 ‘진정한 의사 업무’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매니토바주 의사들은 행정업무에 매주 약 9.7시간을 소비하는데, 이는 전국 평균인 9.1시간보다 높은 수치로 전년에 비하면 그나마 소폭 개선된 것이다. 캐나다의사회가 지난 2023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의사들은 그해 행정업무에 주당 평균 10.1시간을 소비한 것으로 추계된 바 있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의사회는 서류 작업을 없앤다고 해서 의사 부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어느 정도 개선하는데 매우 유용하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의사회는 더 나아가 어렵게 영입된 의사들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내다보고 있다.

매니토바주 의사회는 과거에 비해 의사 수는 늘었지만, 이들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활동을 그대로 유지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매니토바주에서 신규 등록 의사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국 평균보다 약 246명의 의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만약 불필요한 서류 작업을 줄이고, 의사 수를 전국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 매니토바주의 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며, 지역 주민들은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캐나다는 전형적인 ‘조세 바탕의 주치의 중심 의료’가 기본인 나라다. 매니토바주 사례를 보면 주마다 몇 명의 일반의가 부족한지 그 수요가 잘 파악돼 있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의 대체분도 간접적인 추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캐나다와 영국 등 많은 국가들은 앞으로 의료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발달과 접목을 최우선 사업의 하나로 예상하며, 이에 적극 대비하는 눈치다. 일차진료가 잘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의 경우 아마도 향후 대두될 ‘인공지능의 역할’이 이들 국가보다도 오히려 더욱 중요할 수도 있어 보인다.
 
<참고 자료>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CMA), Canadian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 (CFIB). Losing doctors to desk work: Canadian physicians lose 20 million hours each year to red tape . Ottawa: The Association; 2026 Jan. Available: https://digitallibrary.cma.ca/link/digitallibrary1478 (accessed 2026 Feb 1).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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