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7.14 06:16최종 업데이트 20.07.14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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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항체보유율이 0.03%?…“최소 10배 이상 많다”

중화항체 검사 결과 놓고 정부-의료계 해석 엇갈려…“표본 대표성 없고 조사방법도 문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검사 결과를 공개한 가운데 검사 결과 해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검사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기존 방역체계가 문제없다는 입장인 반면, 조사방법이 잘못돼 정확한 결과와 최소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표본집단 자체가 대표성이 없고 중화항체만 검사한 방법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항체 조사 결과 0.03%만 항체보유…정부 "깜깜이 환자 적다는 의미"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당국은 일반 국민 305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생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단 1명만이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즉 중화항체보유자 3055명 중 1명, 보유율이 0.033%에 그친다는 것이다.

정부는 확진자로 드러나지 않은 깜깜이 환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본부 1차장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중화항체 보유율) 0.033%가 의마하는 바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깜깜이 환자가 지역사회에 존재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드러난 확진자 이외 지역사회에서 이미 코로나19를 앓았다면 항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낮은 항체보유율이 정부가 얼마나 확진자를 꼼꼼이 찾아냈는지를 밝혀낼 지표로 활용된 것이다.
 
다시말해 신속한 검사와 추적을 통해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격리한 방역당국의 공이 크다는 게 박능후 1차장의 해석이다.
 
실제로 0.03%의 항체보유율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도 매우 낮은 수치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항체보유율은 7.3% 수준으로 영국 런던도 17.5%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미국 뉴욕은 19%,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가 각각 7.1%와 11.3%로 나타났다.
 
박 1차장은 "확진자를 조기에 차단했던 방역당국의 노력과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켜준 국민의 노력으로 어우러진 결과"라며 자평했다.
 
검사 방법부터 대표성 없어 엉터리…중화항체만 검사한 이유도 의문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항체검사에 문제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표본집단이 전혀 대표성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이번 조사방법을 살펴보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4월21일부터 6월19일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국건영) 잔여 혈청 1차분 1555건을 조사했다. 또한 5월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서남권(구로·양천·관악·금천·영등포구) 의료기관 내원환자검체 1500건에 대한 항체가를 조사해 총 3055건을 조사했다.
 
그러나 문제는 조사 샘플링 수 자체가 턱 없이 적을 뿐더러,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대구지역을 제외하고 일부 자원자를 대상으로만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증상을 앓았던 후보자들이 대부분 빠진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려의대 최재욱 예방의학과 교수(대한의사협회 과학검증위원장)는 "이번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을 적절한 표본집단으로 볼 수는 없다"며 "환자 대부분이 발생했었던 대구와 경북이 빠진 상태에서 증상이 있었던 환자가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 교수는 "혹시라도 항체조사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격리 등 후속조치를 두려워해서 증상이 있던 사람들은 검사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향후 검사는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전국에 적어도 1만2000명에서 2만명 정도의 무작위 샘플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항체 종류 중 중화항체 검출만을 조사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다른 나라의 경우, 중화항체 이외에도 C타입 항체 등 다양한 종류의 항체검출 여부도 함께 검사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중화항체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환자들이 많고 생성되더라도 곧 소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과 독일, 영국 연구진 등 복수의 연구 결과에서 항체가 체내에 형성되더라도 2개월 만에 급격히 감소한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최 교수는 "중화항체는 환자 중 일부만 가지고 있고 지속기간도 짧다"며 "이런 것들을 고려한다면 최소 깜깜이 환자 수는 이번 조사보다 10배 이상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항체보유율을 일부러 축소시키고 자화자찬하는 정부의 모습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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