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2.06 08:22최종 업데이트 26.02.06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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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예방은 누구에게 위험이 집중되는지가 핵심”…10대·20대 여성 급증, 70대 이상은 OECD 3배

정선재 교수 “자살 예방은 추상적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선택의 결과…수단 통제 효과 이미 입증”

연세의대 정선재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선다현 인턴기자 고려의대 예2] 연세의대 정선재 교수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2026 제1회 국회자살예방포럼 주제발표에서 “한국 자살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자살률이 높다는 사실이 아니라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위험이 집중되고 있는가’에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자살의 핵심 위험집단으로 청년 여성과 노인을 꼽았다. 정 교수는 “2011년 대비 2021년 20대 미만 여성 자살률이 37.7% 증가했다”며 “최근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새로운 위험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7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OECD 평균 대비 약 3배 수준”이라며 “노인 빈곤·만성 질환·사회적 고립이 겹치면서 만성적 고위험군으로 고착화돼 있다”고 말했다.
 
“IMF 이후 고착화된 구조 문제”…OECD ‘아웃라이어’ 자살률
 
정 교수는 장기 추세를 근거로 “한국의 자살 문제는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충격 이후에 위험이 지속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자살률은 구조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고, 2009~2011년에 정점을 찍은 뒤 정책 개입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높은 수준에 고착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은 특이값에 가깝다고 했다. 정 교수는 “2023년 기준 한국 자살률은 10만 명당 24.1명으로 OECD 평균 11.1명의 2배 이상”이라며 “동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아웃라이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비교해선 “일본은 강력한 국가 개입으로 자살률을 크게 낮춘 반면, 한국은 구조적 위험 요인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문화적 특성이라기보다는 사회 안전망과 정책 선택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위험은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생애주기·시간 패턴 기반 ‘정밀 대응’ 필요
 
정 교수는 자살 위험이 전 인구에 균등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자살 문제는 전 연령에 고르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중노년 남성, 고령 노인, 최근 급증하는 청년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며 “전체 평균을 낮추는 접근보다 고위험 집단을 겨냥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 여성에 대해서는 “2017년 대비 2021년 20대 여성 자살률이 약 70% 증가했다”며 “코로나 전후 고용 불안정, 상대적 박탈감, 고립의 누적 같은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를 “가장 우선적으로 개입해야 할 신흥 고위험군”이라고 했다.
  
또한 지역 격차에 대해서는 "농촌 지역이 서울 등 대도시보다 취약하다"며, 이러한 차이에는 "고령 인구의 비율, 의료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그리고 자살 수단 접근성과 같은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서울 자치구 간 자살률도 2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자치구 평균에 기대는 정책 대신 집중 상담과 지원을 집중 배치하는 등 동 단위 마이크로 타깃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살의 시간적 집중도 짚었다. 정 교수는 “자살은 4~5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봄철 급증’이 있고, “전체 자살 시도의 4분의 1 이상이 월요일과 화요일, 특히 월요일에 많이 발생하는 ‘블루 먼데이 효과’가 관찰된다”며 “봄철과 주 초반에 고위험군 모니터링과 상담 인력을 집중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재난 이후 위험이 지연돼 증가하는 양상도 언급했다. 정 교수는 “재난 직후에는 자살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허니문 효과’가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취약계층 부담이 커져 지연 증가가 발생한다”며 “2~3년 뒤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해서도 “전체 평균은 유지됐지만 여성·청년층에서 자살 시도와 사망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자살이 늘었는가'가 아니라 ‘누구에게 늘었는가’”라고 강조했다.
 
“수단 통제는 가장 확실한 정책”…목표 18.2명, 현 추세면 23.7명
 
정 교수는 자살 예방 정책 중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 영역으로 “수단 통제”를 꼽았다. 그는 “파라콰트 판매 중단 이후 농약을 이용한 자살 사망이 약 46% 감소했고, 지하철 스크린도어 설치 이후 투신 자살이 90% 가까이 감소했다”며 “수단 통제가 자살 예방의 유일한 해법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정책 경험상 비교적 빠르고 관찰 가능한 효과가 확인된 영역이기에 다른 예방 전략과 병행될 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국가 목표와 현실의 간극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2027년 목표 자살률은 18.2명인데 최근 추세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현 정책이 유지될 경우 23.7명”이라며 “5.5명의 격차는 수천 명의 생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향을 바꾸기보다 정책의 밀도와 우선순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실행 과제로 ▲고위험군 타깃 명확화 ▲생애주기 맞춤 지원 ▲수단 통제 고도화 ▲통합 데이터 기반 조기 대응 체계 구축을 제안하며 “학교·응급실·경찰·정신건강 서비스가 분절된 구조로는 위험을 제때 포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다현 기자 (sundahyun@gmail.com)인턴기자 / 고려의대 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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