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3.30 08:24최종 업데이트 23.03.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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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년 넘게 소외된 '소세포폐암'…효능·생존율 대폭 높인 신약 국내 도입 환영"

[인터뷰] 삼성서울병원 안진석 교수, 비소세포폐암 대비 소세포폐암 빠른 전이·낮은 생존율·제한적 옵션 '3중고'…'젭젤카' 새로운 옵션 긍정적

사진 =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폐암 중에서도 빠른 전이와 낮은 생존율의 특성을 가진 소세포폐암(SCLC·small cell lung cancer)은 비소세포폐암과 달리 제약업계의 무관심으로 신약개발이 현저히 더딘 상황이다.

십여년간 비소세포폐암은 표적 치료제, 면역요법 등 많은 발전이 이뤄져온 반면, 소세포폐암의 경우 효능과 편의성 모두 낮고 부작용도 많은 제품 일부만 존재해 언멧니즈(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았다.

최근 국내 제약사인 보령(구 보령제약)이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고자 효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동시에 안전하고 복약편의성이 높은 신약 젭젤카주(Zepzelca, 성분명 러비넥테딘·Lurbinectedin)을 국내에 도입해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소세포폐암 환자를 보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는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약 젭젤카 도입을 환영하면서, 소세포폐암의 특성과 치료방법, 신약 적용 방안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빠른 진행속도·높은 재발률·낮은 생존율 '나쁜' 암…제약사 무관심 속 점점 '악화'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국내 신규 암 발병 환자는 24만7952건이었고, 이중 폐암(C33~C34)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총 2만8949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2위(11.7%)를 차지했다.

남녀의 성비는 2.1대1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했고, 남성 암 중에서는 총 1만9657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령대는 70대가 34.1%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가 29.2%, 80대 이상 20.1% 순으로 나타났다. 

조직학적(국제질병분류 ICD-10 코드 C34)으로는 2020년 기준 폐암 가운데 암종(carcinoma)이 89.9%, 육종(sarcoma)이 0.1%였다. 암종 중 선암이 50.6%로 가장 많았으며 편평상피세포암이 19.7%, 소세포암이 10.5%(3055건)였다.

안 교수는 "소세포폐암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서 주로 생기는 병으로, 아주 드물게 비흡연자들도 생기지만 이 역시 간접 흡연 등 담배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반적으로 암은 1~4기의 병기로 나누지만, 소세포폐암은 종격동을 포함해서 폐의 한쪽에만 국한된 '제한성 병기(Limited Disease, LD)'와 암이 반대편 폐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확장성 병기(Extensive Disease, ED)' 등 둘로 나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한기는 3분의 1에 불과하며, 대부분 진행성인 악성도가 강해 발견 당시 이미 림프나 혈액의 순환을 통해 다른 장기나 반대편 폐, 혹은 종격동으로 전이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소세포폐암은 주로 폐 중심부의 기도(기관지나 세기관지)에서 처음 발병하며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특징이 있다. 대체로 암 덩이가 크며 회백색을 띠고 기관지 벽을 따라 증식하는 수가 많으며, 뇌, 간, 전신 뼈, 같은 쪽 또는 다른 쪽 폐, 부신, 신장 등의 순으로 잘 전이된다.

안 교수는 "예후가 매우 좋지 않고 장기 생존율도 5% 미만(제한기의 경우 20~30% 정도)에 그친다. 확장기의 경우에는 진단 후 1년 정도만 생존한다고 보면 되고 완치 확률은 5% 미만인 질병"이라며 "이는 담배와의 관련성이 상당히 높은 질병인 만큼, 담배를 멀리하는 방법이 가장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담배를 피운 양과 기간에 비례해서 증가하고, 담배를 끊은 이후에도 위험 감소 속도가 워낙 느려서 최대 20년까지 폐암의 위험도가 본래 안 피우던 사람보다 높기 때문에 금연은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덧붙였다.

초기 증상이 없는 만큼, 금연과 함께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19년 7월부터는 폐암이 국가암검진에 포함돼 만 54세에서 74세의 남녀 중 폐암 발생 고위험군인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를 대상으로 2년마다 폐암검진(저선량 흉부 전산화단층촬영(CT))을 실시하고 있다.

치료방법 항암제 근간이지만, 기존 약물 한계점 '뚜렷'

소세포폐암 치료는 보통 수술 보다 항암치료가 근간이 되며, 환자에 따라 방사선 치료도 진행하고 있다. 진단이 잘 되지 않아 불확실하거나 진단 겸 초기인 극소수 환자에서 수술을 하나, 일반적으로는 거의 하지 않는다.

문제는 항암제가 치료 근간이며 진행 속도가 빠르고 재발도 많은 특성을 갖는 질환인데, 기존의 약물들의 효능과 안전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안 교수는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표적치료제, 면역요법 등 십여년간 화려하게 발전했으나, 소세폐암은 상대적으로 발전이 매우 더디다. 매년 3000명 정도의 신환이 발생해 다른 희귀암 대비 수요가 많은데도, 대부분 폐암의 한 종류로 뭉뚱그려 알고 있을 뿐 해당 질환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관련 연구와 신약개발 역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티쎈트릭이 나오면서 1차 요법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2차치료제들은 사실상 30여년된 약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소외된 암종"이라며 "소세포폐암은 유전자 변이도 심하고 병 자체도 어려운데, 확실하게 타겟되는 약물이 없어 환자들이 매우 제한된 치료만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소세포폐암 치료 신약 젭젤카주.

그나마 지난 2020년 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젭젤카가 등장했고, 완벽하거나 매우 혁신적인 약물은 아니지만 미충족수요가 워낙 높다보니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 미국 FDA는 기존 치료제인 토포테칸과의 간접 비교를 통해 안전성, 유효성에서의 우월성을 입증한 젭젤카의 2상 임상시험 자료를 토대로 3상 조건부 신속승인(accelerated approval)과 우선 심사(priority review) 승인을 부여했고, 소세포폐암 시장에 등장한지 불과 1~2년만에 젭젤카의 점유율이 40%를 웃도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2년여간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아 국내 소세포폐암 환자들은 여전히 제한된 선택지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국내 제약사인 보령은 해외 학술대회 등을 통해 일찌감치 젭젤카를 눈여겨 봐왔고, 지난 2017년 스페인 파마마와 젭젤카의 기술 도입을 체결해 국내 개발·판매에 대한 독점 권한을 확보했다. 

이후 2020년 7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고 희귀약 지정 2년만인 2022년 9월 '1차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실패한 전이성 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올해 3월 1일 보령은 젭젤카를 본격 시장에 출시했다.
 
안 교수는 "비소세포폐암 등에 비해 1차 치료 실패율이 높고 초기 전이가 잘 되며 진행속도도 빠르다. 게다가 치료 후 재발률이 높은데, 국내에서 소세포폐암에 대한 2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성분은 토포테칸, 벨로테칸뿐"이라며 "이처럼 언멧니즈가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식약처와 FDA가 2상 연구만으로도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치료 현황을 고려해 보면 젭젤카는 거의 30년 만에 나온 신약으로 봐도 무방하다. 신약 개발이 상대적으로 미흡하고 소외된 소세포폐암 치료에 있어서 매우 의미 있는 약물이자, 환자들에게는 희망적인 새로운 옵션"이라며 "효능은 물론, 복약순응도, 편의성, 안전성 측면에서도 주목할만 하다"고 평가했다.

젭젤카(성분 러비넥테딘)의 2상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반응률이 35.2%에 달했다. 다른 질환의 치료제에 비해 효능이 낮다고 볼 수 있지만, 해당 질환의 기존 약제인 토포테칸(16.9%)과 효능을 간접적으로 비교해보면 매우 의미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DoR(반응지속기간)의 경우도 5.3개월로, 기존 약물(4.2 개월)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OS(전체생존기간: 환자가 치료를 시작해서 사망하는 순간까지의 기간을 추적한 수치)의 경우 9.3개월로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1차 치료 약물인 아테졸리주맙의 OS가 12개월이라는 것을 고려해보면 2차 치료제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안 교수는 "국내에서는 안전성과 편의성 등의 측면에서 기존 약물인 토포테칸을 2차치료제로 거의 쓰지 않고 있다. 부작용이 많고 5일 연속 맞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가 입원 후 투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미국 역시 2차치료제 자리를 젭젤카가 빠르게 대체하면서 2년만에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젭젤카의 경우 기존 약제 대비 구역, 구토 등이 적게 발생했고, Grade 3 이상의 호중구 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빈혈 등 혈액학적 독성도 적었고 전반적인 내약성(tolerability, 약을 복용하고 견딜 수 있는 정도)도 좋은 편에 속했다. 안 교수는 혈액학적 부작용 등에 대한 환자 모니터링, 관리만 한다면 사용하기에 어려운 약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매 3주 간격으로 1회 1시간 투여하는 스케줄로, 투약이 용이해 복약 순응도와 편의성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오랜만에 나온 새로운 옵션, 조속한 급여화로 많은 환자들이 혜택볼 수 있어야"

다만 국내에서 아직까지 비급여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2차 치료제로 사용시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는 하나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안 교수는 "급여 적용은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과 생존율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소세포폐암은 환자 수가 비교적 적고 치료 옵션도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약에 대한 보험 급여 확대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젭젤카에 대한 급여가 빠르게 적용돼 환자들이 보다 많이 혜택을 받길 바란다. 급여가 이뤄진다면 미국 못지 않게 2차 치료제 시장에서 젭젤카 입지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젭젤카 외에도 국내 항암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그 예로 제한적으로 급여가 적용돼 있는 호중구감소증 억제제를 소개했다. 

안 교수는 "항암제 사용시 혈액학적 독성인 호중구감소증을 줄여줄 수 있도록 억제제를 같이 사용하는 게 좋다. 1사이클에 50만원 가량 드는데, 부작용과 폐렴 등 감염문제를 낮출 수 있어 비용대비 효과가 매우 높다"면서 "처음부터 모든 암환자들이 항암치료시 활용할 수 있도록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환자 치료율 개선과 적용범위 확대 등을 위해 보령에서 유지요법, 병용요법 등 젭젤카와 관련된 임상시험을 보다 강화하는 한편, 2상 임상시험이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진 만큼 국내 환자들에 대한 리얼월드 데이터 분석과 안전성 모니터링 등도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 교수는 "환자치료율 개선이 시급한 질병이다. 제약사는 물론 정부에서 소세포폐암에 대한 많은 연구개발과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비록 발전이 더딘 분야기는 하나, 신약 도입으로 옵션이 추가된 만큼 환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치료받길 바란다"고 환자들에게는 응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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