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5.02 15:20

"250만 가구 공급 공약, 서울 도심서 시작"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류태민 기자, 황서율 기자] 윤석열 정부의 250만가구 공급 대책이 오는 10일 출범 이후 첫 번째로 베일을 벗는다. 본격 시험대에 올라 하반기 시장 향방을 가르게 될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승부수는 ‘서울 도심’ 공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실제적으로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기여하려면 수도권 외곽보다는 서울 도심에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또 규제 완화 과정에서는 단기적 집값 움직임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공급 대책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도 강조했다. 구체적인 공급 대책과 함께 정책 추진 의지를 함께 보여줘 시장에 신뢰감을 줘야 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윤 당선인은 임기 5년 동안 총 2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중 민간주도가 200만가구, 공공주도가 50만가구다. 서울에는 40만가구의 신규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수도권 전체에 총 130만~150만가구를 내놓기로 했다.
분야별로는 ▲공공택지 142만가구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47만가구 공급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가구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가구 ▲소규모 정비사업 10만가구 ▲기타 13만가구 등이다.
이 가운데 공공주도 50만 가구에서는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주택 상품도 공개했다. ‘청년원가주택’, 공공분양주택 ‘역세권 첫 집’으로 원가주택이란 전용면적 84㎡이하 주택을 원가로 분양한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매각해 시세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한 주택이다. 무주택 청년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는 공공주택으로 매년 6만가구씩 총 30만가구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역세권 인근 국·공 유지를 개발해 공공분양하는 ‘역세권 첫 집 주택’ 물량도 20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서울 도심 쪽 공급 늘려야 공급 효과 커전문가들은 그동안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집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수요가 없는 곳에 지으면 소용없다"며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 시내 중심가에 공급을 늘려야 공급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가 지속가능하려면 직주 근접 수요를 고려해 수도권 외곽이나 1기 신도시보다는 서울 역세권 등 도심 쪽에 물량을 늘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역세권 주변의 용적률을 400~500% 수준으로 높여 주차장, 도로 등 기반시설을 넓힌다면 도시를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역시 "서울로의 출퇴근 시간이 긴 경기, 인천보다는 일자리가 있는 서울에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수도권에 공급되는 74만가구의 물량이 효과적으로 공급효과를 발휘하려면 이 물량이 수도권 외곽보다는 서울과의 연결성이 보장되는 역세권 주변에 공급돼야 하고 이왕이면 서울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의 경우 중심지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 신규 택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윤 당선인이 재건축 재개발 물량을 47만가구로 배정한 이유다. 조 교수는 "민간이 주도하는 공급은 입지 좋은 곳은 이미 개발이 다 돼 결국 재건축·재개발의 공급 속도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 정부의 정책을 일부 승계하는 대신 필요한 경우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실장은 "2·4대책은 서울 도심부에 주택 공급을 위한 새로운 신사업 모델인 만큼 전부 폐기하기보다는 필요한 모델은 승계하거나 문제가 있는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린벨트로서 기능을 상실한 지역들을 해제한다면 신규 부지 확보가 어려운 점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투기 막으려면 신축 분양가 높여야" 새 정부가 공급한 물량이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공급하는 신축 가격은 시세를 감안해 가격을 설정해 차익 폭이 크지 않게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낮은 가격에 신축이 공급되면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수요가 넘치고 공급물량이 다 팔리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분양가상한제를 손보거나 현실화율 높이기를 통해 신축 공급의 분양가를 높여 공급하면 안 팔리는 집이 늘어나서 수요가 줄고 가격이 안정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서울은 분양가가 핵심"이라며 "수도권 신도시 공급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면 부동산 열기를 다시 끌어올리게 될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급 개발 과정에서 단기 집값 상승은 감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낙후 지역을 새로 단장하면 그만큼의 가치상승은 필연적"이라며 "오히려 집값 상승을 우려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비사업 물량을 누적하는 것이 문제의 소지가 더 크다"고 말했다. 백 교수 역시 "집값이 너무 심하게 오르지 않는다면 단기 상승은 각오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꾸준히 공급히 이어진다면 결국 집값은 낮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로드맵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나타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1기 신도시 규제 완화와 추진 속도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시장에 혼란을 준 바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지 마련이나 재원 확보 같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나와야 집을 살까 말까 고민하는 무주택자들에게 확실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이 윤석열 당선인 취임 이후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재는 공급에 대한 목표치나 기준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주택보급률을 설정한다거나 이에 맞는 숫자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초 주택보급율’은 103.6%로 100%를 넘어섰다. 매년 주택보급율은 상승 추세인데 지난해 무주택가구수는 900만 가구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실제 내 집 마련이 절실한 가구에 맞춤형 공급을 해야 하는 이유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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