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35야드가 더 길어졌다."
8일(한국시간) 열전에 돌입한 2022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 격전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ㆍ7510야드)은 올해 11번홀(파4)과 15번홀(파5) 등 2개 홀이 달라졌다. 11번홀은 특히 15야드를 늘려 520야드짜리 ‘괴물 홀’이 됐다. 파5홀인 15번홀(510야드)보다 길다는 게 흥미롭다. 최대 승부처는 여전히 11~13번홀, ‘아멘코너(Amen Corner)’다.
허버트 워런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기자가 1958년 재즈 밴드 연주곡 ‘샤우팅 앳 아멘코너’에서 영감을 얻어 명명했다. 첫 홀인 11번홀은 지난해 10번홀(파4)에 이어 두번째로 어려웠다. 4라운드 동안 버디가 15개에 그친 반면 보기 99개, 더블보기 이상 스코어는 13개나 쏟아졌다. 페어웨이 왼쪽 호수를 피하는 정교한 티 샷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두번째 샷에서 그린을 도모할 수 있다.
‘온 그린’에 실패하면 대가가 만만치 않다. 그린 왼쪽이 온통 물, 오른쪽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샷 하기가 부담스럽다. 이번에는 520야드, 두번째 샷에서 더 긴 클럽이 필요하다. 선수들 역시 연습라운드에서 11번홀 공략에 공을 들였다.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그린 공략이 아주 중요하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파 세이브를 하기 어렵다"고 소개했다.

12번홀(파3)이 바로 막판 트리플보기 이상 치명타를 얻어맞는 홀이다. 전장은 155야드에 불과하지만 그린 앞 실개천과 뒤쪽 벙커 사이 좁은 공간에 도달하는 ‘컴퓨터 아이언 샷’이 필수적이다. 현지에서는 "1931년 아메리칸 인디언 무덤을 발견했다"며 "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미신까지 흘러 나왔다. 버바 왓슨은 실제 2013년 4라운드 ‘9온 1퍼트’ 셉튜플(septuple) 보기, 조던 스피스가 2016년 최종일 ‘6온 1퍼트’ 쿼드러플보기를 기록했다.
우즈는 2019년 우승 당시 12번홀 덕을 톡톡히 봤다. 2타 차 선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의 공이 벙커 턱에 떨어진 뒤 개울에 들어가면서 더블보기로 이어졌다. 몰리나리는 13번홀(파5)에서 80야드 거리 세번째 샷이 나뭇가지를 맞고 또 물에 빠지는 불운 끝에 결국 눈물을 삼켰다. 우즈 역시 11월 ‘가을 마스터스’ 당시 마지막날 ‘8온 2퍼트’ ‘셉튜플보기’ 수모를 당했다.
158야드 거리 티 샷은 실개천에, 1벌타 후 세번째 샷이 그린 경사에 흘러 내려 물에 들어갔다. 다섯번째 샷은 그린 뒤 벙커에 잡혔고, 여섯번째 샷이 다시 워터해저드다. 13번홀(파5)은 20야드 늘어도 ‘2온’이 충분히 가능해 버디나 이글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 시험대는 단연 ‘유리판 그린’이다. 1m 내리막 퍼팅한 공이 홀 앞에서 멈출듯 하다가 밖으로 굴러 나갈 정도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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