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로리 사바티니(슬로바키아)의 실수 이야기다. 지난 19일 미국 조지아주 시아일랜드리조트 플랜테이션코스(파72ㆍ7060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021/2022시즌 9차전 RSM클래식(총상금 720만 달러) 1라운드에서 사고를 쳤다.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로 선전하고도 실격 통보를 받았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페어웨이우드 페이스에 스티커를 붙인 채 경기한 사실을 규칙위원회에 알렸다. 규칙위원회는 사바티니가 페이스에 붙인 스티커가 불법 부착물이라고 판정하고 실격을 결정했다. 사바티니는 훈련 때 임팩트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페이스에 스티커를 붙인 채 연습하다 떼어내는 걸 깜빡 잊고 그대로 들고 나가 경기를 했다가 사달이 났다.
세계 골프규칙을 제정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장비 규칙(Golf Club Playing Rules)에 대해 엄격하다. "클럽 헤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페이스에 어떤 물질도 붙이거나 발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페이스에 테이프 또는 유사한 물질을 추가하는 건 어떤 목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 고의로 성능을 변화시킨 클럽으로 스트로크를 하면 무조건 실격이다.
플레이어는 클럽이 변형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잭 블레어(미국)는 2016년 5월 웰스파고챔피언십 2라운드 5번홀(파5)에서 짧은 버디 퍼트가 홀을 빗나가자 화가 나서 퍼터에 화풀이를 한 뒤 홀아웃을 했다. 퍼터가 살짝 휘었고, 결과적으로 변형된 퍼터를 사용한 결과를 초래했다.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이 아닌 상태에서 클럽이 손상되면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6번홀(파3)에서 곧바로 실격됐다.
김시우(26·CJ대한통운)는 지난 4월 마스터스터 2라운드 15번홀(파5)부터 3번 우드로 퍼팅하는 이색 장면을 연출했다. 11번홀(파4)부터 퍼팅이 조금씩 빗나가자 15번홀 그린 주위 어프로치 샷 직후 퍼터를 바닥에 내리쳤다. 변형된 퍼터를 사용할 수 없었고, 다행히 우드로 퍼팅 한 4개 홀(15~18번홀) 모두 파를 지켰다. 외부의 영향이나 자연의 힘 등 고의성이 없는 클럽 손상은 ‘무벌타 교체’가 가능하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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