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스틴 존슨이 밸스파챔피언십에서 ‘2승 사냥’에 나섰다. 작은 사진은 16번홀에 설치된 뱀 조형물.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스네이크 핏(Snake Pit)을 돌파하라."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이 ‘2승 사냥’에 나섰다. 29일 밤(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 이니스브룩골프장(파71ㆍ7340야드)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밸스파챔피언십(총상금 690만 달러)에서다. 2018년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의 준우승으로 뉴스를 만들었던 무대다. 폴 케이시(잉글랜드)가 2018~2019년에 이어 3연속우승을 노린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무산됐다.
존슨은 2020시즌 3승에 2021시즌에 포함되는 ‘가을 마스터스’까지 제패했다. 올해 역시 2월 유러피언투어 사우디인터내셔널 우승으로 상승세를 탔다. 지난 12일 마스터스 타이틀방어전 ‘컷 오프’가 오히려 의외다. 아이언 샷이 흔들리면서 첫날 2오버파와 둘째날 3오버파 등 무기력한 경기가 이어졌다. 휴식 대신 곧바로 RBC헤리티지에 출전해 실전 샷 감각을 조율했고, 공동 13위를 찍었다.
존슨이 2019년 최종일 우승 경쟁을 펼치다가 3오버파 난조와 함께 공동 6위로 밀렸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설욕전이라는 동기 부여가 더해졌다. 승부처는 단연 16~18번홀이다. 페어웨이가 좁고, 뱀처럼 구불구불해 ‘스네이크 핏’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16번홀(파4) 티잉그라운드에는 아예 혀를 날름거리는 대형 뱀 조형물을 설치했다. PGA투어에서 가장 잔인한 ‘클로징 3개 홀(Closing three holes)’로 꼽힌다.

밸스파챔피언십 격전지 이니스브룩의 최대 승부처 16번홀 전경.
16번홀(파4ㆍ475야드)은 페어웨이 오른쪽 호수를 피하는 정교한 티 샷이 관건이다. 17번홀(파3ㆍ215야드)은 그린이 좁고, 세로로 길쭉하다. ‘온 그린’에 성공해도 공이 떨어진 자리에 따라 ‘3퍼트 보기’가 쏟아질 수 밖에 없다. 마지막 18번홀(파4ㆍ445야드)은 오르막 홀인데다가 페어웨이 좌우에 크고 작은 벙커들을 줄지어 배치했다. 티 샷이 막판 우승 경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케이시가 이 대회에 유독 강하다는 게 흥미롭다. 2018년 우즈를 제압했고, 2019년은 존슨을 따돌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이 ‘우승후보 1위’에 올린 이유다.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 챔프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우승 경쟁에 가세했고, 2019년 공동 2위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과 제이슨 코크락(미국)이 다시 한 번 스타트 라인에 섰다. 필 미컬슨(미국)은 2004년 이후 무려 17년 만에 출전한다.
한국은 세게랭킹 19위 임성재(23ㆍCJ대한통운)가 2019년 공동 4위를 차지했다. ‘탱크’ 최경주(51ㆍSK텔레콤)는 2002년(당시 템파베이클래식)과 2006년(크라이슬러챔피언십) 등 통산 8승 가운데 2승을 쓸어 담았다. 2010년 3월 트랜지션스챔피언십 준우승을 보태 그야말로 코스와 ‘찰떡궁합’이다. 강성훈(34)과 안병훈(30), 이경훈(30ㆍ이상 CJ대한통운) 등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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