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응급실 위기, ‘대출’이 아니라 ‘국가 책임’이 답이다
[메디게이트뉴스] “지방 응급실 위기는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적자 문제다. 대출은 시간을 벌 수는 있어도, 공공적 직접지원 없이는 응급의료망을 살릴 수 없다.” 정부가 비수도권·취약지 응급의료기관 94개소에 총 1000억 원 규모의 정책융자를 지원하겠다고 2일 발표했다. 연 1~2% 저리,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시설 개선, 장비 교체뿐만 아니라 인건비·운영비, 심지어 기존 차입금 대환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은 역설적으로 지방 응급실이 처한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직접 재정 지원이 아닌 ‘융자(대출)’라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가 명확하다. 구조적 적자에 시달리는 응급의료기관에 다시 빚을 지게 하는 방식으로는 무너져가는 지역 응급의료망을 결코 살릴 수 없다. 1. 빚으로 빚을 갚으라는 미봉책… 5년 뒤 상환 폭탄으로 작용 정부가 발표한 1000억 원 정책융자는 당장 숨통을 틔우는 응급처치는 될지언정, 결코 근본 해법이 될 수 없 2026.08.02
이번엔 몽골의대, 또 인정된 기준미달 해외의대
[메디게이트뉴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곳이다. 불공평을 없애려 만든 공산주의마저도 그 안에서 자라난 불공평은 막을 수 없었다. 불공평을 탓하기 전에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것이 영리한 사람의 행동이다. 하지만 내가 인정하고 타협한 세상이 상상보다 훨씬 불공정할 때가 있다. 그 순간 충격받지 않을 사람은 없다. 이상주의자라서가 아니다. 현실주의자인 나조차 "이 정도로 잘못됐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에게는 해외의대 부정인정이 그런 이슈였다. 2021년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부가 방치하고 유학원이 돈벌이에 열을 올렸지만 명문화된 기준이 있었고, 국회의원이 전수조사를 지시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전수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기준 재정비를 약속했고 연구보고서까지 제작됐다. 100% 원하는 만큼은 아니어도 상당 부분은 바뀔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2026년 지금까지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의협회장 앞까지 직접 찾아 2026.08.02
소아·분만 의료 붕괴: '임시방편'을 넘어 지속 가능한 국가 책임 체계로
[메디게이트뉴스] 출생아 수 감소라는 인구 구조적 절벽보다 더 무서운 속도로 모체·소아 진료 인프라가 해체되고 있다.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신생아중환자실(NICU) 전공의 지원이 사실상 전무하며, 이는 단순한 인력 부족을 넘어 필수의료 생태계의 존립을 위협하는 신호다. 최근 지방의 분만 공백과 소아 응급실 셧다운은 필수의료 붕괴가 눈앞에 닥친 국가적 재난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소아·분만 의료 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단편적 손실 보충을 넘어 행위별 수가의 구조적 혁신, 사법 리스크 완화 및 공제 체계 구축, 그리고 대대적인 국가 재정 투입이 입체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1. '산과-NICU' 연계성의 특수성 반영과 거점병원 특별 지원 대한병원협회 유경하 회장은 2026년 5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과의 면담에서 "고위험 분만 체계는 산과 진료와 NICU 진료가 동시에 수행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2026.07.31
기후위기 시대, 폭염 대응의 중심은 의료다
[메디게이트뉴스] ‘폭염’이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떨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거대한 산불도 일상적인 국제 뉴스가 됐다. 우리나라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폭염 중대경보를 신설했다. 프랑스 공중보건청은 올해 6월 17일부터 7월 2일까지 폭염 발생지역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이 평상시 예상보다 5764명 더 많았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열사병과 일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사망통계가 아니라, 폭염 기간에 관찰된 ‘초과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폭염이 직접적 원인인 사망 수치가 아니다. 같은 기간에 통계적으로 예상된 사망자 수는 1만 5910명이었는데, 실제 발생한 전체 사망자 수는 2만 1674명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초과 사망은 2만 1674명에서 1만 5910명을 뺀 숫자인 5764명으로 계산된 것이다. 예상치 대비 무려 36.2%의 증가세를 보였다. 프랑스가 지난 2003년에 발생한 최악의 폭염 사태 이후 폭염 감시체계를 강화한 이 2026.07.30
분만실의 불빛이 꺼지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전북 익산의 홍성각 원장님으로부터 카톡 한 통을 받았다. "김재연 원장이 기자를 보냈더구만.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세미나에서 다뤘던 여러 가지 문제점, 대책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늙어가는 산부인과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안타깝고만." 홍성각 원장님의 카톡 한 줄에 부치는 답신으로 글을 쓴다. "나 없으면 60대가 매일 당직… 의사인 딸도 분만은 절대 안 맡는다"는 제목의 기사가 나간 직후였다. 일흔을 넘긴 지금도 한 달에 스무 건이 넘는 분만을 직접 맡고 계신 노(老)의사의 짧은 문장 속에는, 우리 시대 지역의료의 모든 비극이 압축돼 있었다. 원장님의 말씀이 옳다. 언론은 늘 '늙어가는 산부인과'라는 서정적 프레임에 머문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노(老)산부인과 의사 개인의 헌신이 아니라, 그 헌신 없이는 단 하루도 굴러가지 않는 국가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붕괴다. 홍 원장님이 붓을 놓으시는 그날, 익산의 산모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분의 따님조차 "분 2026.07.26
조용하다는 것은 잘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의료개혁이 조용하니 잘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대통령의 진단이다. 이 한 문장에 현 정부 보건의료 정책 실패의 원인이 압축돼 있다. 지금의 정적은 합의의 산물이 아니다. 이탈이 완료된 자리의 침묵이다. 떠날 사람은 이미 떠났고, 지원할 사람은 더 이상 지원하지 않으며, 남은 사람은 항의할 여력조차 없다. 소음의 부재를 성과로 읽는 순간 진단은 출발점에서 어긋난다. 정책의 성패는 갈등의 크기가 아니라 결과 지표로 측정돼야 한다. 분만 취급 기관 수,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전공의 충원율, 야간 진료가 가능한 기관 수. 이 수치들이 개선되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조용한가를 물을 일이 아니다. 숫자를 보자.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770명 중 103명이 지원해 충원율 17.4%에 그쳤다. 의정사태 이전인 2024년 3월과 비교해도 40.3% 줄어든 수치다. 전국 수련병원 93곳 가운데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곳은 46.2%에 불과하 2026.07.24
의료사고의 '각자도생'을 넘어 환자와 병원 모두를 위한 안전망으로
[메디게이트뉴스]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독자적인 '의료사고배상공제조합'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2027년 5월로 예정된 의료기관 개설자의 의료사고 손해배상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개정 의료분쟁조정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갈수록 고액화되는 의료배상 리스크로부터 회원 병원들을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미 대한의사협회 산하의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중복 조직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심지어 의료계가 자신들의 '방어벽'을 하나 더 쌓으려는 이익 집단 관점의 행보가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 현장의 생태계와 글로벌 스탠다드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번 대한병원협회의 독자 공제조합 추진은 지극히 타당하며, 오히려 한국 의료의 고질적인 불안정성을 해결할 '마지막 퍼즐'에 가깝다. 왜 그런지 세 가지 관점에서 냉정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1. 의원과 병원의 '위험 구조 차이'가 부른 필연적 분리 기존 의협의 의 2026.07.22
[신간] 병원 CS, 환자 경험으로 혁신하라
도서출판 라디오북이 최근 병원 고객서비스(CS) 실무 지침서 '병원 CS, 환자 경험으로 혁신하라'를 출간했다. 이 책은 단순한 친절 교육을 넘어 환자가 병원을 이용하는 전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과 불편을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담았다. 저자는 고객 경험(CX)과 환자 경험(PX) 분야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다양한 의료기관의 환자 중심 시스템 구축을 지원해 왔다. 책은 환자가 병원과 접촉하는 첫 순간부터 귀가 후 단계, 병원 내부 역량과 공간 설계까지 총 6개 파트로 구성됐다. 50개의 질문과 해결책을 통해 문의 전화 및 대기 시간 관리, 재방문을 유도하는 수납과 귀가 안내 전략 등을 다룬다. 직원 간 서비스 표준화와 팀 피드백을 통한 내부 시스템 구축법, 동선 및 키오스크 관리 등 공간 혁신 전략도 포함했다. 특히 '대기 시간의 심리학'을 적용해 기다림의 순간을 호감으로 바꾸는 기술과 짧은 진료 시간 속에서도 환자가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소통법을 소개한다. 수납창구 마찰을 2026.07.22
의사 통제만으로는 '24·7·365' 상시의료체계를 만들 수 없다
[메디게이트뉴스] ‘24. 7. 365.’ 복권 당첨 번호가 아니다. 의료 분야에서 우리보다 공공성과 전문직업성이 훨씬 발달하고 강한 나라에서 의사 단체가 자발적으로 내걸었던 구호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하루 24시간, 주 7일, 1년 365일’ 상시체계로 의료접근성을 보장하자는 구호로 사용됐다. 정부가 요구한 것도, 시민사회가 요구한 것도 아닌, 의사 단체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제안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열린 의료혁신위원회의 시민 패널 공론화 토론회에서는 지역 의사들이 함께 당직에 참여하고 나누는 ‘공동 당직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프랑스는 의료 상시 제공 체계의 개념을 ‘Permanence des soins(PDS)’로 표기한다. 사전적으로 번역하자면 ‘진료의 연속성’인데, 우리나라 표현으로 ‘연속성’의 일반적 의미와도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프랑스에서 PDS는 국민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의료 공급을 조직하고 유지 2026.07.21
'마지막 영웅’의 소멸과 소아 의료의 붕괴
[메디게이트뉴스] TV 뉴스를 보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0시간 연속 근무와 365일 24시간 대기(온콜)라는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며 인터뷰를 하던 의사, 필자의 의대 동기 이병국 교수였다. 목 보호대를 댄 채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모습을 보며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고,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2000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의대 동기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슬픔에 잠긴 친구를 위해 앞장서서 부고장을 돌리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청년이 바로 이병국이었다. 의대를 졸업하며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의 남다른 책임감과 따뜻함이 아픈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었다. 26년이 지난 지금, 그는 붕괴해 가는 필수의료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막아내고 있었다. 격무를 마친 후에도 의대 강의를 하기 위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모습을 끝으로 뉴스는 마무리됐다. 청년 시 202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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