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6.15 14:00최종 업데이트 19.06.2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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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 So many men, so many kind #5.

"환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오지 않았다"


So many men, so many kind #5. 

겨우겨우 치료를 마치고 환자는 퇴원했다. 

한 이틀정도 오더니만 
3일째는 외래가 다 끝날때까지도 오지 않았다.

" 환자한테 전화 좀 해봐요. "

간호사가 수화기를 들고 한참을 있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안받아요, 원장님... "

" 에휴... 보호자 전화번호 있죠? 그리로 전화해봐요."

보호자와 연결.

" 여보세요, 어머님이시죠? 환자분이 병원에 치료받으러 오질 않아서 전화드렸습니다. 지금 환자분 어디 계신지 아세요? "

" 집에 있을텐데요... "

" 전화를 안받으세요, 환자분이... "

" 에휴... 제가 전화해볼게요. "

조금 있다가 걸려온 전화.

" 지금까지 잤다네요, 죄송해요...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라고 할까요? "

" 지금 오시면 얼마나 걸리시겠어요? "

" 글쎄요... 한 3~40분? "

" 에휴... 저희 이제 5분 후면 진료시간 끝나요. 
오늘은 어쩔 수 없으니 내일 일찍 오세요. "

" 예... "



다음 날.
안온다.

그 다음 날.
역시 안온다.

전화?
당연히 안받는다.

안온지 나흘째.
또 보호자에게 전화를 했다.

" 예? 안 왔어요? 물어볼때는 갔었다고 하던데... "

" 안왔어요. "

" 에구... 그렇게 가라고 가라고 했는데... "

" 안왔어요. "

" 죄송해요, 내일은 제가 꼭 데려갈게요. "

" ...... "



다음날.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오자마자 악취가 난다.

" 어흡... 그냥 바로 수술실로 가실게요.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병원에서는 단순 드레싱은 외래에서 하지만 
염증성 처치는 무균시설이 되어 있는 수술방에서 한다.



수술실에도 금세 악취로 가득찬다.
anaerobic bacteria (혐기성 세균)에 의한 pus 냄새를 맡아본 적 있는가?(물론 의사 제외)
상상을 초월하는 악취다.

나흘동안이나 상처에 박혀있었던 거즈....
당연히 거의 썪다시피 되어있었다.

" 아휴... 이게 뭐예요, 이게... 다 썪었잖아요. "

" ...... "

" 왜 그동안 안왔어요? "

" ...... "

" 예? 왜 안왔냐구요? "

" ... 시간이 없어서... "

" 뭔, 말도 안되는... 시간이 왜 없어요? 자느라 안온거지... "

" ...... "

" 환자분, 이거 제대로 치료 안하면 큰일 난다니까요, 
뼈에 감염되면 뼈가 녹아내리고 패혈증이 올 수도 있어요. "

" ...... "

" 가뜩이나 병원에 늦게와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도 
상처가 나으려면 시간이 엄청 걸릴텐데,
이렇게 병원에 안오면 언제 나으려고 그러세요... "

" ...... "

환자는 대답이 없다.

" 계속 호프집 알바 하는거예요? "

" 예... "

" 가게 주인이나 손님들이 뭐라고 안해요? 냄새난다고?
이거 그냥 멀찍이 떨어져 있어도 냄새날텐데? "

" ...... "

역시 대답은 없지만 환자의 표정은
' 어, 어떻게 알았지?' 하는 표정...

" 냄새 난다는 얘기 들었죠? "

" ...예... "

"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

" ... 저는 잘 모르겠던데... "

" 자기자신한테서 나는 냄새니까 코가 마비되어서 잘 모르는거죠, 남들은 다 맡는다구요. "

" ...... "



호프집 알바생에게서 이런 악취가 났으니 
손님들 술맛 참 좋기도 했겠다... 



betadine gauze soaking dressing을 하고 다시 약을 처방했다.
환자가 수납계산을 하면서 하는 말...

" 약 아직 남았는데... "

" 엥? 지난번에 5일분 드렸으니 지금쯤 다 떨어졌을텐데요? "

" ...... "

" 약 안먹었어요? "

" ...... "

" 몇 봉지나 남았어요? "

" ... 열 봉지쯤... "

" 예? 그럼 거의 안먹은거잖아요. "

" ...... "



도대체가 얘는 뭔 대답을 안한다.



" 가뜩이나 상처부위 엉망인데 거기다 약까지 안먹으면 어떡해요... 그래가지고 상처가 낫겠어요? "

" ...... "

" 약 좀 잘 드시고, 병원치료도 꼬박꼬박 좀 받으세요, 
제발 좀요, 예? "

" ...예... "



그러나 역시...
환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오지 않았다.

이후 두번 정도 다시 보호자에게 연락하여 
환자가 다시 내원했었으나 
그마저도 띄엄띄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꾸 전화를 하니 
나중에는 보호자 마저 짜증을 내더라.

" 아, 몰라요. 
제가 계속 가라고 하는데도 애가 안가는걸 어떡해요.
저도 직장생활 하느라 아침에 나오는데 
얘는 그 시간에 자고 있으니 병원 가라고 하는데도 건성건성 대답하고...
그러니 제가 뭘 어떡해요.
아유, 몰라요 몰라... 저도 이젠 몰라요. "

전화를 뚝 끊는다.


▶6편에서 계속
※’Antonio Yun의 진료실 이야기'의 저작권은 저자인 외과 전문의 엄윤 원장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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