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10.22 07:28최종 업데이트 16.01.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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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사망사건의 법정 쟁점

수술한 의사 업무상과실치사 적용 여부 주목

천공, 수술후 추가검사, 의료법 위반 등 공방 예고


고 신해철 사망사건 공판을 취재하기 위해 많은 기자들이 서울동부지법 1호법정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고 신해철 사망사건과 관련, 검찰과 수술을 집도한 강세훈(외과 전문의) 전 스카이병원 원장이 업무상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등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펴 앞으로 치열한 법정공방을 예고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 하현국 부장판사는 21일 고 신해철 사망사건과 관련해 첫 공판을 속행했다.
 
검찰은 지난 8월 강세훈 전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업무상비밀누설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상태다.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와 관련, 강 전 원장이 2014년 10월 17일 신씨를 상대로 위장관유착박리술을 하면서 소장과 심낭에 천공을 발생시켜 복막염과 패혈증을 유발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피해자인 신씨가 수술 직후 복통과 흉통을 호소했고, 고열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수술한지 이틀 후 흉부 X-ray 촬영 결과 위 천공에 따른 복막염 등을 충분히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지만 피고인이 통상적인 회복 과정으로 안일하게 판단했다"고 환기시켰다. 
 
검찰은 "피고인은 그 후에도 피해자를 서울아산병원으로 전원조치할 때까지 신씨의 통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범발성 복막염에 의한 심장압전에 따른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의사는 진료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누설할 수 없음에도 2014년 12월 초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에 신해철 관련 해명의 글과 자신의 입장을 담은 글을 게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리수술과 자료, 사진, 피해자의 과거 수술 이력 등은 환자의 동의를 받은 후 게시할 수 있지만 피고인은 이를 누락했다"고 덧붙였다.

 

신해철 씨 수술을 집도한 강세훈 전 원장


피고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강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위장관유착박리술을 하는 과정에서 소장이 유착됐고, 위벽이 약화된 것을 확인했고, 2012년 신씨가 받은 위밴드 수술후 잔존하는 밴드를 살피다가 위벽을 강화하는 수술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에 대해 신씨와 유족에게 설명을 했고, 수술 동의서를 받았다"고 진술해 환자 동의 없이 위축소술을 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피고인 측은 "신씨에 대한 수술을 마무리하면서 위내시경으로 천공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수술 후에도 이런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염증 수치가 다소 높았지만 나중에 안정화됐다"고 설명해 천공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피고인 측은 "장유착박리술을 하고 나면 장벽이 약해질 수 있는데 신씨는 쾌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외부 활동과 과음을 했고, 이로 인해 지연성 천공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피력했다.
 
서울아산병원 의무기록에도 신씨가 과음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게 피고인 측 변호인의 설명이다.
 
피고인 측은 "신씨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3cm 가량의 심낭 천공을 초래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면서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에서도 심낭에 천공이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망인의 음주 등으로 심낭 천공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항변했다.
 
피고인 측은 신씨를 수술한 후 통증, 복막염 소견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백혈구 수치를 수시로 확인했고, 방사선, 초음파 사진상 복막염 증세를 의심할 만한 소견이 없었다는 것이다.
 
피고인 측은 "신씨가 19일 조건부 퇴원했는데 그 후 입원권고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퇴원했으며, 상태가 악화된 상태로 다시 내원해 심정지가 발생했다"고 맞섰다.
 
피고인 측은 업무상비밀누설에 대해 "의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게재한 내용은 신씨 측이 이미 언론에 공개한 것이고, 망인의 유족이 악의적인 명예훼손을 해 부득이한 불가피한 정당방위였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하현국 부장 판사가 "소장천공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수술 당시에는 발견되지 않았고, 지연성 천공, 장벽 약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변했다.
 
한편 신씨의 부인은 공판 직후 "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위축소 수술에 대해 동의를 받았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형사사건에서 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는 진료를 한 의사의 과실이 입증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소장과 심낭의 천공이 의료상 과실에 해당하는지, 수술후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 증상가 나타났음에도 피고인이 추가검사를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여부, 신속하게 전원했는지, 수술 이전에 충분하게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등이 업무상과실치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무상과실치사죄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가눙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들 들어 경추 추간판제거술을 하는 과정에서 척추동맥을 손상해 출혈을 일으켰고, 추가수술을 했지만 뇌경색으로 환자가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동맥 손상이 수술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환자가 기저질환인 당뇨병, 고혈압에 의해 출혈이 발생해 사망한 것이라면 업무상과실치사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 환자의 사망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과실치사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은 유명하다.   

환자는 우측 고관절을 인공고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종교 교리에 따라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 받지 않는 방식(무수혈 방식)으로 수술 받길 원했다.
 
정형외과 의사인 피고인은 환자의 요구에 따라 무수혈 방식으로 수술하던 도중 과다출혈로 인해 범발성 응고장애가 발생, 지혈이 되지 않고 타가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자, 환자 가족에게 타가수혈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환자의 남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으므로 타가수혈을 거부한 반면 자녀들은 타가수혈을 강력히 원하는 등 의견이 엇갈려 확실한 대답을 얻지 못하자 피고인은 수술을 중단한 후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다량 실혈로 인한 폐부종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무수혈 방식으로 수술할 수 있다고 판단한 과실과 응급상황에서 수혈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수혈하지 않은 행위는 피해자와 가족의 승낙에 의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 법원의 견해다.

만약 피고인의 주장대로 신씨가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입원을 거부했다면, 완쾌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외부 활동과 음주를 했고, 이로 인해 지연성 천공이 발생한 것이라면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과 다르게 판단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다음 공판은 11월 18일 오후 3시에 속개한다.

#신해철

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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