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7.11 05:53최종 업데이트 17.07.1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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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비뇨기과 전문의로 사는 삶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 정말 많이 들었어요"

[인터뷰] 김수진, 채지윤 비뇨기과 전문의

ⓒ메디게이트뉴스   김수진 교수(좌)와 채지윤 원장(우)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여자 환자가 이렇게 많은데 왜 여자 비뇨기과 전문의는 많이 없을까 생각했어요. 오히려 경쟁력 있고 비전이 있겠다 싶었죠(채지윤 원장)."
 
"내과와 외과 특성을 담은 과라고 할까요? 단순 처방부터 큰 수술까지 스펙트럼이 넓은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김수진 교수)."
 
비뇨기과를 남성 전문 진료과목이라고 여기던 과거 시절을 지나 이제는 비뇨기과를 찾는 여자 환자가 전체의 1/3 이상, 혹은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다.
 
요실금, 배뇨장애, 과민성방광, 성기능장애, 골반통증후군, 골반장기탈출 등 비뇨기 문제를 겪고 있는 여자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여자들도 비뇨기과를 이용하는 것이 당연해졌고, 여자 전문의를 직접 찾아 진료 받는 환자가 늘어나는 등 인식의 변화가 시작됐다.
 
이와 함께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빛나라 은수'에서 여의사로 등장한 배슬기 씨가 "비뇨기과 의사는 남자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세요.", "비뇨기과 치료는 남자만 받는다는 선입견을 버리세요, 여자도 진료 받을 수 있습니다" 등의 대사를 전달하며 비뇨기과와 여자 비뇨기과 전문의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이에 메디게이트뉴스는 비뇨기과를 전공하고 현재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김수진 조교수(가톨릭대 성모병원)와 채지윤 원장(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의원)을 만나 '여자 비뇨기과 전문의로 사는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수진 교수는 현재 전문의 경력 8년차로, 전공의 수련과 펠로우 2년 과정을 거치고 현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임상 조교수로 일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검진 비뇨기과와 함께 불임부부센터에서 남성 불임을 진료했고 올해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채지윤 원장은 전문의 취득 후 대학병원에서 5년간의 펠로우 생활을 마치고, 지난 4월부터 미즈러브여성비뇨기과의원에서 봉직의로 일하고 있다.
 
그냥 개원도 쉽지 않은데 여성 비뇨기과 전문의가 홀로 개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성만 전문으로 보는 현재 비뇨기과의원에서 채용의 기회를 잡아 일을 시작했다.
 
채지윤 원장은 확실히 대학병원에서 일할 때보다 환자를 많이 보게 돼 케이스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진료 보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왜 전공으로 비뇨기과를 선택했나요?"
 
김수진 - 의대생 때만 해도 비뇨기과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어요. 원래는 수술하는 과를 하고 싶었죠. 그런데 인턴 때 비뇨기과를 경험하면서 관심이 생겼어요. 비뇨기과는 단순히 남성 환자가 많고 질환도 한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소아부터 노인까지 환자 층도 다양하고, 특히 작은 처방부터 작은 수술, 큰 수술까지 내과와 외과를 섞어놓은 것 같아 그게 매력적으로 보였죠.
 
채지윤 - 저도 예정에는 없던 뜻밖의 선택이긴 했어요. 김 교수님처럼 인턴을 하면서 비뇨기과가 내과적인 면과 외과적인 면이 공존하는 것이 흥미로웠죠.
 
그리고 인턴 생활에서 여자나 남자나 나이를 들면서 비뇨기과 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느꼈고, 그래서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정적인 건 그때도 여자 환자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들은 내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나를 반가워해주고, 의지하는 것을 보고 경쟁력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메디게이트뉴스

비뇨기과를 선택하자 가족도, 동료들도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김수진 - 저는 반대까지는 아니었지만 주변에서는 모두 의외라고 했어요. 여자가 비뇨기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이 흔하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전공의 때 환자가 저 말고 남자 선생님을 불러달라고 한 적도 있었어요. 비슷하게 남자 환자들이 여자인 저에게 진료받기를 부담스러워 할 때면 설명을 매우 장황하게 했죠, 환자들이 안심할 수 있게요.
 
그리고 좀 민망한 상황이 연출(?)될 때는 오히려 더 아무렇지 않은 척 뻔뻔하게 했어요, 제가 쭈뼛거리면 환자는 더 민망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이니까 크게 불편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죠.
 
채지윤 - 저는 집에서도, 주변에서도 다시 생각해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비뇨기과 하면 남자 성기만 보는 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달가워하지 않았죠.
 
전공의 시절에는 나이 많으신 분들을 진료할 때 진료와 상관없이 가끔 노골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당황하게 할 때도 있긴 했지만 자주 있거나 크게 힘든 부분은 아니었어요.
 
 여자 환자들도 차츰 비뇨기과를 찾으면서 비뇨기과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수진 - 대학병원은 의원보다 조금 더 중증인 환자들이나 각종 검사가 필요한 경우, 불임·난임 등으로 오는 환자들이 많죠. 그래서 예전에는 여자 남자 비율도 1/3이었지만 이제는 절반 정도를 맞춰가고 있어요.
 
그리고 대학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이미 비뇨기 질환이나 비뇨기과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을 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여자도 남자도 비뇨기과를 찾는 것이 일반 개원가보다는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어요.
 
채지윤 - 지금 직장에서 일하면서 하루에 30~35명 정도를 진료하고 있어요. 그런데 하루에도 5~6번은 '비뇨기과에서 여자들도 진료 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는 이야기를 꼭 들어요. 확실히 대학병원과는 조금 다르죠.
 
그런데 홍보가 많이 된 덕분인지 갈수록 사람들 인식도 변하고 있어요. 특히 제가 일하는 곳은 여자들만 진료를 보기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려와요. 남자들이 남성 비뇨기과 전문의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마찬가지죠.
 
그렇지만 아직도 어떤 환자가 비뇨기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김수진, 채지윤 - 과민성방광, 배뇨장애 등은 혈압약 복용처럼 완치보다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죠.
 
그리고 요실금을 앓고 있다면 방광기능검사를 통해 약물치료와 수술치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꼭 비뇨기과에서 검사를 받아봐야 하고, 과민성방광의 경우 심리적인 영향도 있어 병원에 와서 편하게 증상을 이야기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빛나라 은수' 드라마처럼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조금씩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비뇨기과가 3D과로 분류된 것에 대해.
 
김수진, 채지윤 - 최근 전공의 수가 줄어들어 전문의 숫자도 줄어들다 보니 개원뿐 아니라 종합병원 등에도 봉직의 자리가 많이 생기고 있어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금 한창 지원율이 바닥을 치고 있지만 비뇨기과는 나이가 들수록 환자들도 많아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전망이 좋은 과에요.

비뇨기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로 비뇨기과가 침체기를 벗어나 제2의 부흥기를 맞았으면 좋겠어요.

#비뇨기과 # 여자 # 전문의 # 전공의 # 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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