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3.04 14:22최종 업데이트 19.03.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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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못해도 걱정 마세요~ 우리가 도와줄게요"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의료통역사 벤토 59명 배출…의료진·환자간 소통 도우미

결혼이민여성에게 의료통역서비스를 하고 있는 벤토 김성숙(43)씨.
지난달 5일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산부인과. 중국인 주징(31‧가명)씨가 진료를 받으러 왔다. 그녀는 작년 7월 중국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 정착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아기집을 본 의사는 이씨에게 진료 결과를 설명했지만 한국말을 거의 모르는 이씨는 '네?'라는 말만 반복했다.

"비에 딴 씬, 워먼 후이 빵 쭈니먼라(걱정 마세요, 우리가 도와줄게요)" 당황하던 이씨를 안심시킨 건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서 파견 온 '벤토' 김성숙(43)씨의 말 한마디 덕분이었다.

벤토 김성숙씨는 의료진의 말을 통역해 그녀에게 정확히 전달했고 그 덕에 기다리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매우 기뻐했다. 그녀는 김성숙 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 전했다.

벤토 김성숙씨는 중국에서 온 결혼이민여성으로 현재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서 중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있다. 그녀는 처음 한국에 와서 임신하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을 때 의료진과 소통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본인이 겪은 것처럼 초기에 적응을 못 하는 결혼이민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의 의료통역사 양성과정 공고를 보고 신청하게 됐고 벤토 2기 양성 수료 과정을 거쳐 지금의 벤토로 활동하고 있다.

김성숙씨는 "소통으로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민자분들에게 도움을 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손을 꼭 잡고 감사 인사를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벤토(Vento)는 자원봉사자(Volunteer)와 멘토(Mento)의 합성어로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에서 외국어 통역 자원봉사자를 이르는 말이다.

병원 주변 지역인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동작구 등에는 서울시 다문화가족 인구의 47%에 해당하는 12만30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병원 전체 산모 중 외국인 비율은 2015년 15.6%, 2016년 19.7%, 2017년 20.2%로 계속 늘고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이민 여성은 정확한 통역 없이 진료가 어렵기 때문에 의료통역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59명의 벤토를 배출했다. 벤토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어 실력뿐만 아니라 정확한 내용 전달을 위한 기초 의료지식도 필요하다.

이들은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의료진들에게 벤토 양성과정 교육을 받아 현장에서 의료진과 환자 간의 정확한 소통, 적극적인 치료 환경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

벤토는 언어 통역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정서까지도 전하는 만큼 환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불안해하는 산모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의료진을 대신해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로 병원 산모들의 치료를 도왔고 고향에 있는 친정엄마와 언니처럼 산모의 곁을 지키며 그들의 마음을 진심으로 보듬었다.

지금까지 59명의 벤토가 600명의 결혼이민여성에게 634회, 1000시간 이상 소통을 지원하며 외국인 환자 경험중심 서비스를 위해 노력했다.

나아가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벤토를 작년 8월부터 인근 지역 산부인과 병원으로 보내 한국어가 서툰 결혼이민여성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의료통역사가 없는 인근 병원들의 요청도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취약한 지역사회 산부인과에 파견하여 의사소통으로 인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자 시작했다. 지금까지 중국어, 베트남어, 몽골어 벤토 16명이 인근 5개 병원으로 파견됐으며 번역과 통역 활동을 진행하며 결혼이민여성 산모 약 866명을 지원했다.

벤토는 본원에서와 마찬가지로 환자에게 안내되는 서류를 번역하고 수납에서 진료까지 동행하며 통역을 지원한다. 또 진료가 끝난 후에도 정서적 지지를 통해 멘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벤토의 역할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있는 결혼이민여성에게 사회적 관계망과 네트워크 형성, 모델링을 통한 심리 정서적 안정과 한국 사회 적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실제 벤토의 도움을 받은 결혼이민여성 환자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됐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결혼이민여성에게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보 제공을 했고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뿐만 아니라 암 진단으로 힘겨워하는 분과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어려움까지 이중고를 겪는 결혼이민여성에게도 다시 한 번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일으켰을 만큼 의지와 지지가 되는 심리적 지원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었다. 도움을 받은 결혼이민여성 환자들은 벤토 의로통역 서비스에 대해 만족했다.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사회사업팀 최경애 팀장은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은 의료통역 서비스가 취약한 의료기관으로 벤토 인력을 파견하여 결혼이민여성이 언어로 인한 불편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벤토 양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결혼이민여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윤영채 기자 (ycyoo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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