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6.13 05:21최종 업데이트 19.06.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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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근무 및 교대근무는 과로 요소... 심뇌혈관질환·정신질환·암 등 유발

보사연, 과로 예방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감독하고 의학적으로 노동자 건강 관리해야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슈앤포커스' 제공.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2017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759시간보다 265시간이 더 길고 일본보다도 314시간이 길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최근 과로로 인한 질병·사망·사고 등이 증가하면서 과로가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올해 의료계에서도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센터장과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사망으로 인해 과로에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이슈앤포커스'에서 기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과로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와 과로로 인한 질병 부담, 유병·사망의 인구기여위험도 등을 분석했다. 보사연은 과로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야간근무·교대근무·장시간 노동을 최소화 하고, 과로 사업장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가지고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의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로의 요소는 노동시간의 길이·배치·강도
 
보사연은 과로에 대해 주로 노동시간의 길이와 배치, 그리고 노동 강도 측면에서 평가될 수 있다면서 '몇 시간을 일하는가', '언제 일하는가', '얼마나 쉴 틈 없이 일하는가' 등의 조건이 모두 과로의 요소에 해당한다고 정의했다.

보사연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와 유럽연합(EU)의 노동시간지침은 '주 평균 48시간 이상 근무'를 장시간 노동으로 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18년 노동시간 단축 법에 따라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52으로 단축됐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서는 과로로 인한 업무상 질병의 당연인정기준으로 주 평균 60시간 기준(발병 전 12주 동안의 평균 근로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보사연은 노동시간 배치와 과련해 야간작업이나 교대제 등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한 시간(미국에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기준)에 업무를 하는가'라는 조건이 과로의 요소가 된다고 짚었다. 그 이유로 교대제가 장시간 노동을 하게 만드는 주요 요소로 활용되고 생첼듬을 깨뜨려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동시간의 양적인 측면과 함께 노동을 둘러싼 관계를 과로의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보사연은 최근 대형원에서 발생한 신입 간호사의 자살이나 웹디자이너의 자살을 예로 들며 압축적이고 과중한 업무뿐 아니라 조직 내 괴롭힘 문화도 심리적 부담을 일으키는 과로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보사연에 따르면, 과로 자살을 산재로 인정하는 일본에서는 장시간·고강도 노동에서 비롯하는 신체적 부담과 함께 업무 스트레스, 직장 내 괴롭힘 등 심리적 부담도 과로의 요소로 인정하고 있다.

심뇌혈관질환·정신질환 등은 과로와 유의한 관계

보사연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는 장시간 노동과 교대 근무 등을 '비정상적인 근무 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이러한 유형의 노동이 생체시계 손상과 수면 방해 및 감소를 유발하고 이때 직무 스트레스 요인은 노동자의 피로감, 기분, 활동도 등에 급성 영향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비정상적인 근무 일정'으로 인해 비롯되는 주요 건강 문제로는 심뇌혈관질환, 정신질환, 수면장애, 암 등이 꼽혔다. 보사연은 1990년 이후 국내외에서 출판된 과로에 건강에 대한 논문들에 따르면 장시간 노동과 교대근무로 인한 건강 결과로 심뇌혈관질환, 정신질환, 수면장애, 대사질환, 암, 건강행태 변화, 임신 및 출산 관련 문제, 근골격계 질환 등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보사연은 심뇌혈관질환은 비교적 많은 연구를 통해 장시간 노동이나 교대근무가 질환 발생과 유의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이 일관되게 제시되고 있다고 밝히며 주 55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은 1.13배 높이고, 뇌졸중 발생 위험을 1.33배 높인다는 분석 결과를 인용했다. 

보사연은 정신질환과 관련해 주 평균 35~40시간 근로자에 비해 주 55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자들에게서 우울과 불안 발생 위험이 1.3~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또 수면장애에 관해서는, 수면의 질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하루 11시간 이상의 장시간 근로는 수면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노동과 암 발병 사이의 관련성에 대해 보사연은 연구 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영향을 판단하기에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교대근무와 암 발병 간 관련성에 대해서는 2000년대 이후 연구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2007년에 국제암연구소가 '교대근무는 인간에게 암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자료: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슈앤포커스' 제공.

과로 예방 위한 관리·감독 및 노동자 건강 위한 의학적 관리 필요

보사연은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질병 및 사망에 과로가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2016년 자료를 이용해 인구기여위험도(PAR: Population Attributable Risk)를 산출했다. 보사연은 인구기여위험도란 '해당 노출로 인해 발생한 사건의 분율'이라면서 질병이나 사망의 상대위험도와 노출 유병률로 계산한다고 밝혔다.

과로로 인한 유병 및 사망의 상대 위험도 추정을 위한 메타 분석 결과, 장시간 근로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47.7%, 정신질환 발생 위험을 28.8%, 사망 위험을 9.7%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대근무 근로자는 일반 근로자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2.4%, 정신질환 발생 위험이 28.3%, 사망 위험이 9.9%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유병의 인구기여위험도를 살펴보면,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인구기여위험도가 가장 높은 남성의 연령대는 40대, 여성은 60대 인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40대 남성의 전체 심뇌혈관질환 유병 건수의 약 16%, 60대 여성의 전체 심뇌혈관질환 유병 건수의 약 16.8%가 장시간 노동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사망의 인구기여위험도는 남성의 경우에, 연령에 따라 0.2~2.1%, 여성의 경우에 0.5~3.4%로 나타났다.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슈앤포커스' 제공.

교대근무로 인한 유병의 인구기여위험도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남녀 모두 30대에서 그 비율이 높았다. 교대근무로 인한 사망의 인구기여위험도 또한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았다. 남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사망의 인구기여위험도가 0.5% 미만으로 낮은 반면에 여성은 1.9~4.0%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성인 근로자가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노동하며 보내므로 근로 환경과 근로 조건이 근로자가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생활 환경이라는 점에서 건강과 안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짚으면서 과로로 인한 질병 부담이 낮지 않다는 점을 봤을 때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사연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근무를 공공 부문 및 장치산업 등의 불가피한 영역에 국한하고 장시간 노동을 규제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과로를 막기 위한 국가의 책임있는 관리·감독이 요구되고 노동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의학적 관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과로사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과 처벌을 강화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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