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19 08:22최종 업데이트 23.06.1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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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 언제나 그 자리에 영원히

[칼럼] 장여구 인제대 서울백병원 외과 교수

백인제 박사는 1941년 백인제외과의원을 개원했다. 사진=인제대백병원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지금은 폐원에 대한 기사로 얼룩진 인제대학교 백병원의 뿌리는 민족의 선각자인 백인제 박사가 전 재산을 들여 세운 ‘백인제 외과의원’이다. 당시 세브란스병원과 경성의전 부속병원 등은 외국인 선교사와 국가의 관리 하에 세워진 병원이고, 백병원은 순수한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병원으로 설립 당시부터 90년 가까이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그 이름이 자랑스러운 것이라 생각된다.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는 일제 강점기 당대 최고의 외과 의사로 그의 제자가 나의 조부이신 장기려 선생이다. 백인제 박사는 많은 제자들 중에서 유독 장기려 선생을 아끼셨다고 한다. 장기려 선생은 외과 조수(지금의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백인제 박사가 마련한 자리를 마다하고 평양 기휼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스승과 이별했다. 한국전쟁으로 백인제 박사는 납북되고 장기려 선생은 월남하면서 스승과 제자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백인제 박사는 장기려 선생이 평양으로 이직한 것을 무척 서운해 하셨다. 장기려 선생도 남과 북으로 갈라진 스승과 제자 사이를 평생 안타까워했고, ‘내가 스승님께 큰 잘못을 한 것 같다’는 말도 자주 했다.

장기려 선생은 서울백병원을 본인이 세운 복음병원 이상으로 애정을 갖고 계셨다. 이런 이유로 필자의 백병원에 대한 관심도 어린 시절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서울시 중구, 도심 공동화 현상의 대표적인 지역에서 지역의 유일한 대학병원으로 지역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제대 서울백병원. 지금은 대형병원들에 가려져서 존재감의 미미하지만,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공익 법인 병원이며, 체육계 역사의 큰 축인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지정 병원으로 활약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중구 유일의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역민들의 건강을 책임졌다. 코로나가 정점인 시기에 블루크로스 의료봉사단이 시행한 중구 지역 차상위 계층을 위한 비대면 진료에 서울백병원 의료진이 참여한 것 등 여러 방법으로 공공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재단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지역의 유일한 대학병원을 단순한 경영논리로 폐원하려 한다. 비정상적인 절차와 과정 그리고 아무런 후속 대책도 없는 폐원은 단지 교직원들의 피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병원을 믿고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맡긴 환자 및 보호자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 대한 무책임한 행동이다.
 
일제 강점기 때 세워져 지금까지 국민들의 곁을 지켜온 서울백병원을 몇몇 사람들의 결정으로 폐원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지우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니던 병원을 아들, 딸들이 다녔고, 이제 그 아들은 나이가 들어 아들이 모시고 다닌다. 서울백병원이 문을 닫는다면 이제 그들은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까.
 
그들의 추억이 과거에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 손녀 모두 함께 다닐 수 있는 병원으로 이어지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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