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1.21 08:39최종 업데이트 20.11.2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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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히 헌법에 위배되는 의사 단체행동 금지법, 의사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근로자다

[칼럼]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장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사진=8월 7일 젊은 의사 단체행동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침소봉대, 사실왜곡, 적반하장, 내로남불… 요즘 의료와 관련해 발의되는 법안을 보고 있자면 이와 같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최근 국회에서 앞다투어 의사들을 옥죄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가히 민주주의 국가의 국회에서 발의할 수 있는 법안일까 싶을 정도로 악법의 끝판왕과 다름 없다. 

법안은 의료법에 필수유지 의료행위를 규정하고 이런 행위에 대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마디로 의료인의 단체행동을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근거로 지난 8월 전공의를 포함한 전국적인 의사 단체행동의 결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됐다고 주장한다.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이미 독일,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영국 등 여러나라에서 정당하게 보장된 권리다. 또한 전공의들의 단체행동 중에도 응급실과 필수의료 현장은 전임의와 의대교수들에 의해 차질 없이 지켜졌음을 잘 알고 있음에도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여론몰이식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법리적으로만 보아도 이 법이 악법인 이유, 즉시 폐기돼야 함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첫째, 이 법안은 명백히 헌법에 위배된다. 우리 헌법 제 33조 1항에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돼있다. 또한 헌법 제11조 제1항에 의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 역시 근로자이며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러운가? 의료인이라는 사회적 신분만으로 차별받거나 그 권리를 제한당하지 않아야 함에도 이 법은 노골적으로 의료인의 근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둘째, 필수유지 업무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42조에서는 그 업무가 정지되거나 폐지되는 경우 공중의 생명ㆍ건강 또는 신체의 안전이나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서는 자의적으로 필수유지업무를 지정하고 있으며 그 범위에 대한 조정위원회의 구성 등에 관한 내용도 전무해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필수유지 의료행위의 업무 분야에 대해 전문가인 의료인이 개입할 근거를 전혀 두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셋째, 개정안 발의의 전제가 잘못돼 있다. 의료인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이러한 강제 근로조건에서 양질의 의료가 이뤄질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 

단체행동을 촉발한 원인에 대해 정부는 책임이 없는가? 현재의 불합리한 의료전달체계, 지역간 격차, 필수과 기피현상 등을 만들어낸 그간의 잘못된 의료정책에 대한 성찰과 근본적인 정책개선이 우선돼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지 않을까? 이 개정안 같은 악법은 현재의 불합리한 의료체계와 고질적인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할 뿐이다.
 
의료인들을 코로나19의 영웅으로 치켜세우며 K-방역의 우수성을 자랑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의료인의 기본 권리를 옥죄고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이러한 법안이 거대여당의 국회의원에 의해 버젓이 발의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이 개정안은 13만 의사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계 종사자 전체의 기본권을 위협하고 있다. 의료인이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면, 이는 결국 국민 건강권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의료계의 파업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매도할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의료 정책을 개선하고 과다한 의료 노동을 방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보복성 입법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의료계가, 국민건강이, 시대착오적인 거꾸로 가는 열차를 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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