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5.22 14:04최종 업데이트 20.05.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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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사회적 약자의 위기상황에서도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국내 최초 '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 경기도립정신병원에 올 6월중 설치 예정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내 음압병동.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공공 정신건강서비스 혁신을 위해 국내 최초의 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 설치와 '정신건강 위기대응-회복지원 네트워크' 가동을 위한 관련 조례를 제정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박태희 의원이 발의한 '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체계 구축에 대한 조례안'이 지난 20일에 입법 예고됐다. 이 조례는 국내 최초로 공공의료기관에 '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를 설치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Mental health crisis response center)'는 국내에는 처음 도입되는 개념으로서 급성 정신증상으로 위기에 처한 심리사회적 약자들을 신속히 구조해 인권기반의 밀도 있는 단기 치료 후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서비스로서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최근 들어 보급되기 시작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5월 미치료 정신질환자 응급치료 강화, 응급대응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민간-공공 연대 및 전달체계의 보완 정책을 담은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으며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주도해 경기도립정신병원의 기능을 강화해 재개원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에 따라 지난 3월에 개설신고를 마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에 국내 최초의 경기도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를 설치해 수용 위주의 관습적 정신병원과는 차별화된 지역기반의 병원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 수립돼 왔다.

이 계획은 장기간 지속돼 온 정신보건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할 목적으로 추진돼 왔다.

예를 들어 정신병의 경우 발병이후 첫 치료를 받기까지의 기간이 짧을수록 예후가 획기적으로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는 14개월로서 WHO 권고 기간 3개월의 4배가 넘을 만큼 치료 접근성과 신뢰도가 저조했다.

또한 입원 치료 이후에도 퇴원후 1개월 후 재입원률이 40퍼센트에 달하고 퇴원후 1개월내의 자살률이 일반인구의 10배에 이를 정도로 기존 입원치료의 질 역시 개선될 필요성이 지적돼 왔다.

새로운 경기도립정신병원은 이러한 지표를 개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효율적인 응급입원, 입원치료의 질 혁신, 퇴원이후 사례관리 지속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24시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급성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행정 입원기능을 강화해 치료 사각지대를 메꿀 예정이다.

또한 정신병원에서 관행적으로 행해져왔던 격리, 강박 등의 강압적 처치를 지양하고 철저한 인권기반의 입원치료를 시행하며 단기입원 치료 과정에서 동시에 정신장애 당사자의 사회적 관계망을 복원해 조속한 지역사회 복귀를 추진하는 적극적 회복지원 프로그램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정신질환 당사자 및  가족이 다른 당사자와 가족을 돕는 이른바 동료지원·가족지원 등을 통해 민간과 공공의 사회적 자본이 동원되는 거버넌스형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진보적 모델을 통해 공공병원과 지역사회내 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귀시설, 민간병원간에 유기적인 서비스 전달체계가 수립되고 기존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 및 회복지원 네트워크'를 가동할 계획이다.

새 경기도립정신병원은 총 50병상, 정신과전문의 5인 포함 총 53명의 인력으로 애초에 3월 중 개원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원을 미루고 현재까지 대부분의 치료진이 코로나19 감염대응 사업에 투입돼 왔다.

청도대남병원, 대구미주병원 등의 사태에서 보듯 정신병동이 집단감염에 대단히 취약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수 개월동안 대다수 정신병원에서 신규 입원을 받지 않아 왔으며 그로 인해 응급입원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고 방치돼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문제가 지속돼 왔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의료원과 그 수탁기관인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는 다기관 협력사업으로 지난 3월 23일부터 국내 최초의 '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운영해 왔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최신 시설의 음압병실을 제공하고 경기도정신건강복지센터가 응급환자 이송을 연계하며 경기도립정신병원 치료진이 응급입원치료 및 선별검사를 시행해 음성판정을 받은 환자를 민간병원에 후송하는 이 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40여명 이상의 정신응급환자가 안전하게 입원치료를 받고 위기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또한 경기도내 1만3000병상에 달하는 정신병동으로의 집단감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 정책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약자인 정신질환자들에게 공공 의료 자원이 적극적으로 제공되는 사회통합적 의미를 지니는 사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경기도내 정신응급환자에 대한 선별진료 사업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 될 때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또한 새로운경기도립정신병원은 6월 초 개원과 동시에 응급입원 가동을 개시해 위기상황에 처한 심리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해나갈 예정이다.

한편 경기도에서는 별도의 정신응급예산을 편성하여 북부 권역에도 공공의료기관에 정신응급진료 기능을 확충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이번 조례 발의는 최근 추진되어온 경기도 정책과 맞물려 경기도내 정신건강 서비스가 보다 체계화되고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이용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혁신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경기도정신건강위기대응센터의 서비스 모델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외 여러 정신건강시스템에서 적용될 수 있는 표준적 모범 사례로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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