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4.14 13:54최종 업데이트 24.01.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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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대 김정용 동문(52회)의 의료봉사 이야기

[경북의대 100주년 칼럼]⑪ 김정용 대구 동구보건소장·전 개성공단 협력병원장

경북의대 100주년, 새로운 100년을 위해  

2023년은 경북의대 전신인 대구의학강습소로부터 개교 100주년이 되는 해다. 경북의대는 한 세기 동안 훌륭한 의료인과 의학자를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명문 의학 교육 기관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지금까지 배출된 9000여명의 졸업 동문은 환자 진료 및 의학 연구에 매진해 국내외 의료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북의대는 2023년 8월 27일부터 9월 3일까지 100주년 기념주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메디게이트뉴스는 경북의대 100주년 기념사업 준비위원회와 함께 지나온 100년을 기념하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릴레이 칼럼을 게재한다. 

①권태환 경북의대 학장·경북의대 100주년 공동준비위원장
②박재율 경북대 의과대학 동창회장·중앙이비인후과 원장
③이재태 경북의대 100주년 자문위원단장·경북의대 핵의학교실 교수 
④김성중 경북의대 31대 동창회 수석부회장·대구 W병원 원장 
⑤김용진 경북의대 100년사 간행위원장·경북의대 병리학교실 교수
⑥이원주 경북의대 부학장·경북의대 피부과학교실 주임교수
⑦정한나 경북의대 흉부외과학교실 교수 
김성중 경북의대 31대 동창회 수석부회장·대구 W병원 원장
최병호 경북의대 소아과학교실 교수
⑩권정윤 경북의대 안과학교실 명예교수·뉴경대요양병원 원장
⑪김정용 대구 동구보건소장·전 개성공단 협력병원장 

경대 의대 동기들이 기억하는 나의 모습은 한마디로 '범생‘이다. 공부와 신앙생활이 학창 시절의 전부였고 연구하는 의사로 남고 싶었던 나는 의대 공부를 하면서 인생관이 바뀌었다. 몸을 치료하는 것 못지않게 영혼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명한 의사가 되기보다 봉사하며 사는 삶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며 '개성의 슈바이처, 한국 의료 사에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인물'로 매일신문에서 소개됐다.

국제 감염질환 및 해외 의료 봉사에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물질만 내려놓으면 의료는 진정 고상하다는 소신을 갖고 1999년 초부터 7~8년간 인도 캘커타로 가서 그곳에 사는 교민들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의료 봉사를 했다. 그 당시 인도에 사는 유일한 한국인 의사로서 인도 전역 수천 명 교민들의 의료 상담하는 주치의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는 발열과 근육통이 있으면 감기몸살로 진단 치료하나 그 현장에서는 검사하면 50%정도는 말라리아(+)가 되니 임상적으로는 같은 증상이나 지역적으로 너무 다른 임상결과를 보여줬다. 대부분 국내 의사들이 잘 하지 않는 소외된 감염질환(NTD-Neglected Tropical Disease) 즉 말라리아, 댕구, 지카 등 풍토병에 대해서 캘커타 의대에서 연구하며 수 만 명의 말라리아 환자들을 진료했다. 이 분야의 국제 전문가인 인도 캘커타의대 논띠교수, 태국 마히돌의대 사시톤교수, 옥스퍼드 의대 웰컴트러스트(Welcome Trust)센터의 저명한 화이트 교수 등의 도움으로 말라리아와 관련한 여러 국제 의학 저널에 발표했다. 이 분야로 전공 및 박사학위도 받았고 장차 한국에 도래할 열대의학 및 여행의학의 필요를 대비하고 말라리아에 대해 전문가적 모습을 서서히 갖출 무렵이었다. 

당시 2005년부터 개성공단 내에서 남한 주재원들의 건강을 돌보고 진료할 의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부산의 몇 개 의과대학 수련의들이 몇 주씩 돌아가며 진료했지만 6개월이 지나 한계에 부딪칠 즈음 보수도 없고 알아주지 않는 위험한 장소로의 여러 차례 요청이 있어 자원하는 마음으로 인도를 떠나게 됐다.

"개성병원 이야기를 듣고 인도에서의 활동을 접으면서 나의 결정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후 통일초대석에서 말한 것처럼 인도에서는 환자 진료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곳에서는 북한 의료진과 같은 언어를 사용해 진료활동을 하기가 쉽고 인도처럼 외국인에 대해 의사면허 제한이 없어 좋았다. 개성행을 결심하면서 가족들은 국제 이산가족, 한 가족 세지붕이 돼 경대 의대 간호학과 출신 아내는 인도에서 그동안 하던 일들을 맡고, 두 아들은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게 됐다.

2005년 후반기부터 (재)그린 닥터스 개성협력병원에 7년 이상 상주하며 밤낮으로 외래 및 응급환자 처치, 긴급 후송 등 남한 약 5만 명, 북한 동포 약 30만 명, 총 35만 여명 환자를 무료 진료했다. 진료실 한 켠에는 고배율 현미경을 놓고 여러 감염 균들을 발견하며 말라리아, 결핵, 설사 환자의 현장 진단과 치료를 통한 감염질환 확산을 차단하여 역학적인 면에서도 기여했다.

“국제 의료구호단체인 그린닥터스가 후원하는 개성병원의 원장을 무보수로 맡고 있는 김정용 병원장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몸으로 실천하며 북한 땅 개성에서 새로운 한국 의료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라고 과거 통일초대석에서 말했다. 이처럼 남북 양쪽의료진들이 함께 진료 통해 남북한의 근로자들을 괴롭히는 질병이라는 공공의 적을 대상으로 협력했다. 남북한이 그냥 공허한 교류가 아니라 전문성을 가지고 그 내용으로 교류하고 개성협력병원은 통일 의료의 실험장이 됐다.

처음 진료를 시작할 때는 서로 말을 걸기도 서먹했지만 협력의료의 효자인 X-선 검사를 통해 남북한 의사들이 토론을 하고 서로 힘을 합치면서 그 누구보다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지만 아름다운 일하는 이 장소로 전국에서 여러 병원 및 의료진들이 자원 의료봉사로 방문해서 부족한 영역들과 꼭 필요한 의약품들을 도와주고 남북 통일의료현장을 함께 일궈 갔다.

특히 경북의대 동문인 이상흔 병원장님, 손수상 의료원장님의 방문으로 큰 힘과 격려를 주셨고 대구시의사회에서 진료하며 의료품 전달 위해 김제형 회장님, 김종서 회장님 등 여러분이 방문해주셨다. 송근배 치대 학장님을 중심으로 경대 치대 출신의 치과의사들의 규칙적으로 치과 진료와 의료품 공급을 통해 큰 도움을 주셨다. 이후에 이곳으로 여러 저명하신 분들의 방문 및 격려가 이어졌고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화이자 회장님의 개성협력병원 방문인데, 개성공업지구 김동근 이사장의 초청으로 개성협력병원에서 활동 중인 그린닥터스 재단과 대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이종구 본부장들이 함께 동행했다.

한국 방문 하루 일정 중 오후 전 시간을 내어 제프 킨들러(Jeff Kindler) 회장님은 개성공업지구에 위치한 개성협력병원을 방문, 보건의료서비스를 참관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기원하는 그림을 직접 전달하고 병원 측벽에 걸고 서명하셨다. 개성협력병원 김 원장과 제프 킨들러 회장은 ‘인류가 보다 오래,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셨다. 이날 개성협력병원에는 그와 동행한 화이저의 중진들이 있었는데 이안 리드(Ian Read, 화이자 글로벌 제약 부문 사장), 죠지프 팩츠코(Joseph M. Feczko, 화이자 최고의학책임자)들과 이후도 좋은 관계를 가지게 됐다.

이외에도 매년 수 일간 유학중인 자녀들 방문차 영국 갔다가 개성협력병원에 큰 관심 가지신 영국 상원의원 알톤 경의 초청으로 영국의회 여러 상하원 의원들 앞에서 개성협력병원 사업은 “Build Bridge, Not Build Wall”이라는 중요성을 발표하는 기회를 가졌고 이는  BBC방송 및 국제적인 관심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됐다. 작은 일이지만 아름다운 결실 맺게 된 개성 협력병원의 자원 의료봉사는 어떤 대가를 지불해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이었다.  
 

2008년 두 차례나 수술을 받은 아내의 곁에서 함께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남북을 오가며 진료를 하던 수개월 간은 구로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 전용 의원장을 겸하며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그들을 진료했다. “의료봉사활동은 감춰진 보물을 찾는 것과 같은 활동입니다. 각 국에서 온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 뿐 아니라 그들이 지도자로 커서 이후 자기나라로 가서 크게 봉사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의협신문에 말한 것처럼 2004년부터 문을 열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진료, 검사, 입원 수술을 무료로 시행했다.

4명의 상근 의사 통해 하루 250여명의 환자가 병원에서 무료 진료를 받으며 4년간 약 13만 여명의 환자 치료를 감당해왔다. 사정이 어렵다고 지금껏 지켜온 ‘외국인노동자 전원 무료진료’ 원칙을 깨지 않고 시행하며 이보다 더 열악했던 상황을 이겨냈던 경험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이나 일반인의 후원을 끌어냈다. 이 같은 경험이 기반이 돼 2012년부터 대구의사회에 건의해 의료봉사단이 주축이 돼 이주민무료진료 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수년간 이어왔고 할 수 있는 한 시간을 내어 기여해왔다.

2013년부터 개성 협력병원 업무를 통일부 방침에 따라 다른 병원으로 임무를 위임하고 국내에 잠시 들어와 쉴 틈도 없이 에티오피아 코이카 결핵사업 책임자로 파견됐다. 결핵환자 발견 및 내성결핵 진단위해 시설이 장착된 2대의 이동 결핵 검진 차량으로 수도 아디스아바바 전역에 에이즈 환자를 포함한 고위험 대상자를 방문해 진단 및 치료 사업을 이끌었다. 또한 그곳에 있는 한국에서 세운 명성병원과 국립 경찰병원에 근무하는 여러 아프리카 의사들에게 열대의학을 가르치는 기여도 했다.

“阿 결핵, 게 섰거라. 과거 우리는 한국에 적과 싸우러 갔다. 이제는 닥터 김이 이곳에서 우리의 결핵과 싸워주고 있다" 당시 동아일보 칼럼처럼 에티오피아의 한 보건요원이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하얀 가운의 한국인을 위해 지은 시의 일부였다. 

2014년 귀국하고 몇 개월 후 국립중앙의료원의 초빙으로 여행의학센터 개발 위해서 1년간 자문교수 역할을 했다. 장차 국제 감염 질환을 대비위한 중추적 기관 NMC에서 특히 말라리아, 뇌 먹는 아메바, 리슈마니아 등 8가지 중요 원충(Protozoology)들로 인한 감염질환들에 대한 소개 및 개발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메르스, 지카, 코로나 등 해외감염 질환 유입 시 선제적 대웅에 조그만 보탬이 돼 보람이 있었다.

이후 2016년부터 영하40도의 혹한과 광야의 나라 몽골에 가서 4년간 몽골국립의대 초빙교수로 그곳 의대생과 수련 의사들에게 여러 감염질환에 대해 가르치고 수련시켰다. 특히 결핵, 간염, 성병, 부루셀라증 등에 관해연구 하는 일도 도왔다. 그곳에 사는 수천 명의 교민들에게 질병이 있다면 병원으로 찾아오라고 하지 않고 건강한 나 자신이 직접 방문해 진료 및 의료봉사를 했다. 여러 질병에 노출되고 의료비가 비싸 적절한 치료 받지 못하는 여러 몽골 환자들 위해 무료 의료봉사도 했다.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해 국내 들어왔고 이 시기 의료봉사자로 보람 있는 코로나19 관련 일을 위해 한 중소병원에서 호흡기 전담센터를 열어 이끌었다. 가장 중추적 역할이 가능한 대구 동구보건소장으로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여러 보건소 직원들과 의료진들의 협력으로 역학조사, 코로나 예방접종, 선별진료, 심층 조사, 콜 센터, 확진자 후송, 재택 치료 등 다양한 영역위해 앞에서 이끌며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 터널의 끝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의대 동기 의사의 추천서에 “지난 25년간 국내외적으로 소외된 환자 및 소외된 장소, 소외된 질병들 위한 헌신적 의료봉사를 통해 동포애와 인류애 및 봉사정신을 실천한 이 시대의 진정한 의사다. 모든 의료인의 귀감을 보여주었고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봉사활동은 여러 나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의료의 혜택을 주었고, 특히 남북 의료인들도 개성의 슈바이저로 부르며 그의 뜻에 호응해 동참하는 자발적인 참여들이 있었다. 소외된 해외 풍토병 유입 대비 및 통일이후 생겨날 미래감염질환 대비를 위해 중요한 기여를 했다”라고 기록했다.

'길을 가다 주변에 좋은 것, 귀한 것을 발견하면 내가 찾았으니 내 것'이라 하는 것처럼 '남의 아픔과 고통을 내가 발견했으니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진정한 Finders Keepers(찾는 자, 임자)의 정신으로 장차 국제 감염 질환(Disease-X) 및 통일대비 미래 감염질환 유입을 대비해서 국내 최초로 국제 네트워크를 포함한 선제적 대응 및 조기 진단 및 치료할 국제 감염질환센터를 의대 100주년을 맞이하는 모교 경북의대에서 시작하게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코끼리 발톱을 정기적으로 깎아주지 않으면 발톱이 살을 찔러 작은 감염, 패혈증, 사망에 이를 수 있기에 비록 하는 일이 발톱 깎는 것처럼 작고 미미하지만 코끼리를 살리는 일이다. 이에 의대 동문들이 각자 맡은 역할은 작지만 그 의미는 작지 않음을 기억하고 실천함으로 크게 도약하는 다음 세기의 경대의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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