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1.12 06:24최종 업데이트 17.01.1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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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위에 심평원

"급여기준 따로, 심사기준 따로인 게 현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잇따라 자살한 비뇨기과 의사들은 모두 사마귀 이중청구와 관련이 있을 정도로 진료비 심사잣대가 자의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심평원은 의사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사마귀 제거술이 급여인지, 비급여인지 판단하는 것은 의사의 몫이라는 설명이지만 의료계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보험급여로 청구하더라도 심평원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삭감하는 게 적지 않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안산과 강릉 비뇨기과 원장 2명의 안타까운 소식이 사마귀 제거술 청구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사마귀 제거술의 애매한 급여기준이 다시금 논란이 됐다.
 
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은 사마귀 급여기준을 놓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언급하며 애매한 회색지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평원은 1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마귀 제거술을 급여로 청구할 것인지 환자에게 비급여로 비용을 받을 것인지는 전적으로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사마귀 제거술은 다음과 같다.


 
심평원의 급여기준으로 봤을 때, 만약 사마귀 제거를 위해 환자를 진료할 경우 의사 자신이 그 사마귀가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라고 생각하면 급여로 청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급여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심평원은 '동일부위에 근접하면 2개 이상을 동시에 제거할 때'를 언급하며 범위를 다섯 손가락, 다섯 발가락을 각각 하나의 범위, 손바닥과 손등을 합쳐서 하나의 범위, 발바닥과 발등을 합쳐 하나의 범위로 제한했다.
 
그렇다면 업무 또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손과 발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심평원 관계자는 "손과 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사마귀가 손이나 발에 있는 경우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으로 판명되기 때문에 요양급여기준에 손과 발을 예시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즉 손과 발이 아니고 신체에 있는 사마귀라도 의사가 판단했을 때 일상생활에, 업무에 지장을 준다면 급여로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불어 손과 발이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의사가 판단한다면 비급여로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관계자는 "팔이나 다리, 몸통이라도 의사가 판단했을 때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하면 급여로 청구할 수 있다"면서 "의사는 환자의 직업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팔, 다리라도 업무상으로 불편함이 있다면 급여로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의사의 판단이 사마귀 제거술의 급여와 비급여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가 손이나 손가락에 있는 사마귀라도 아무런 불편은 없지만 보기 좋지 않아 미용 상의 이유로 제거를 원한다고 했을 때와 옆구리에 사마귀를 가진 환자가 통증이 있으며, 옷을 입고 벗을 때 너무 불편하고 아프다면서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준다고 할 경우 등 여러 변수가 많은 진료현장에서 의사들은 아마도 많이 혼란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사마귀 제거술 기준 명확히 개선하라"
 
의사들은 환자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기준에 따라 급여로 청구를 하지만 청구건수가 많아지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비뇨기과의사회 관계자는 "보험 급여 여부를 의사가 판단한다고 하지만 심사 청구건수가 많아지면 심평원의 삭감 대상이 되거나 집중심사가 이뤄진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환자가 팔에 사마귀가 있고 손에 사마귀가 동시에 있을 때, 팔에 있는 사마귀는 비급여, 손은 급여로 청구하면 심평원은 이를 이중청구로 보고 문제를 삼는다고 토로했다.
 
급여 청구도 하고, 환자에게 비급여로 돈을 받은 것을 이중청구로 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급여로 청구하는 건수가 많아지면 심평원에서는 환자를 유인하는 의원으로 보고 있으며, 기준에 따라 급여와 비급여를 구분해 진료하면 이를 이중청구로 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비급여를 급여로 청구했다는 허위청구 의혹을 받아 처벌받게 되면 영업정지로 이어져 아예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성기 사마귀는 급여기준도 없는 내부지침
 
이와 함께 비뇨기과의사회는 성기 사마귀, 콘딜로마(condyloma)의 경우 급여기준이 없어 명확한 고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뇨기과의사회 관계자는 "사마귀의 급여기준 중 콘딜로마의 경우는 아예 급여기준조차 없고 심평원의 내부지침에 따라 심사가 바뀐다"면서 "지금까지 3번 정도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콘딜로마의 경우 부위에 따라 급여비용을 인정하고 있는데, 부위별로 1개의 사마귀를 제거해도 100%, 10개를 제거해도, 100개를 제거해도 100%만 인정한다.
 
같은 부위에 1개가 있든 10개가 있든 100%만 인정하며, 부위 별로 다르면 2개의 경우 50%, 3개 이상은 최대 200%만 인정하고 있다. 
 
음경에 사마귀가 있고, 음낭, 항문까지 사마귀가 있으면 부위가 다르기 때문에 200%까지만 인정한다. 
 
이 관계자는 "콘딜로마는 전염성 바이러스 성매개 질환으로 1개, 2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보통 부위를 둘러싸고 수십 개, 수백 개가 생긴다"면서 "그러나 개수에 상관없이 심평원은 부위별로 급여를 100%만 인정해 형평성에 매우 어긋나는 상황"이라고 질타했다.

실제로 콘딜로마의 경우 정확한 급여기준이 없고 내부지침에 따라 심사를 한다는 말은 꽤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심평원 관계자는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콘딜로마의 급여기준은 고시하고 있는 기존의 사마귀 급여기준과 똑같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또한 비뇨기과의사회는 콘딜로마의 불명확하고 형평성에 어긋나는 급여기준을 정부기관에 수년째 건의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비뇨기과의사회는 명확하지 않은 사마귀 제거 급여기준의 문제점 등을 정리해 복지부, 심평원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뇨기과의사회는 이미 안건을 만들고 11일 내부적으로 공유한 상태이며,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해 정부 측에 개선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뇨기과의사회 관계자는 "사마귀 관련 진료를 할 때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회원들이 힘들어 한다"면서 "이번 긴급 개선 요구안은 기존의 사마귀 제거술 급여기준과 콘딜로마 등 몇 가지 안건들로 구성했으며, 이를 정부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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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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