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2.20 06:16최종 업데이트 17.02.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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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정치 참여와 대선 공약

정치인에 의해 의료정책이 좌우되지 않도록

[칼럼] 배산메디칼내과의원 김홍식 원장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가 결정된 후 조기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지금 특별검사의 조사가 진행 중이고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정치권에서는 탄핵이 확정될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5월 이전에 조기 대선이 열릴 것으로 판단한다.

대선 후보들이 아직 공식적인 선거 캠프를 꾸리지 않았지만 후보가 전국을 순회하고 대선후보 토론이라는 TV 방송에 출연하고 언론 인터뷰에 나오는 등 대선 후보들은 실질적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하였다고 봐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움직임에 맞추어 사회 각 분야에서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선거지원단이 결성되고 있다. 의료계도 예외가 아니아서 적지 않은 의사들이 여러 조직으로 나뉘어 대선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저수가 의료 환경이 지속되며 의료가 왜곡되는 현실이니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는 보건의료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의도로 의사들은 오래 전에 정치세력화를 선언했었다.

하지만 지역의사회에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과 교류하는 등의 지협적인 활동에 그쳐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는 아직 선언적인 의미를 벋어나지 못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기 대선에서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의사들은 대선 지원단에 참여하여 주로 보건의료 분과를 담당하지만 대선 켐프에서 의사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보건의료에 관한 전문적인 조력이 아니라 보다 많은 동료 의사의 표를 모아오는 것을 원한다. 보건의료 분야 선거공약을 의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책담당 참모들이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보니 보건의료 분야 공약은 보장성을 확대하고 국민 보건의료비 부담을 경감한다는 것이 주류다.

국민들의 추가 부담없이 보장성이 확대되고 국민 부담이 경감된다면 어느 누가 반대할까마는 보장성 확대와 본인 부담 감경이라는 공약을 실현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좋은 말만 공약으로 제시하며 국민을 현혹하는 것이다.

진료비 본인부담금 50% 인하, 지역 건강보험료의 대폭 인하, 공공의료를 50% 이상 확보, 심지어 무상의료까지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사회주의 성향의 보건의료 공약들을 토해내고 있는데 건강보험 재정 규모를 감안하면 이런 공약들은 그야말로 현실성 없는 '空約'이다.

기존 공공 의료기관들의 누적 적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진주의료원 사태에서 보듯이 공공의료기관을 국민 혈세로 떠받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갈등도 심하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다가선 우리나라에서 재정 부담 문제를 논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퍼주겠다고 유권자에게 약속하는 것은 공인으로 무책임한 일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필자는 의사협회에 아쉬움이 있다.

총선과 대선에 대응하는 관리 프로그램이 없는 점이다. 선거 지원단에 참여하는 의사 회원이 개인적으로 판단하여 그것을 의료계의 요구라고 정치권에 전달하는 상황이니 협회 차원의 조직적으로 선거 관리가 없는 셈이다.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회의 몇 번 한다고 협회의 정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협회가 선거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회원의 관심을 유도하고 적절한 교육을 통해 보다 많은 의사들을 정책으로 무장하여 활용할 때 지금 보다 훨씬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선거 관리가 가능한 것이다.
 
의사협회가 이번 조기 선거에 대비하여 의료정책연구소 산하 미래정책기획단(기획단)이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 제안'을 만들어 대선 후보들에게 의사협회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저출산 문제, 고령화 사회 문제, 통일시대 대비, 의사인력 수급 문제, 의료전달체계 문제, 실손보험 문제, 보건부 독립과 질병관리청 신설 등에 대한 의사협회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의료제도 위한 정책 등을 추가적으로 기술하였는데 내용을 보면 대선 공약 정리가 다소 산만하고 아직 내부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책까지 기술한 점이 걸린다.

대선 후보 측에서 보고서의 일부만 발췌하여 이용한다면 자칫 의료계가 원치 않는 선거 공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의사협회의 공식 입장이라면 보다 간결하고 일관성 있게 정리된 정책으로 상대에게 명확하게 의도를 전달할 필요가 있는데 이번 보고서에 이런 점이 부족하여 아쉬웠다.

그만큼 의사협회와 의사 회원들이 선거에 임하는 준비가 부족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대선 운동은 실질적으로 시작되었다. 선거 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당선에 혈안이 된 대선 후보들이 실현 불가능한 선거공약까지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여 국민들 앞에 제시할 것이다.

정치꾼들은 본인의 정치적 야욕과 감투를 위하여 무조건 대선 후보의 공약을 지지하며 눈도장 찍기에 급급하겠지만 전문가라면 전문분야의 공약에 대해서 최소한의 기본자세는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방적인 보건의료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의료가 심하게 왜곡되어 가는 점을, 국민들이 필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는 점을, 과도한 의료 규제로 의사들은 소극적으로 진료할 수밖에 없는 점을 그로 인해 진료의 불확실성만 높아지는 점을 대선 후보 진영에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

과거 대선 과정에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공약으로 제시되었던 의약분업이 대선 이후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의정 관계가 악화되고 국민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야 했다.

잘못된 공약이 잘못된 정책 추진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이런 선례를 경험으로 선거운동에서 제시되는 보건의료 공약들은 철저하게 검증하고 걸러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의사협회는 물론 개인 의사회원들도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보건의료 공약과 정책 추진이 현장 경험이 전혀 없는 정치인들의 손에 의해 좌우되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 이것이 의사협회가 선언한 진정한 정치세력화의 기본이다.

#김홍식 #대선 #정치세력화 #의약분업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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