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2.20 07:47최종 업데이트 19.02.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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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 산삼약침 암 치료 광고에 혹해 3420만원 지불했지만 암세포 퍼져 사망…법원, "치료비·위자료 지급하라"

부당이득금 소송 5년간 진행 끝에 "S한방병원, 4260만원 지급" 판결

"산삼 유효성분 의심되고 농도 턱없이 낮아…암 치료 효과 근거 부족한데 허위과장광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간암 말기 환자에게 산삼약침을 권유한 S한방병원이 치료비 전액 3420만원과 위자료 840만원 등 총 426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산삼약침 유효성분의 농도가 기준보다 턱 없이 낮았고 암 치료나 호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병원은 모든 암에 산삼약침의 효과가 있는 듯 광고하고 부적절한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5년만에 이뤄진 이번 판결이 한의학계와 말기 암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9일 환자 측이 제기한 S한방병원 사건과 관련한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1월 28일 이같이 판결했다.  

말기암 환자, 3420만원에 산삼약침 치료 받았지만 암이 온몸에 퍼져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의 아버지 정씨는 2012년 4월 강원도의 한 병원에서 건강검진 결과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원고는 서울아산병원에서도 같은 진단을 받아 가족들과 상의해서 항암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운영하는 한방병원 홈페이지를 발견했다. 

당시 홈페이지에는 피고 병원에서 개발한 ‘산삼약침’에 든 진세노사이드 Rg3, Rh2, compound K 등의 성분이 “종양세포의 자연사멸을 유도해 항암효과를 낳고 암세포의 전이와 재발을 방지한다”고 소개했다. 이 병원은 ‘세계적 학술지가 증언하는 진세노사이드 항암효과’라는 근거 논문을 소개했다. 또한 이 병원은 ‘이 한방병원의 면역치료는 암세포만 죽이고 면역세포는 활성화시키는 놀라운 표적 항암치료로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각각의 신체 부위에 개별적으로 혹은 동시에 투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암이 전이된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경구투여는 약들이 소화, 흡수된 뒤 전신혈관을 통해 이동하지만 산삼약침은 경혈, 혈맥에 직접 투여해 약이 현저히 빠르게 몸에 흡수된다’, ‘항암 방사선 수술로는 암을 극복하기 힘든 이유’, ‘암보다 강한 면역’ 등을 광고하고 있었다. 

원고는 한방병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암 치료방법과 완치 및 호전사례 등을 신뢰했다. 2012년 5월 8일 정씨와 피고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시작했다. 당시 피고는 "산삼약침은 산삼엑기스에서 추출한 진세노사이드 성분으로 제조한 약이다. 이를 정맥에 직접 투입하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등 효과가 탁월하다. 간암 말기 환자를 완치한 사례가 여럿 있다. 일단 12주 프로그램을 해보자. 산삼이 고가이므로 약침의 가격이 상상외로 비싸다"라고 하면서 치료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그러나 정씨는 1차 치료 프로그램을 마치고 2차 치료 프로그램이 진행했지만 건강상태가 악화됐다. 이 과정에서 원고는 1차 치료프로그램비로 2376만원, 2차 치료비로 1044만원 등 총3420만원을 지불했다.  

정씨는 2012년 9월 24일 마지막 내원 후 피고의 약침치료를 중단했다. 서울아산병원 및 내과 등에 내원해 확인한 결과 암이 온몸으로 퍼져 1~2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판정을 받고 그 해 12월 17일 사망했다. 

"산삼약침 유효성분 농도 턱없이 낮고 효과 입증 어려워"

산삼약침은 주사기에 약침 10cc를 넣고 정맥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그외에 100cc링거에 약침액을 넣어 시술하는 방법과 1cc짜리 작은 주사기에 약침을 넣어 경혈자리에 시술하는 방법도 있다.  

재판부가 피고 제출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인삼 또는 산삼에서 추출한 사포닌 성분인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암세포를 대상으로 한 세포실험이나 쥐 등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종양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다른 장기로의 전이를 막고 항암치료제 독소루비신(Doxorubicin)에 의한 고환독성을 방어하는 등 일정한 정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봤다. 피고가 공동저자로 있는 논문에는 암세포의 일종인 인간 신경교종 세포를 10μM이상 농도의 진세노이드 Rg3 성분에 노출시켰을 때 세포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돼있다. 

하지만 문제는 적정한 농도와 직접적 효과 입증이 어려운데 있었다. 피고 논문에도 Rg3 농도가 10μM 미만일 때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돼있다. 편평세포폐암 환자와 비소세포성폐암 환자에 대한 증례보고서에는 편평세포폐함 환자의 경우 종양의 성장을 일시 억제시키는 효과는 있었지만 결국 환자가 사망했다. 비소세포성폐암 환자는 직접적 효과 입증이 어렵다고 보고됐다.  또한 약침학회는 혈액 내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직접 투여되면 혈전이 유발돼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재판부는 “산삼약침이 효과를 내려면 일정한 농도 이상의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함유돼있어야 한다. 피고가 제출한 논문들은 유효한 약침 성분함량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산삼 원료가 맞나, 부당하게 약물을 희석한 것은 아닌가"   

재판부는 피고 논문에 기초해 유효 함량을 추정해봤다. 재판부는 “60kg 성인 남성 혈액을 4.68L라고 볼 때 10μM의 농도를 유지하기 위한 Rg3은 3.67mg이다. 약침 1회 정맥주사량이 10cc이므로 여기에 3.67mg의 Rg3 성분을 투여하기 위한 약침 농도는 367mg/L가 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하지만 앞서 본 산삼약침 성분분석표 상의 어느 것도 이 정도 함량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Rd, Rh1 등 다른 진세노사이드 성분을 고려하더라도 산삼약침은 신경교종에 크게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씨에 대한 치료효과가 전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간암을 비롯해 다른 암에도 별 효능이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의료인이 처방하는 약물 등에 유효성분 함량이 적절해서 치료효과가 있다는 것은 그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고 의료에 관한 전문가인 의료인이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피고가 제출한 산삼 열수추출물(피곡 주장한 산삼추출물)과 약침인 SR-Masal의 성분함량 비율을 검토하면 열수추출물이 Rb1 함량이 Rg3보다는 2배 가깝고 Rh2보다 155배나 높았다. 반면 SR-Masal는 오히려 Rb1함량이 Rg3의 6%, Rh2의 42%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낮다”라고 했다. 

이어 “SR2 약침 성분 함량이 열수추출물에 비해 1000분의 1정도에 불과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조제한 산삼약침이 과연 산삼 등을 원료로 조제한 것이 맞는지, 부당하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약물을 희석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라고 했다.  

산삼약침에 산삼 성분이 들어있지 않고 맹물에 가깝다는 JTBC 방송도 언급됐다. 재판부는 “열수추출물과 함께 약침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그런데 의뢰한 이 약침을 실제 사용된 약침에 비해 Rg3 성분이 4~5배 더 많고 SR2에서 검출되지 않은 Rh2 성분이 검출됐다”라며 “사후에 조제해 성분분석을 의뢰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 산삼약침에는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함유돼선 안된다는 약침학회 입장까지 고려하면 한의학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암에 효과있는 듯 광고…부적절한 완치 및 호전사례 제시"

재판부는 “피고 홈페이지에 게시한 증세 호전사례는 의학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적절한 방법으로 게시됐다. 산삼약침이 항암 작용을 나타나기에는 농도가 너무 낮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산삼약침이 진세노이드 성분으로 인해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죽이고 면역세포는 활성화시켜 모든 암에 효과가 있는 듯 광고하고 의학적으로 부적절한 방법 등으로 완치 및 호전사례를 공고한 것은 명백환 허위과장광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치료비 전액인 3420만원과 위자료 1000만원 중 840만원 합계 426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법정 이율과 관련해 2015년 9월 30일까지는 개정 전 규정에 의해 연 20%,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을 맡았던 법무법인 지우 장성환 변호사는 “오랜 재판 끝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감개무량하다. 상대방 측이 산삼약침의 효능을 주장하면서 많은 논문들과 성분분석서 등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판사가 꼼꼼히 논문 등을 검토분석하고 허위과장됐다는 사실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전국적으로 산삼약침과 관련한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임에도 5년이라는 오랜 재판끝에 나온 판결이라 그 동안 피해를 막지 못한 건 아쉽다”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산삼약침의 허구성이 널리 알려져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약침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점검해보길 기대해본다”라고 밝혔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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