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1.23 05:39최종 업데이트 17.01.2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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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센터'라는 지평선의 끝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30시간-③편

이국종 교수(외상센터장) 인터뷰

©메디게이트뉴스
 
"외상센터라는 지평선의 끝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외상센터라는 것은 이래야 한다는 극한의 값을 보여주고 싶어요."
 
경기남부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외상외과 이국종 교수의 말이다.
 
권역외상센터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사라지더라도 사람들이 기억할 만한 외상센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국종 교수의 말에는 안타깝게도 희망보다는 자조가 커보였다. 
 
2011년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기 이전부터 중증외상환자를 전담해 치료할 수 있는 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이국종 교수.
 
현재 전국에 권역외상센터가 16개 지정되고, 9개가 개소했지만, 그는 권역외상센터가 세계적 기준에 맞추지 않고 지금의 응급의료시스템 체제로 간다면 앞으로도 가망이 없다고 관측했다.

"외과의사가 게이트키퍼해야 한다"
 
최근 13개 대학병원이 전원을 거부하는 바람에 6시간 만에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한 ‘2살 김민건 군 교통사고 사건’으로 권역외상센터의 문제점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전담전문의 부재, 수술실·중환자실 부재, 무분별한 전원, 환자 수용 거부 등 다양한 문제점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은 지난해 국감에서 권역외상센터 중증외상환자 3526명 중 85명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부당하게 다른 기관으로 전원됐다고 지적했다. JTBC는 외상전담전문의가 외상환자보다 일반 외래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며 당직근무도 조작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국종 교수는 "권역외상센터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외상환자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외상외과 의사가 필요하다"면서 "외과의사가 최전선에 나서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활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증외상환자를 전담하는 외상센터에서는 기존의 응급의료시스템과 같이 응급의학과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외과의사가 나서서 디시전 메이킹(decision making)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전담전문의 모두는 외상환자에 대한 응급실에서의 초기 처치 교육인 ATLS(Advanced Trauma Life Support, 외상전문처치)교육을 이수했으며, 전담간호사들은 간호사 버전인 ATCN(Advanced Trauma Care for Nurses)을 이수했다.
 
외상센터 전담전문의라면 누구나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외상센터, 세계적 기준에 맞게 차별화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기존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은 보통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되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차로 환자를 보고 필요한 과를 호출한다. 그러면 해당 과 전공의가 와서 환자를 본 후 다시 전문의(교수 등)를 호출해 수술에 들어가는 등의 의사결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은 실제로 몇 시간, 아니 하루 이상이 걸리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술실이나 중환자실, 전문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시 환자를 전원 보내는 일도 허다하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만 해도 전체 환자 중 40%가 전원으로 오는 환자로, 6시간이 지나서 온 환자, 12시간·하루 이상 걸린 환자가 이송되기도 한다. 
 
이국종 교수는 "기존의 응급의료시스템으로 움직인다면 외상센터의 차별성은 없다"면서 "시간이 간다고 해서 모든 것이 그냥 자리를 잡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주대병원이 미국 UC샌디에고 Trauma Center(외상센터) 모델을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세계적 기준에 맞춰야 한다"면서 "외상센터만큼은 한국적 색채가 아닌 패러다임을 바꿔야 미래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국종 교수는 "정부가 예산을 들여 권역외상센터를 만들고 지원하고 있지만 이대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일각에서 나오는 '권역외상센터에 지원하는 금액의 일부를 응급의료센터에 투자한다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맞을 수 있다"면서 현 시스템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외상센터의 끝을 보여주고 싶다"
 
수술중 실습하는 의대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교육중인 이국종 교수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곳곳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액자로 붙어있다.
 
"Focus on the positive and the negative will fall into place, Adversity begins opportunity."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결과는 긍정적일 것이며, 역경은 기회의 시작이다."
 
아주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출범하자 미국 UC샌디에고 Trauma Center(외상센터)의 라울 코임브라(Raul Coimbra) 센터장이 직접 방문해 남긴 말로, 이국종 교수가 늘 마음에 새기는 말이다.
 
이국종 교수는 "그럼에도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열심히 하고 싶다"면서 "매일 촌각을 다투는 외상센터 식구들도 지치지 않고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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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jhhwang@medigatenews.com)필요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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