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0.16 06:07최종 업데이트 23.10.1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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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분만 유지하려면 연간 8억6600만원 소요…저출산에서 정부 지원 없인 '불가능'

대한산부인과의사회 50차 추계학술대회 개최…"거액 분만사고 감당하려면 국가가 배상금 80% 책임져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제50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산부인과가 분만을 포기하게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한 분만사고 배상금 80%를 국가가 책임지고 분만수가를 현실적으로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정부가 필수의료 붕괴 문제 해소를 위해 의사인력을 확대하려는 기조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실제 배출된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선택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5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50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저출산·의료사고 거액 판결 등 악재 겹친 산부인과…전공의 중도 포기율 17%로 늘어나

산부인과의사의사회는 올해 합계 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최근 뇌성마비 신생아를 분만했다는 이유로 12억과 16억 등 거액의 배상 판결이 나와 큰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분만 청구 없는 전체 요양기관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분만 청구가 없는 산부인과 의원 비율은 82%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장은 "그간 분만병원 중 분만을 그만두더라도 수술실을 계속가지고 있는 병원은 분만병원으로 분류가 됐다. 이번에 수술실 CCTV로 수술실이 있는 병원에 대한 집계가 진행되면서 분만건수가 제로였던 분만병원들이 갑작스럽게 노출된 거다. 사실상 분만 청구 건수가 없는 병원은 분만을 포기한 병원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 수를 늘리려는 대책을 발표하려 한다. 10년 전 산부인과 의사 수가 약 3000명이었다. 지금은 산부인과가 6~7000명 된다. 출산율도 훨씬 높았는데도 10년 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를 늘린다고 해서 산부인과를 선택해 분만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정말 묻고 싶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산부인과 전공의의 중도 포기율은 2017년 15%에서 올해 8월말 기준 17%로 늘어난 상황이다.

김 회장은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를 포기하고 바로 미용이나 성형으로 빠지는 젊은 의사들이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도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50%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

만 인프라 유지하려면 무과실 의료사고 국가 책임 강화하고 분만수가 400% 인상해야

산부인과의사회는 이러한 열악한 현실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분만사고 소송 손해배상 금액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분만사고 소송 손해배상 금액이 이렇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최저임금 상승과 기대여명 증가로 인한 개호비 상승이다. 2010년대 들어선 개호비로만 10억이 넘고 있다. 앞으로 2030년대가 되면 총 배상액이 20억이 되는 판결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누가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할 수 있겠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근 국회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을 통해 무과실 분만 사고에 대해선 정부가 산모에게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해당 법에 따르면 의료사고 발생 시 자동개시되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무과실 분만사고라고 결정하면 최대 3000만원을 보상하도록 하는데 사고 결과로 들어가는 막대한 개호비용(간호·간병비용)을 감안하면 3000만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김 회장은 "보호자와 피해자 입장에서는 3000만원을 받지 않고 의료소송으로 가면 10억 규모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소송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산부인과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한 번, 의료소송 과정에서 두 번 조사를 받고, 배상은 천문학적 금액을 내야 한다"며 "한 번 10억 규모의 의료소송에 휘말리면 개인 산부인과는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런데도 정부는 산부인과 개원 숫자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는 통계 자료를 잘못 해석했기 때문이다. 분만병원 하나가 문을 닫으면 그곳에서 일하던 의사 10명이 나와 다른 병원에 취업하거나 일부는 개원을 하기 때문에 개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행위는 다른 사건들과 달리 가해를 하려다 결과가 발생한 게 아니고 산모를 도와주려다 발생한 것인만큼 공공의료의 영역으로 보아야 한다며 판결 금액의 80%를 국가가 책임지는 획기적인 저 출산 대책을 마련 할 것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이와 더불어 근본적인 분만 수가 개선 대책도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2월초 산부인과를 살리겠다고 분만 수가가산을 약속한 이후 10월이 넘어가는데도 어떤 구체적 대책도 전무하다"며 "감염병이 사라진 마당에 감염병 정책 수가, 안전 정책 수가, 지역 수가 등 사탕발림으로 허송세월 한지도 한해가 다가고 말았다. 복지부는 더 이상 분만 현장의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꼼수 부리지 말고 분만 수가에 12억 배상 판결을 반영한 위험도 상대 가치를 반영하여 분만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저출산 심화로 매년 4%의 출생아가 감소할 경우 2030년에는 약 17만7000명이 출생한다는 예측이 나옴에 따라 산부인과가 분만 병원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분만비가 400% 인상돼 20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2003년도에 병원급 질식 분만의 보험 기준 수가는 11만5880원이었고, 2022년도에는 58만3790원으로 5.03배가 증가했다. 의원급 질식 분만의 보험 기준 수가는 11만5880원에서 67만1660원으로 5.79배 증가했다. 

보험 기준 수가에 분만 병원 종별 가산을 추가하면 실제 건보공단에서 분만 병원에 부여한 분만 보험 급여비를 산출할 수 있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분만 진료비는 75만8927원이었고, 의원급에서는 77만2409원으로 가장 높다.

분만실은 임산부 응급실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분만과 상관없이 24시간 운영이 돼야 하는 곳으로 24시간 분만실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근무해야 하는 최소 인력은 산부인과 전문의 2인, 간호사 7인 및 지원인력 1인이다. 

이들의 최소 1인당 인건비는 연간 산부인과 전문의 2억4000만원, 간호사 5000만원, 지원인력 3600만원으로 계산하면, 산부인과 전문의는 총 4억8000만원, 간호사는 총 3억5000만원으로 연간 8억66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분만 병원에서 연간 8억6600만원의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상된 분만 수가 기준으로 특별시 및 광역시에서는 연간 분만이 700건이 이루어져야 하고, 비광역시에서는 500건의 분만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러한 분만 건수는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국내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수치로 분만실 유지를 위한 신설 수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체계적인 분만 인프라 지원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안에 가시적인 정부 정책이 없다면 분만 현장의 의사들과 함께 전국적인 산부인과의 분만실 폐쇄를 포함한 중대한 결정에 대하여 논의를 시작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목소리 높였다.

이와 더불어 의사회는 태아 출산 전까지 총 7회만 급여를 지원하는 현 임산부 초음파 급여기준도 임산부의 유산 방지 등을 위해 검사 지원 제한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김재연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두 개로 갈라져 있는 산부인과의사회를 통합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산부인과개원의사회와 소통을 통해 하반기에는 통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고, 통합산부인과로 거듭나도록 하고자 노력하려 한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열린 대한개원의협의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김재유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회장은 이 같은 산부인과의사회의 제안에 대해 "방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는 것 같다. 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공평하게 두 개 의사회를 모두 해체하고 온라인으로 직접 투표를 거쳐 산부인과의사회를 다시 결성해야 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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