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2.23 12:38최종 업데이트 20.12.2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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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 박리다매 운영 수가구조는 생각하지 않고 코로나19 병상만 내놓으라는 정부, 민간병원이 공공재인가

[칼럼]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

OECD 병상수 통계자료. 

[메디게이트뉴스] 국회와 청와대는 최근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 문제가 발생하자 임대료 감면법을 발의했다가 사유재산 침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 반면 의료기관들은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마치 당연하다는 듯 강제로 병상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같은 모순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민간 병원들은 사유재산이 아닌가? 

지난 19일 정부는 40여개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에 긴급행정명령을 내렸다. 민간 병원들이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한 병실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자 강제적인 명령을 했다. 민간 병원들이 병실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못한 이유는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들에 대한 치료를 못하는 것도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다.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는 시설과 장비와 인력에 3배 이상 지출이 발생하는데 여기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한 시설 장비 중에 병원이 음압설비, 에크모 등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여러 대를 평소에 보유해두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환자가 없을 경우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14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금 우리나라에 중환자 병상이 전체가 1만개가 넘는다. 정부가 코로나19 중환자진료를 위해 확보한 병상은 200개가 조금 넘는데, 2%정도밖에 안 되는 병상을 확보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라며 "전체 가용한 병상 중 극히 일부만을 갖고 환자가 대규모로 생기는 상황에 대응을 하다 보니 병상이 부족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은 정부가 병상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고 그 배경에는 병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하기를 꺼려하는데 있다. 병원들이 병상을 내놓지 않는 상황이 병상 부족 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상수가 많다는 지적에 숫자는 맞을지 몰라도 현실은 틀렸다. 인구 1000명당 병상수를 조사한 OECD 통계를 보면 영국은 2.4, 미국은 2.9 영국은 2.4 이탈리아는 인구 1000명당 4.1병상이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한 나라이다. 일본은 현재 하루 20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해 의료대란을 걱정하고 있다. 일본의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13.0개이다. 국내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12.4로 보고돼 서구 나라들에 비해 병상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중환자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병상수는 많아도 중환자 병상이 부족한 이유는 왜곡된 건강보험 제도와 수가 결정제도 탓이다. 민간 병원들은 정상적인 의료행위로는 의료기관을 운영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박리다매'를 위한 입원실 증가에 다른 환자수와 입원일수 증가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곧 병원들의 병상수 과잉을 유발하면서 중환자 치료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게 했다. 

한때 영국 사람들은 각자의 발코니나 창문에서 일선에서 고생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진들을 응원하기 위해 다함께 손뼉을 치는 캠페인을 벌였다.  NHS는 평소 의료진 확충 및 재정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호소했고, 영국 정부도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결국 바이러스 팬데믹이 영국 공공의료의 곪았던 고름을 터트려 코로나19 확산세의 진원지가 됐다.

국내 코로나19 대응 문제를 보면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코로나19 치료는 물론 의료정책 해결책에 나서는 의료기관이 사유재산인지 공공재인지 분명히 구분하자는 것이다. 민간 병원이 코로나19 대응으로 환자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손해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제대로 보상책을 마련해주지 않아 병원이 망하면 누가 책임져야 하나? 

또 다른 하나는 정부와 의료인 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대구 코로나19 폭증 때 의사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건강 수호에 열성적으로 나섰다. 현재도 전국 의사들이 대한의사협회 재난의료지원팀을 통해 자발적인 진료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도 국민이고, 누구도 정부로부터 배신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기 마련이다. 토사구팽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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