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6.16 05:46최종 업데이트 15.06.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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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검사 가로막는 보건소들

의심환자 보내도 정부 지침 안맞는다며 퇴짜

"의사가 임상적 판단 못하는 나라가 대한민국"



오산한국병원 조한호(좌측) 병원장이 추무진(중앙) 의협 회장에게 안심병원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메르스 의심환자들을 보건소에 신고해 PCR 검사를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가 정해놓은 검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돌려보내고 있다.
 
정부와 보건소가 메르스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15일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오산한국병원(병원장 조한호)을 격려차 방문했다.
 
오산한국병원은 지난 5월 22일, 25일 두 차례 단순 발열 증상으로 응급실 외래 진료를 받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경유한 의료기관이다.
 
메르스 의심 환자가 중국으로 출국해 그 곳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한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오산한국병원은 메르스가 의심되는 외래환자가 오면 격리된 호흡기진료실에서 진료한다.


환자 2명이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내원환자들이 반토막 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9일 격리된 의료진 10명이 전원 무사히 복귀했고, 현재까지 메르스 '청정병원'을 유지하면서 상황이 점차 호전되고 있다.
 
이날 추무진 회장이 병원을 방문하자 경기도의사회 현병기 회장, 오산시 보건소 관계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런데 안심병원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부끄러운 공공의료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의료진은 메르스 의심 환자가 내원하면 방호복 차림으로 진료한다.


병원 조한호 병원장과 보건소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병원장 "보건소가 메르스 예방을 위해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보건소 "의료 상황이 열악하다. 봉직의사들이 고령화됐다. 의사를 구할 수 없다. 심도 있는 진료를 하고 싶어도 인력이 없다"
 
추무진 회장 "지역 보건소에서 메르스 선별진료소를 설치하면 개원의들을 그곳에 파견해 자원봉사하기로 시도의사회 회장들과 내부적으로 방침을 정했다"
 
보건소 "그렇게 해주면 좋긴 한데…."
 
병원장 "외래진료자 중 메르스 의심환자를 보내면 보건소에서 적극적으로 PCR 검사를 해 달라. 하루 몇건 정도 검사를 하나?"
 
보건소 "어제 3건했고, 오늘은 지금까지 1건 했다. 검사 기준에 맞는 대상이 거의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의심환자를 전원 PCR 검사하지 말고 일정한 기준에 맞으면 검사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예들 들면 발열과 동반되는 폐렴 또는 급성호흡기증후군(임상적 또는 방사선학적 진단)이 있으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14일 이내에 중동지역을 방문한 자,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서 증상 14일 이내에 메르스가 '2인 이상' 유행한 의료기관에 직원, 환자, 방문자로 있었던 자 등에 한해 검사하라는 것이다)
 
병원장 "메르스 검사는 포지티브(양성 반응)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목적이 크다. 병원은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외래환자가 있으면 보건소에서 검사 받으라고 보낸다. 그런데 보건소에서 검사를 많이 안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민들이 더 불안해 하는거다"


오산병원 조한호 병원장

병원장 "차라리 음성이 나오면 편하게 다닐 수 있는데 검사를 받지 못하니 더 불안해 한다. 나는 의사니까. 그래서 조금 더 증상을 넓혀 검사해 달라"

보건소 "정부 지침이라 어기기 힘들지만 조금 넓혀서 3명, 1명을 한거다"

병원장 "질병관리본부에서 왜 검사를 아끼나?"

보건소 "검사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병원장 "단지 그렇게만 생각하나"

보건소 "너나 할 것 없이 할까봐 그렇게 하는거다"

병원장 "외래환자 중 메르스가 의심되면 보건소로 보내는데 40% 정도는 검사를 안해주는 것 같다.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하겠나. 적응증을 좀 더 넓게 잡아서 하루에 10건 이상 검사해 달라"
 
보건소 "(자체적으로) 많이 완화시켰다. 두건이든 세건이든 검사 대상이 안된다. 열이 많다고 해서 보건소로 보내면 안된다. 병원에서도 외래환자에게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의뢰하도록 돼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천의료원 송형곤 응급의료센터장도 보건소가 PCR 검사를 막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에 따르면 젊은 여자 환자가 39.7도의 열과 호흡기계 증상, 흉부 X선 사진상 폐렴 소견을 보였다.
 
그는 환자가 중동지역 여행이나 기타 의심, 또는 확진환자와 접촉한 병력이 없었지만 갑자기 폐렴까지 급속 진행한 것이 조금 의심스러워 RT-PCR검사를 하려고 보건소에 연락했더니 의심 환자로 볼 수 없으니 검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선 의료기관은 메르스 확진도 못하고, 검사하는 것조차 보건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만일 지금과 같은 환자가 확진환자일 경우 뒷감당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답답함으로 호소했다.
 
특히 그는 "질병관리본부에도 전화했지만 보건소의 지시를 따르라고 한다"면서 "환자를 본 의사가 임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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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욱 기자 (cwahn@medigatenews.com)010-2291-0356. am7~pm10 welcome. thank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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