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8.28 07:53최종 업데이트 21.08.28 08:52

제보

CCTV보다는 의료계의 미래를 위한 신뢰와 자정의 기회를

[칼럼] 이태연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국회 본회의 통과 절대 반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8월 23일 법안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개정안은 25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30일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안규백, 신현영 의원에 의해 발의된 개정안은 거대야당을 통해 사실상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어서 의료계, 특히 외과계의 반발을 낳고 있다. 외과계 의사단체들로부터 긴급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들어본다. 

(글 싣는 순서, 마감순)
①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②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
③이태연 대한정형외과의사회장 
④박국진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기 직전이다.

필자는 일주일의 반을 수술실에서 지내는 정형외과 의사로서, 우리 의사들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에 대해 먼저 우리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진료를 받고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실에서 만나는 환자에게 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있어 나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없이는 마취 하에서 이른바 완전 무장해제된 상태의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없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 역시 몇 번의 크고 작은 수술을 몸소 경험했던 터라, 환자로서의 그 신뢰의 감정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과 국민들 입장에서 수술장에 CCTV까지 설치해가면서 감시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얼마나 크나큰 불신의 경험이 있었기에 그럴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 보건대 환자들이 수술실CCTV를 통해 감시하고 싶어 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일 것이다.
 
첫째는 본인이 원하는 의사가 수술을 하고 있는지, 둘째는 수술실 내에서 의료 사고와 같은 문제가 될 만한 행위가 없는지일 것이다.

첫번째 사안은 대리수술에 관한 것으로써 환자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의사들도 동의하는 문제다. 본인이 원하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하는 것, 즉 대리수술이라 함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며, 이것은 의료계의 자율적인 규제와 징계권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자율정화특별위원회’라는 기구를 구성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두번째 사안이 어려운 문제다. 수술실 내에서 일어나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함으로써, 환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수술하는 외과의사의 등 뒤에서 감시하며 얻을 수 있는 것이 신뢰를 바탕으로 최선의 수술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것 보다 더 많을 것인가? 이미 의료기관에는 CCTV로 기록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은 기록과 증거물들로 가득 차 있다. 한 사람의 진료를 위해 초진기록지부터 시작해 경과기록지, 수술기록지, 마취기록지, 퇴원요약지 등 모든 것을 차트에 기록하고, 이러한 차트의 기록과 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처벌까지 받는다. 특히 수술에 대한 기록은 더욱 그러하다. 만약 이러한 기록들조차 신뢰할 수 없다면 CCTV를 설치한들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신뢰로 성립된 관계이다. 환자는 무한한 신뢰를 가지고 자신의 신체를 의사에게 맡김으로써 진료의 시작이 되는 것이고, 의사는 그 신뢰의 바탕 위에서 환자를 치유의 과정으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의사들 또한 이런 신뢰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 내의 자율 규제 기능을 확립해 일부의 일탈된 의사들을 단호히 배제하고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하며 환자와의 신뢰관계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의 저수가 정책과 병원 내 의료 인력 문제 등 만성적인 의료계의 문제점들은 해결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이러한 정책이 추진된다면 앞으로 의료계 특히, 외과계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지금도 낮은 수술 수가와 높은 인건비 부담, 그리고 의료 소송으로 점철돼 사기가 떨어진 외과계에 어떤 의사 후배들이 지원할 것인가?  

수술실 CCTV를 통한 불신과 감시보다는 의료계의 미래를 위한 신뢰와 자정(自淨)의 기회를 환자와 국민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간구하는 바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자료실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