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08 14:52최종 업데이트 24.01.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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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응급의학과 의사 폭행당해 "촌놈 의사 말투 건방지다" "촌병원서 무슨 CT검사냐"

주취자 난동으로 강릉 병원 응급실 마비, 경찰도 속수무책…정신적 피해 호소 후에도 의료공백으로 당직 중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강원도 강릉시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 근무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가 주취자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A씨는 환자 진료 중 봉변을 당해 상해를 입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의료인력이 부족한 지방 병원의 특성상 휴직도 하지 못한 채 또다시 밤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메디게이트뉴스 제보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A씨는 지난 7일 새벽 12시 18분경 강원도 강릉시에 위치한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취객에게 폭행을 당했다.

열악한 지방 병원에서 홀로 당직을 서던 A씨는 사건 당일, 낙상에 기인한 두부 혹 진료를 위해 119를 통해 한 여성이 응급실로 이송돼 진료를 시행했다.

A씨는 두부외상에 대한 검사를 위해 CT촬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으나 해당 여성과 함께 동행한 B씨가 갑자기 욕설을 하며 난동을 피우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촌놈 의사가 말투가 건방지다", "촌 병원에서 무슨 검사를 하느냐"며 욕설을 섞어 A씨를 비난했다. 그리고 적법한 진료 중이던 A씨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는 등 폭행을 가했고, 그 즉시 응급실은 아수라장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병원 응급실에는 약 4~5명 정도의 환자들이 진료를 받고 입원해 있었으나 해당 난동은 약 1시간 정도 지속됐다.

A씨는 "업무가 완전히 마비돼 환자들은 도망을 가려 했다. 이후에도 응급실 밖에서 환자들이 이송돼 왔으나 내부에서 난동이 벌어져 응급환자들이 대기해야만 했다"며 "응급실에는 의사가 나 혼자였고, 보안요원도 없어 그 소동을 완전히 혼자 감당해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특히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응급실 재원 중인 환자는 물론 이후 내방한 환자에 대한 진료는 모두 엉망이었다"며 "가해자인 B씨는 계속 병원을 서성이며 진료를 방해했는데 경찰은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A씨는 해당 사건 이후 타박상으로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무엇보다 해당 사건 이후 잠에 들지 못하는 등 정신적 피해가 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그는 "다시는 밤 근무를 하지 못할 것 같고 너무 두렵다.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너무 심하다. 과거에도 의사에게 욕설을 하거나 난동을 피우는 환자를 많이 봤지만, 본인이 직접 맞은 적은 처음이다"라며 "당장 휴직을 하려 했으나 작은 시골 응급실이다보니 의사인력 부족으로 그마저도 어렵다. 내가 일을 쉬면 다른 의사들이 더 고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씨가 근무하는 병원은 응급실 의사가 5명으로 교대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1명이라도 일을 쉬면 의사 4명에서 24시간 응급실을 지켜야 해 사실상 응급실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A씨는 "지역사회에서 홀로 밤을 지키는 응급실 의사들에게 주취자의 폭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국민 건강에도 중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한다"며 "밤에 일하는 의사들도 누군가의 가족이다. 환자의 생명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사람들인데 의사를 같은 인간으로 봐주시고 결코 때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A씨는 B씨에 대한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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