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7.31 07:05최종 업데이트 23.07.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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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길 열린 DTx·의료 AI, '대박' 터뜨릴 발판될 수 있을까

건강보험 적용 기반 사보험·해외진출까지 확장 기대감…“넘어야 할 산 많아” 신중론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디지털 치료기기와 인공지능(AI) 의료기기에 대한 건강보험 등재 방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보험 적용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관련 기기들의 보급·사용이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한편에선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신중한 반응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AI 의료기기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9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기술 특성에 맞춰 건강보험에 임시등재 방안을 적용할 예정이며, ‘혁신의료기술’을 활용하는 경우 최대 3년의 사용기간 내에 건강보험 임시코드를 부여해 한시적으로 수가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후 의료기술평가 등을 거쳐 정식등재 시 급여 여부 및 수가가 최종 결정된다.
 
또 디지털 치료기기, AI 의료기기는 신청 시점에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보험자 부담10%·환자본인부담 90%)로 선택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사행위료와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로 보상으로 구분하며, 행위료는 처방에 따른 관리·효과 평가를 보상한다.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료는 원가, 신청금액,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위원회에서 기준금액을 결정한다. AI는 유사 범주별로 분야를 구분해 기존 수가에 추가(add-on)형태로 보상할 계획이다.
 
공보험→사보험 확장 기대…해외진출 시에도 도움
 
이 같은 복지부 발표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일단 반색하는 모습이다. 급여 적용이 국내외 의료현장에서 관련 기술의 보급을 확산하는 기폭제가 돼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강성지 디지털 치료기기 분과장(웰트 대표)은 “디지털 기술이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보험자가 보장해 주는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보험이 심사 평가를 거쳐 보장을 해주는 것인 만큼 사보험 시장까지 열리는 기반이 될 수 있다”며 “해외 진출 시에도 국내에서 급여 적용이 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경제성을 설명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의료AI 업체 관계자도 “영세 업체들의 경우 급여 수준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의료 AI나 디지털 치료기기는 국내 시장만으로는 어렵고 해외 진출을 해야 한다”며 “급여 적용을 통해 국내 의료기관들이 이런 제품들을 사용할 명분을 만들어 주고, 이를 통해 해외 진출 시 쓸 근거 자료를 만들 수 있단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정식등재 시 평가 등 거쳐야 할 과정 많아
 
반면 가산 수가 수준 등 세부적인 내용이 결정되기 전인데다 법 개정, 3년 후 정식 등재를 위한 평가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채널이 생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AI 의료기기의 경우에는 가산 수가를 주겠다고 했지만 얼마를 주겠다는 얘기가 전혀 없다. 가령 1%만 가산해준다고 해도 가산이긴 한데 그게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기기는 혁신의료기술로 평가를 받아서 급여나 비급여를 받더라도 결국은 3년 뒤에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떨어지면 끝”이라며 “현행 신의료기술 평가 유예 제도를 받는 것과도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 발표에 따르면 급여 비급여 여부 결정 등을 비롯해 여러 요소들은 보험급여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기도 하다”며 “실제 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정부 부처 중 어디가 깃발을 들고 나설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특성 고려한 ‘정액급여’ 필요
 
급여와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에임메드 정경호 디지털치료기기 본부장은 “급여로 간다면 정부에서 10% 지원을 받긴 하지만, 50% 이상 전면적 지원이 아닌 이상 의사나 의료기관은 급여를 선택하지 않을 걸로 본다”며 “회사 입장에서 기준 금액은 동일한 상태에서 급여, 비급여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어 “결국 급여든 비급여든 이득을 따지기 보다는 어느 쪽이 의사들에게 더 많이 처방되고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절충안으로 정부가 일정 금액이나 일정 비율 이상을 지원해주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강성지 분과장은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의 특성을 고려한 ‘정액급여’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디지털치료기기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 의료기기는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수인만큼 정부가 급여로 보장하는 금액은 정액으로 제한하더라도 환자본인부담금 부분에 대해선 업체에 일정 정도 자율성을 주자는 것이다.
 
그는 “현재는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가 정률로 묶여있어서 총 가격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액제도를 통해 정부가 보장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보장해주고 나머지 환자본인부담 부분은 업체가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이어 “애초에 꾸준한 업데이트가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고려하면 총액 가격이 고정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정액급여를 통해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향후 해외진출 시에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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