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3.04 06:37최종 업데이트 20.03.0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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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침사망 사건 한의사 유죄 이유...응급상황인데 가정의학과에 뛰어가지 않고 진료까지 기다려, 119도 늦게 연락

한의사 4억7000만원 배상 판결 ①응급조치 미비 ②에피네프린 등 준비에 소홀 ③설명의무 위반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같은 사건에 연루된 두 의료인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엇갈린데 대해 의료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19일 한의사 봉침을 맞고 아나필릭시스(anaphylaxis) 쇼크에 빠진 여교사의 응급처치를 돕던 가정의학과 의사 A씨에 대해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한의사 B씨는 4억7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둘에 대한 판결이 엇갈린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 측이 가정의학과 의사 A씨에게 과실이 있다고 주장한 부분은 응급조치 미비에 관한 주장이었다.
 
즉, 한의사 B씨로부터 협진 요청을 받은 후 즉시 아나필락시스 발생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에피네프린 투여, 응급심폐소생술, 119지원요청 등의 조치가 취해졌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A씨가 B씨로부터 처음부터 응급상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봤다. 사건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B씨는 A씨의 의료기관으로 뛰어가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였고 의료기관에 들어간 이후에도 진료를 기다리느라 약 1분50초가 경과한 후에야 A씨와 나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정황상 A씨는 B씨로부터 응급상황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에피네프린 사용도 심정지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적 사용이 불가하고 환자 상태를 확인한 후 사용할 수 있었다"며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아나필락시스로 판단 후, 자신의 의료기관으로 뛰어가 에피네프린을 가져온 A씨의 의료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에피네프린을 투여한 이후에도 덱사메타손(스테로이드), 푸라콩(항히스타민)을 투여하고 계속 환자 상태를 관찰했다. 또한 응급주사약물이 빨리 투여될 수 있도록 250ml 생리식염수와 정맥주사 링거도 준비하는 등 철저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재판부는 만약 이 같은 상황에서 A씨의 의료과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의해 과실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현행법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자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법원은 "A씨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니고 사망환자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였다"며 "A씨의 응급처치로 인해 환자가 사망했다고 해도 A씨에게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A씨는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의사 B씨에 대한 법적 쟁점은 △사전 피부검사 미실시 △응급조치 미비 △산소호흡기, 기관삽관장비, 에피네프린 등 준비 소홀 △설명의무 위반 총 4가지였다. 이 중 재판부는 피부검사 미실시를 제외하고 모두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B씨는 환자의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A씨의 의료기관에 걸어가고 A씨의 진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등 시간을 소비했다"며 "119구급대에도 곧바로 연락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B씨는 아나필락시스 발생에 대해 협진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에 대비한 필요 조치도 준비하지 못했다"며 "봉침 시술로 인해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고 응급조치 지연시 사망할 가능성과 한의원에 응급조치가 불가하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설명의무 위반의 경우, 단순히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뿐만 아니라,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로 환자 사망과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다만 “환자가 비만세포증이라는 특이체질로 인해 봉침에 과민 반응했다”는 B씨의 주장도 일부 받아들여졌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비만세포증으로 인해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 어려워 B씨의 책임 제한에서 고려한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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