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31 12:56최종 업데이트 22.03.3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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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대면진료 병원·의원 모두 참여 주저하는데…정부는 "오미크론 위험성 낮아졌다?"

감염 우려·시설 확충·추가 인력 등 부담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의협, 치료제 보급 이후 단계적 확대 주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환자의 대면진료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동네 의원들은 참여를 주저하며 울상을 짓고 있다. 병원급도 30일부터 대면진료가 가능한 외래진료센터 신청이 시작됐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의료현장의 사정이 고려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이 진행되다 보니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일선 현장의 주장이다. 특히 의료계와의 협의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기준 맞출 수 있는 의료기관 적어…참여 저조 예견된 수순 

앞서 지난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환자의 외래진료센터 신청대상을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병원급은 3월 30일, 의원급은 4월 4일부터 신청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재택치료자를 대면 진료하는 외래진료센터 279개소를 지정해왔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 코로나19 증상이나 호흡기계 질환을 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골절과 외상, 타 기저질환 등을 다루는 병원과 한의원까지 외래진료센터로 지정해 확진자를 대면 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다만 참여 의료기관은 대면진료가 가능하도록 코로나19 등 진료가 가능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고 감염을 대비해 별도 시간과 공간 등을 활용해 진료를 해야 한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외래진료센터는 최대한 (확진자와 비확진자 간) 시간이나 공간을 분리하고 사전에약을 통해 관리해달라"면서 "내원 환자는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의료기관은 소독과 환기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같은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의료기관도 많지 않은데 다 방역의 어려움이 큰 것에 비해 보상이 크지 않아 참여 의료기관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현재 동네 의원 중에서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추가로 의사를 더 고용해서 대면진료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 곳이 몇 군데나 될지 의문"이라며 "제도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코로나 대면진료가 이뤄진다면 비코로나 환자들의 일반 진료에도 차질이 생기고 일반환자들도 크게 감소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시의 경우 일부 참여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지방만 내려가면 현실적으로 참여가 가능한 곳이 거의 없을 것이다"라며 "대면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이 우선시 돼야 한다. 특히 의료기관들에게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려 혼선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도 "궁극적으로 비대면진료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대면진료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일주일 격리기간도 있는 상황에서 골든타임이 있는 질환이 아님에도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성급하게 필요한 제도인지에 대해선 고민이 드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신속항원검사 등 지금까지는 의원급의 코로나 진료 참여를 의협도 독려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코로나 환자들의 진료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협도 성급하게 진료참여를 권고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측에 의료계의 어려움은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급 신청 시작됐지만 모두 눈치보기만…논의 과정 편향적 지적도

일각에선 협상 과정에서 일부 단체들만 참여해 논의가 이뤄지다 보니 비정상적인 결과가 도출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병원급은 어제(30일)부터 외래진료센터 참여가 가능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2차 중소병원 진료과장으로 근무하는 A씨는 "이번 대면진료 확대 논의 과정에서 정부는 일부 과 단체들과만 만나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 특히 2~3차 병원 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논의에서 소외됐다. 논의 구조부터 잘못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병원급의 외래진료센터 참여가 가능한 상태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소병원협회 조한호 회장은 "현재 상황으로 봐선 의료진, 동선, 장소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아직은 조금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많다. 지금은 준비 단계"라며 "당장 급작스럽게 시작하다 보면 오히려 기존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병원급은 의원급과 달리 면역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위중한 환자들도 많이 오기 때문에 함부로 참여를 결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설, 장비, 의료진과의 상의 등을 거쳐 천천히 준비하겠다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코로나 상황을 지켜보면서 감염병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도가 높아지고 치료제가 더 많이 보급된 뒤 단계적으로 대면진료를 확대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현재는 국민과 의료진 모두 코로나 대면진료에 대한 수용도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로 당장 급작스러운 변화보단 단계적인 의료 대응체계 전환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우선 경구용체려제 등이 많이 보급돼야 하고 어느 정도 감염의 우려가 줄어 격리기간도 감소하는 등 여러가지가 뒷받침돼야 이번 제도를 잘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신광철 부회장은 "참여 의료기관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정말 정부가 진행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의지가 있다면 문구 조정이 시급한 상태다. 코로나19를 감염병 1급으로 유지한 상태에서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도 적절한 묘수 없이 '할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식의 현재 상태론 답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환자들의 우려를 줄여준다는 의미에서 감염병 급수를 2급으로 낮추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며 "향후 대면진료 수가가 적절하게 책정되는 문제도 참여 의료기관 수를 결정하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 

반면 정부는 오미크론 위험이 낮아졌고 방역수칙만 지킨다면 감염관리가 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브리핑에서 "확진자와 확진 아닌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진료받는 게 불안함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감염을 관리하고 방역수칙을 지키면 전파를 막을 수 있는지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미크론의 위험이 낮아졌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서로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의료현장과 계속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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