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6.04.29 09:15최종 업데이트 16.04.29 09:15

제보

보험약가에 우는 혁신 신약들

제약사들 "심평원 경제성평가 불합리"


 
"혁신신약을 커피 한잔 값으로 낮춰도 통과할 수 없다."
 
심사평가원의 '경제성평가'를 두고 제약업계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경제성평가는 신약이 보험약가를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비교 약제'보다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된 약제를 비용효과적인 가격 수준에서 보험급여하는 것이 평가 개념이다.
 
제약사는 신약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된 약가를 받아내고자 임상데이터를 갖고 경제성평가에 도전하지만, 실제로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평가의 고정된 산식이 다양한 약제 상황을 반영하기에는 불완전하고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한 사례를 보자.


 
'항암 신약C'는 '항암 신약B' 혹은 '기존 치료제A'와 병용하는 약물이다.
 
'항암 신약C'는 '기존 치료제A'보다 약가(1년 3천만원)가 저렴하면서도 생존기간(4년)을 2배 더 연장했다.
 
'항암 신약B'는 '기존 치료제A'와 약가(1년 4천만원)는 같지만 생존기간을 1년 연장했다.
 
누가 봐도 B와 C가 A보다 비용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 경제성평가의 계산식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평가의 핵심논리가 '전체 치료비용'과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약 B와 C는 전체 치료비용(1억 2천만원)이 늘어난 생존기간 만큼 증가해 A(8천만원)보다 4천만원이 더 든다.
 
즉, 생존기간 전체에 대해 기존 약제와 비교되므로 오래 살리는 약제일수록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산식 때문에 항암제의 주요 가치인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하고도 보험등재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가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다.
 
여기에는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비용효과성을 계산할 때 신약의 효과(기존 치료제와 비교한 삶의 질 보정된 생존기간)를 분모에 놓고, 분자에 기존 치료제와 비교된 치료비용을 둔 후 ICER(Incremental cost-effectiveness, 점증적 비용 효과비)값을 계산한다.
 
이 'ICER'값이 보험이 정한 기준인 'ICER 역치'보다 낮아야만 비용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와 보험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ICER 역치값을 대부분 1인당 GDP(25,990$, 약 3천만원)로 제한하고 있어 신약의 ICER 값이 3천만원을 넘으면 비용효과적이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다.
 
노바티스 고수경 전무는 "ICER 역치값이 형편없이 낮으면 생존율을 아무리 늘리고, 약값을 커피값 정도로 내려도 비용효과적이라는 결론이 안나온다"면서 "퍼제타 비급여 결정이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ICER 역치값을 하나로 고정하지 말고, 질병의 중증도나 의약품의 혁신성을 고려해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의 ICER 역치값은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캐나다 등의 국가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김성호 전무는 "경제성평가의 특성상 일정 수준의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음에도 과도하게 ICER 역치값에 의존한다"면서 "제도의 경직성이 결과적으로 비급여 결정의 주요 사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무는 "경제성평가 시스템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영국 역시 ICER 이외에 건강관련 삶의 질 지표, 의료기술의 혁신성, end of life 조건 여부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급여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비교약제 선정의 문제다.
 
비교약제는 비교할만한 등재의약품이 있는 경우 이들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을 비교대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위의 사례에서 신약B와 C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암제 도세탁셀과 비교했는데, 추가병용 약제처럼 평가 방법으로 약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한 약제는 경제성평가특례나 위험분담제 등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기존 약제에 추가 병용하는 약제는 치료비용이 기존 약제 비용에 더해지므로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됐다 할지라도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설명이다.
 
김 전무는 "특히 생명연장 효과를 보이는 약제는 투여기간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총 치료비용이 늘어나 기존의 ICER 역치값을 수용할 수 있는 신약의 가격 수준을 평가하게 되면 추가 병용하는 요법이 기존 요법보다 저렴해야만 급여가 가능해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신약 # 약가 # krpia 노바티스 # 제약 # 치료비 # 메디게이트뉴스

송연주 기자 (yjsong@medigatenews.com)열심히 하겠습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