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2.24 06:09최종 업데이트 21.02.24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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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면허 취소법은 의사 평등권 침해 "변호사는 영리 목적 법인 설립 가능, 의사는 불가"

변호사는 의사에 비해 법률사무에서 독점적 지위...의사와 본질적 동일성은 변호사 아닌 약사, 이번 대상에 빠져

[칼럼]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변호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에 정부는 "의료법 개정안은 변호사, 회계사 등의 결격사유와 유사해 전문직종간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률상 의사와 변호사의 직종간 본질적인 동일성은 없다. 변호사는 영리 목적의 법인 설립을 허용하고 의사들은 법인 설립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므로, 오히려 변호사가 의사에 비해 법률사무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 굳이 비교한다면 의사는 변호사보다 약사 직종에 아깝다. 그런데 왜 변호사에 빚대 의사는 이번 의료법 개정안 대상에 포함하고 약사법 개정안은 별도로 논의되지 않을까. 

의료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 대표발의(2020. 6. 22. 의안번호 제833호), 박주민 의원 대표발의(2020. 7. 13. 의안번호 제1824), 강선우 의원 대표발의(2020. 8. 21. 의안번호 제3138), 강병원 의원 대표발의(2020. 9. 28. 의안번호 제4320) 4건의 법률안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가 통합·조정한 대안이다.

변호사가 의사에 비해 법률사무에서 독점적 지위 

우선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 결격사유에 대한 비교집단으로 변호사를 정했지만, 비교되는 집단 간에 본질적인 동일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6일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했다. 당시 변호사법에 영구제명을 두고 있다는 이유로 의사에 대해 면허영구취소를 신설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논의가 있었다(제382회국회, 보건복지위원회회의록 제3호 참조)

하지만 법안소위 위원들이 변호사법 제90조 제1호의 영구제명이 신설된 배경을 알고 있었다면 그런 불필요한 논의가 없었을 것이다. 국회는 2000년 법조비리를 척결하고 재판·수사기관과 변호사와의 유착관계 등을 근절하기 위해 영구제명을 변호사법에 신설했다. 1998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 소속 법관 15명이 판사 출신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건이 발생해 법관 5명은 정직, 1명은 견책, 3명은 사직했다. 1999년에는 대전에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관, 검사, 경찰관 등 2백여 명에게 사건알선료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해 판사 2명과 검사 6명이 사직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변호사 1명만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다. 

법안소위 위원들은 의사와 변호사를 비교하면서 결격사유 등을 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변호사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의 종류를 직무 관련 범죄로 제한하지 않은 변호사법을 의사 등과 달리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해서 직무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그 독점적 지위가 법률사무 전반에 미친다고 보아 평등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19. 5. 20. 선고 2018헌마267 판결 참조). 

평등은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본질에서 같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금지된다. 본질에서 다른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대우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때의 동등성은 동일성의 의미가 아니라 비교가 가능한 것을 가리킨다. 비교될 수 있으려면 먼저 비교의 준거가 있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의료인에게 3년마다 실태와 취업상황 등에 대한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의료법 제25조 제1항의 의료인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의료와 보건지도 등의 의료행위를 하기 때문에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직무로 하는 변호사와 업무의 성격과 특성이 전혀 달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14. 6. 26. 선고 2012헌마660 판결 참조).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의 의미는 본질에서 다른 변호사와 의사를 다르게 취급하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있고(자의금지원칙), 합리적 이유의 핵심은 변호사가 의사에 비해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의사와 비교해 구체적으로 어떤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음을 원칙으로 하면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법인, 민법 또는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법인 등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의료법 제33조 제1항). 특히, 의료법인은 법인의 설립, 정관변경 및 기본재산 처분에 관해 그리고 법인의 해산 시 잔여재산의 처분에 관해 시도지사의 허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의료법 제48조), 민법상의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의료법 제50조). 따라서 그 성격상 비영리 재단법인에 해당하며 의료법인의 설립자의 자격을 의료인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의 법무법인 설립을 제한하고 있어 의사와 비교해 법률사무에 관해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 할 것이다.

변호사는 공동으로 법무법인 설립 가능, 의사는 불가  

법원은 의사의 의료행위는 국민보건의 보호증진에 기여함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사회통념상 의료행위가 주목적인 의료기관의 개설운영행위를 상법 제23조 소정의 영업이나 부정경쟁방지법 제1조 소정의 상거래에 해당한다거나 그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사를 상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1983. 6. 10. 선고 83나274 판결 참조). 이 판결은 의료기관의 개설운영행위를 상거래에 해당하거나 상법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아 일차적으로 의료기관의 운영에 있어서 영리추구성을 부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법원이 변호사 역시 상법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상인적 방법에 의해 영업을 하는 자’라고 볼 수 없어, 변호사는 의제상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대법원 2007. 7. 26. 2006마334결정 참조)했지만, 변호사법은 의료법과 달리 변호사들이 그 직무를 조직적·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법인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법무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처한다는 이유로 법무법인 제도를 창설했고 변호사들은 공동으로 법무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변호사법 제40조).

반면 의료법은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또는 의원만을 의사가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의료법 제33조 제2항 단서), 의사들은 조합적 형태의 동업으로만 공동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법인은 법주체성이 확립돼 법률 관계가 명확해진다. 그리고 개인과 법인의 경리가 구분돼 기업형의 합리적 경영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법인 고유의 자산축적이 가능하여 설비 등에 다액을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다. 변호사는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대응해 그 업무를 조직적․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법인의 설립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의사들은 공동으로 법인설립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과 운영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변호사가 의사와 비교해 독점적 지위를 가진다 할 것이다.

의사와 본질적 동일성이 있는 비교집단은 변호사 아닌 약사 

의사와 본질적인 동일성이 있는 비교집단은 오히려 약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약사는 의료법 개정안의 '의료인'에는 포함되지 않고 별도로 약사법에서 논의돼야 한다.

약사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국민 보건과 관련된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점, ▲약국은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당연지정제의 적용을 받아 요양급여비용 심사제도의 규제를 받는다는 점, ▲의사와 동일하게 취업현황 등을 신고해야 한다는 점 등에서 유사한 성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약사법 제5조 제4호는 약사면허 결격사유로 약사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의료법, 형법 제347조(거짓으로 약제비를 청구해 환자나 약제비를 지급하는 기관 또는 단체를 속인 경우만 해당한다. 이하 같다), 그 밖에 약사에 관한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했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로 정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규정된 결격사유와 모두 일치된다. 

헌법재판소 역시 다른 전문직과 달리 약사에게만 업무수행을 위한 법인 설립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써 평등권이 침해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의사는 법인의 설립을 원하는 경우 비록 재단법인의 형태라 하더라도 의료법인을 설립해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약사와는 다른 취급을 받고 있다고 보고, 의사와 약사를 동일한 비교집단으로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02. 9. 19. 선고 2000헌바84 전원재판부 판결 참조). 

이 같은 의견을 종합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개정안의 평등권 침해로 인한 국민 건강권, 의사의 평등권 침해 및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가능성 등에 관한 철저한 심사를 해야 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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