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2.05 09:18최종 업데이트 16.05.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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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의 이단아들

'의사과학자 육성 사업 활성화 심포지엄' 개최

의사과학자 지원 및 투자 확대 필요성 공감

#1 병원에서 바쁘게 수련하던 중 모교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존재조차 생각나지 않던 동기 녀석이 실험실 가운을 입고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시야에서 사라졌다 싶더니 면역학교실에 남아 있었다.
 

졸업 직후엔 다른 길을 선택한 그 녀석의 모습이 뚝심 있어 보이고, 돈벌이는 과연 될까 하는 측은함이 교차했지만, 어느 순간 잊혔던 것 같다.

 

#2 병원에서 수련을 받게 되면 ‘눈의 필터’는 주요 임상 교수만 감지한다. 어딘지 모르게 낯은 익은데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아 인사를 못 하고 지나친 중년 남성이 나를 가르친 기초의학 교수였음을 나중에야 깨닫고 놀라기도 한다.

의사과학자 육성 사업’이라는 심포지엄이 2월 4일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열렸다. 의사 역시 과학자라 생각했던 나에게 의사과학자라는 단어는 충격이었다. 의사 출신의 과학자인가? 의사인데 진료를 안 보나? 기초 의학의 다른 표현인가? 단어를 찾아서 정리했다.

 

의사과학자(MD-PhD) : 의사 면허가 있고, 박사(연구) 과정을 거친 사람.
의과 대학의 일반적 MD-PhD 과정 : 1) 6년의 의대 졸업 2) 의사 자격 취득 3) PhD 과정
의사과학자 복합과정 : 1)일반대 4년 졸업 후 의전원 입학2) 2(의전원) + 3(PhD과정) + 2(의전원)
MD(Medical Doctor) : 의사
PhD(Doctor of Philosophy) : 박사

자세한 내용은 여기

 

위 단어를 기억하면 다음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왜 해야 하는지?
 

임상과 연구의 갈림길에서 선택은 의사의 몫이자 권리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굳이 돈을 들이면서까지 한쪽으로 선택을 유도하는가?
 

강대희 의학전문대학원협회(이하 KMAC)이사장은 '의사 과학자 인재 양성의 중요성과 국가와 대학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개회사에서 “미래 성장 동력인 보건의료, 바이오 산업에는 중개연구의 강화, 융합연구의 활성화가 관건”이라며 “이것은 의사면서 과학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의사과학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이제까지의 의사과학자(MD-PhD) 지원 정책은 지원액수와 진로 선택의 제한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의사과학자만을 위한 의대 정원을 5~10% 추가해 줄 것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새누리당 박인숙 국회의원(전 울산의대 학장)은 강 이사장의 의견에 “한 번 늘어난 의대 정원은 의사과학자 지원자가 없어도 그 TO를 다시 줄이긴 힘들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게다가 의사과학자 TO로 들어온 학생은 중간에 진로 변경을 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박 의원은 "의사과학자가 기초의학과 병원의 두 영역에 걸치게 해서 불안함을 없애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럼 과연 어떤 형태의 지원으로 의과학자를 만들어 낼 것인가?
 

‘주제발표 세션’에서는 의학대학교(대학원)와 정부의 의사과학자 육성 지원방향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는 자리가 이어졌다.

 

송민호 충남대학교 KAMC 연구이사 : 1800만원 vs 4800만원, 경제적 지원 필요
 

병역특례, 임상 활동 지원 강조
 

세션의 첫 강연자인 송민호 KAMC 연구이사(충남대 의전원장)는 “우리나라보다 사정이 나은 미국에서도 의과학자들이 졸업 후 평균 17만 5000달러(약 2억원) 빚을 진다”며 “이번에 의사과학자 복합과정을 졸업한 충남대 의전원생 3명의 경우 첫해 연봉이 1800여만원으로 4800여만원의 인턴 연봉과 차이가 커서 경제적으로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송 대학원장은 ‘글로벌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병역특례 ▲전문의/분과전문의 제도 ▲박사학위 과정 중 임상활동지원 ▲병원 및 의과대학의 교수채용제도 등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주장했다.

복합과정 선정자 142명 중 61명만 졸업, 2013년부턴 신규 선발 중단
 

교육부 "예산 확보", 복지부 "R&D 투자"
 

교육부와 복지부의 관련자가 나와 예산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교육부 대표로 나온 유지환 대학학사제도과 과장은 지원규모 축소와 우수학생 지원 감소의 악순환을 설명하고 예산 확보 및 사업 추진 동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의사과학자 석,박사 80명과 *Post-doc 25명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약 4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ost-doc : 박사 학위 취득 후 연구원으로 남아서 연구를 계속하는 것, 자기를 발전시키고  더 나은 연구 결과를 내기 위한 단계

 

다음 연좌로 나온 배병준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들고 "교육부 주도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면서 "최고 수준의 보건산업 관련 기관들의 연합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공의 요건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이 사업이 차세대 성장 동력임을 인식하고 R&D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연좌인 박영민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의약학 단장은 "기초의과학센터(MRC)의 인력배출이 일반박사(PhD)가 의사과학자(MD-PhD)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고 지적하고 "의사과학자(MD-PhD)를 목표로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멘토링"이라고 주장했다.

 

외부의 따끔한 지적들
 

세션이 끝난 후 이어진 패널 토의는 외부 인사들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패널들은 대체로 관이 주도로 사업을 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병건 녹십자 홀딩스 대표는 관이 주도하는 지원사업의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며 의과대학과 벤처를 연결한 새로운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육태선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장은 미국의 의과학자들이 창업한 기업의 높은 가치를 언급하며 정보, 돈, 인간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경근 기초의과학 연구센터(MRC) 협의회 회장은 "현재 의사과학자 양성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고 다소 다른 의견을 피력하며, 배출된 의사과학자를 적절히 배치하려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그 방안으로 병원들끼리 네트워크를 통해 인력 수요 상황을 공유하고, 일정 비율 타 대학 출신 교수를 임용해야 하는 원칙에서 기초의학은 예외를 인정해주자고 제안했다.

 

지원, 지원, 지원

지속 가능한 지원이 가능한가??
 

차세대 국가성장동력에 고급 인력을 유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지원이 지속해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많은 졸업생이 기초의학이 아닌 임상 수련을 선택하는 것은 수련 시 월급이 많아서가 아니다. 수련의의 월급은 업무량에 비해 여전히 터무니없다. 그런데도 '무한 희생'을 마다치 않는 것은 수련 후의 모습이 기초의학보다 낫기 때문이다. 의사과학자가 사회적으로 실제 성공한 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의사과학자의 미래는 결코 현재보다 나아지진 않을 것이다.

 

패널 토의에 참여한 이영완 한국과학기자협회 부회장은 "이쪽 사업이 중요하고 의사들엔 똑똑한 사람이 많으니 이 중 일부는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게 해선 안 된다"면서 "좋은 일이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돈이 되고 살아남는 일이어서 하는 것이고, 의대와 병원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의사과학자 #기초의학 #MD-PhD #복합과정

김두환 기자 (dhkim@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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