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19일 아주대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주대병원 조재호 병원장, 이주영 의원, 임효섭 정보혁신실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이 아주대병원을 찾아 의료 인공지능(AI) 확산을 위한 수가·규제 개선과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시장성이 낮아 민간 주도의 기술 개발이 어려운 소아응급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AI 개발 지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의료AI 정책 간담회를 마친 뒤 권역외상센터를 방문해 AI 기반 중증외상 환자 이송∙진료 시스템도 살펴봤다.
19일 아주대병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임효섭 정보혁신실장(성형외과 교수)은 병원의 의료AI 도입 현황을 소개하고, 의료AI 확산을 위한 6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아주대병원은 현재 일반병동 342병상(전체 일반병상의 약 39%)에 웨어러블 생체신호 연속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흉부 X-ray 판독 보조, 심전도 분석, 욕창 관리 등 다양한 의료AI 기술을 진료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임 실장은 "중환자실에서는 연속 모니터링을 하지만 일반병동으로 나오면 하루 두세 번 활력징후를 재는 게 전부"라며 "그 사이 걱정스러운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생체신호를 수집해 AI가 이상 징후를 미리 예측하고, 간호 EMR과 1초 단위로 연동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AI 도입과 운영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이를 통한 진료 효율 개선은 건강보험 수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임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까지 추진해 온 굵직한 사업들은 사실상 국가 과제나 지원이 있어야 가능했다"며 "그렇지 않은 사업들은 수가체계로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외에는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19일 아주대병원에서 열린 의료AI 정책 간담회 모습.
아주대병원 6가지 정책 과제 제안..."소아응급 AI는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임 실장은 ▲일반병동 웨어러블 연속 모니터링 수가 마련 ▲AI 의료기기 평가∙수가 연계 기간 단축 ▲병원 내 GPU·보안 인프라 구축 지원 ▲가명정보 활용 및 의료데이터 연계 기준 명확화 ▲AI∙데이터 전담 인력 정원 인정과 인건비 지원 ▲소아응급 AI 개발 지원 등 6가지 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특히 의료AI 솔루션의 전자의무기록(EMR) 연동과 유지관리, 보안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의료와 AI를 함께 이해하는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데이터 보안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될 것 같다. 병원이 이를 다 방어하기엔 재정 부담이 너무 커 국가적으로 지원해 줘야 한다"며 "지금은 의사과학자가 아니라 의료와 AI를 함께 아는 '의사공학자'가 필요한데, 국내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소아응급 분야에 대한 별도의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소아는 성인과 생체신호 특성이 다르고 데이터 확보도 어려워 AI 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아와 관련된 분야는 앞으로 시장이 더 작아질 것이고, 법적인 문제도 커질 수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지역사회에서 소아환자를 진료할 병원은 분명히 필요하다.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AI가 이를 뒷받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영상 AI 기업을 운영하는 최진욱 정보혁신실 부실장(영상의학과 교수)도 "소아 뇌 CT를 대상으로 하는 AI 제품도 데이터를 구축하고 개발하려고 했지만 시장이 너무 작아 따로 판매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최 부실장은 "국내 뇌 CT 건수가 연간 200만 건 정도인데, 수가 1만8100원을 병원과 나눠 1만원을 받는다고 계산해도 200억원 시장이다. 200억원 시장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가장 큰 시장이라는 뇌 CT가 이런데, 조금만 희소한 분야로 가면 답이 안 나온다"라며 "소아응급처럼 환자 수는 적지만 반드시 필요한 분야는 수가체계가 아니더라도 외상센터에 투자하듯 정부가 직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주대병원이 제안한 소아 응급의료 AI 지원 방안(자료=아주대병원)
이주영 "디바이스 아닌 기능에 수가를"…"정부 움직이려면 충격적 데이터 필요"
이주영 의원도 의료AI 확산을 위해 기존 인허가, 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해외 의료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반면 국내는 각종 규제 등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모든 병원이 결국 AI에 투자하게 되는데, 성과를 내는 곳에 돈이 따라가지 않으면 다 안 된다. 늦어질수록 해외 유명 병원이 화상으로 진료를 열어 버리면 끝나는 시장"이라며 "싱가포르나 대만에서 영상만 보내면 실시간으로 판독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국내에서 하나하나 따질 수가 없다. 파리와 런던 사이에서 원격 시술까지 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문을 닫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 실장이 제안한 모니터링 수가 마련과 관련해서는 "스타트업이나 여러 회사들이 요구하고 있어 수가 기준을 마련하려 하는데, 원내에 더해 퇴원 직후 일정 기간까지 적용하려다 보니 수가를 너무 싸게 책정하려는 시도가 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그럴 바엔 수가를 받는 게 맞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은 AI 의료기기에 기능이 추가되거나 업데이트될 때마다 다시 승인을 받아야 하고 수가도 달라질 수 있다"며 "특정 디바이스가 아니라 기능 자체를 기준으로 수가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병원 경영이나 진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기도 혁신의료기기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지난해 8월 대표발의한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진료, 치료의 편의성을 현저히 개선한 의료기기도 혁신의료기기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미국은 기업의 기술 단위로 허가해 크리티컬하지 않은 업데이트는 기업이 책임지게 창구를 열어 뒀다. 복지부도 필요성은 다 알지만, 책임지고 결정할 사람이 없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소아응급실 의사 출신으로서 소아응급 분야 AI에 대해 "앞으로 소아외과, 소아응급을 하는 의사들이 없어지면 뇌 CT뿐 아니라 복부 CT도 볼 수가 없다"며 "소아청소년과에서 CT 수련이 잘 안 되는 것으로 아는데, 그런 점에서 소아 CT (판독 AI)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정책 변화를 끌어낼 방법으로는 '충격적인 데이터'를 꼽았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가 망가지는 지표만 보여주면 정부는 임기 안에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는 게 가장 편하다"며 "같은 기간 다른 나라의 기술 개발이 얼마나 빨라졌고 진료 효율이 금액으로 얼마나 좋아졌는지, 최근 영아·산모 사망률이 다시 오르는 그래프처럼 충격적인 데이터가 나와야 정부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아주대병원이 설계 중인 신관(약 1350병상)과 관련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스마트병원은 결국 사람과 물류의 동선이 맞아야 하는데, 설계 단계에서 막혀 계획의 30~40%를 못 한 병원도 있다"며 "1부터 10까지 다 넣기보다 끝까지 갈 세 가지에 집중하고, 외래·통원주사실은 벽체를 바꿀 수 있게 유연하게 설계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주영 의원이 19일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소생실을 방문해 의료진으로부터 중증외상 환자 진료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권역외상센터도 방문…"기술적∙입지적으로 중증외상·응급의료 중요 거점"
이 의원은 간담회 이후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를 방문해 AI 기반 중증외상 전주기 케어 시스템인 '에어넷(AIRNET) 프로젝트'의 개발 및 운영 현황을 살펴봤다.
에어넷은 사고 현장의 음성정보 분석부터 환자 이송 관제, 외상소생실 치료행위 인식∙기록, CT 영상 기반 중증도 분류까지 중증외상 환자의 이송∙진료 전 과정을 AI로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현재는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통화 내용을 AI가 분석해 사고 기전, 손상 부위, 활력징후, 처치 내용, 도착 예정 시간 등을 자동으로 추출하고 의료진에게 공유하는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외상소생실의 환자 처치 영상을 분석해 간호기록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정경원 권역외상센터장은 "구급대원과의 통화에서 필요한 정보를 AI가 추출해 의료진에게 보여주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는다"며 "현재는 외상 당직 의료진과 헬기팀, 소생실 등 5명 이상이 동시에 통화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소생실에서 촬영되는 영상의 경우 AI가 영상을 분석해 간호기록을 자동 생성하고, 이후 의료진이 기록의 정확성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여나가는 중"이라며 "중증외상 환자는 처치에 1시간이 걸리더라도 간호사들이 처치 내용을 다시 기록하고 정리하는 데는 두세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이같은 업무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센터장은 특히 "소생실 영상으로 의료행위를 인식·기록하는 작업은 환자 개인정보 문제로 진행이 상당히 어려웠다. 최근에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까지 가서 설명해 시범적으로 허용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주대병원은 올 연말 사업이 종료되면 병원 전 단계의 AI 음성인식 기술을 협업 기관인 보건복지부·중앙응급의료센터를 통해 다른 외상센터부터 우선 확산할 계획이다. 아울러 사업 종료 후에도 관련 기술의 고도화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병원 차원의 후속 추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구급대원이 파견 와 있어 경기도소방 상황실 시스템이 외상소생실로 들어왔다. 이전에는 구급대원이 환자를 본 뒤에야 연락이 왔지만, 지금은 신고 단계부터 알람이 떠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사업이 이어져야 하는데, 지난 정부에서 R&D 예산이 줄면서 많이 쪼그라들었다. 올해도 논의만 있다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대신 외상 시스템과 관련된 AI 융합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원 자체 투자와 외부 기업의 후원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관련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아주대병원은 기술적으로나 입지적으로 중증외상과 응급의료의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는 곳"이라며 "외상이나 스마트병원 분야에서 선도적인 모델을 만들면 아주대병원뿐 아니라 수원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병원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해당 지역에서 정치권이 힘을 실어주고 계속 언급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과기부는 R&D로, 교육 관련은 교육부 예산으로 끌어올 수 있고, 복지부는 말할 것도 없고 행안부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며 "병원 자체 투자나 기부도 좋지만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이 규모도 크고 빠른 만큼,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국회와도 함께 논의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아주대병원이 소재한 경기 수원정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 의원은 지난 2007년 아주대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 의원은 아주대병원을 둘러보며 "그때만 해도 종이 차트였다. 다음 날 외래를 준비하는데 차트 한 장이 없어지면 지하 의무기록실까지 찾으러 다니고 복도에서 울기도 했다"고 인턴 시절을 회고히기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