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10.28 06:57최종 업데이트 19.10.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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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환자 신포괄수가제, 약제·치료재료는 80%만 보상하고 중증 질병군 제대로 반영 안돼"

내과학회 차재명 교수, "평균 23.98% 정책가산 아니면 적자…적정수가 현실화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신포괄수가제도가 약제와 치료재료의 80%만 보상하고 있어 정책가산이 사라지면 사실상 적자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질병군별 특성을 제대로 분류하지 않아 경증 질환이 선호되고 중증 질환에서는 진료가 왜곡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경희의대 내과 차재명 교수는 26일 열린 제 70차 대한내과학회 추계학술대회 ‘내과계 신포괄지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발표했다.  

신포괄수가제란 입원에서 퇴원까지 발생하는 입원료, 처치료, 약값 등을 묶어서 미리 가격을 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과거 행위별 수가제는 과잉진료 우려가 있었고 비급여 관리의 한계가 노출됐다.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는 과소 진료에 따른 의료의 질 저하가 우려됐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는 신포괄수가제는 진료에 필요한 서비스는 포괄수가로 지불하고 진료비 차이를 유발하는 고가서비스와 시술 행위를 행위별수가로 보완하는 제도다. 진료의 효율성과 보장성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올해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68개기관이 참여하고 내년에는 99개 기관(공공기관 46개기관, 민간기관 53개 기관)이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2023년 신포괄수가제 적용 병상이 5만병상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약제와 치료재료 80%만 보상하고 정책가산으로 겨우 적자 모면  

신포괄수가는 포괄수가와 비포괄수가가 포함돼있다. 포괄수가는 기준수가에 환자 입원일에서 평균입원일을 제하고 일당수가를 곱해 산정하고 있다. 입원료, 검사료 투약주사료, 마취료 등은 포괄수가이며 수술 처치료, MRI 검사, 내시경 검사 등은 행위별 수가를 적용한다. 비포괄수가 중 행위에 대해서는 100%를 지불하지만 약제와 치료재료는 80%만 지급하고 있다. 

차재명 교수는 “신포괄수가는 비포괄 약제와 치료재료에서 80%만 보상되고 있다. 불필요한 의료서비스가 행위보다 더 쉽게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서비스 과다 방지 목적으로 80%만 보상한다”라며 “비포괄수가 항목에는 수술 및 시술, 검사 등 의료인의 행위, 항암제, 투석액, 정신과 특정약제, 제한 항생제 일부 등 약제와 치료재료 등이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차 교수는 “비포괄 의료는 포괄 의료와 임상적 용도가 달라 중복으로 사용되거나 서비스가 다른 것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낮다. 이에 따라 행위와 동일하게 100%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신포괄수가를 보정하기 위해 조정계수와 정책가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정책 가산 지표는 참여 6%, 효율 효과성 10%, 공공성 9%, 의료의 질 2%, 비급여 관리 3% 등으로 구성돼있다. 

차 교수는 “많은 의료기관들이 신포괄수가만을 적용하면 기존 행위별수가에 비해 수익이 마이너스이고 정책가산을 포함해야 플러스다. 여기에서 정책 참여의 동기부여가 되고 있지만 정책가산 수가 없이 신포괄수가 자체로 재정 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신포괄수가제도 시범사업은 내과계 8%, 외과계 13% 등 기준수가 대비 10%가 상향돼있다. 현재 정책가산 평균 비율은 23.9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 교수는 “정책가산비율이 현재 최대 30% 내외인 것을 2023년까지 25%까지 줄이고 기준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최근 신포괄협의체가 만들어져서 신포괄수가 자문단을 통해 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경로가 생겼다”라고 밝혔다. 

차 교수는 “특히 현재 고가약제의 비포괄 적용 기준은 주성분 단위 상한금액이 100만원을 초과한 약제 또는 약제 주성분 상한 금액이 질병군 기준수가의 2분의 1을 초과한 약제로 정하고 있다”라며 “의약품은 제품 단가 자체보다 총 투약비용을 고려해 비포괄 적용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질병군별 분류 중증도 차이 없어 진료 왜곡 우려 

신포괄수가제는 질병군별 분류를 바탕으로 지불수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질병군 분류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질병군별 분류가 정확하지 않아 의료자원 소모가 서로 다른 질환군이나 저빈도 질병군, 진료비 변이가 큰 내과계 질병군 등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차 교수는 “신포괄제도는 중증도 결정방식이 모호하고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원가가 반영되지 않았다. 분류에서 의사 비용이 분리되지 않았다”라며 “원가기반의 수가 산출이 아니었기 때문에 행위별수가의 원가보전 불균형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지불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여전히 수가에 비해 정책가산 비중이 큰 문제를 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소화기내과 염증성 장질환을 예를 들면 같은 크론병 환자라도 질병 경과가 매우 다양하다. 그만큼 진료비 변이가 크고 예측이 어렵다. 중증도, 합병증 동반 여부에 따라 의료자원 소모도 매우 달라 동일 수가로 통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차 교수는 “병원 입장에서는 같은 수가라면 경증 환자를 진료해야 수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중증 환자 진료 기피 가능성이 있다”라며 “질환별 변이가 더 크기 때문에 기관별 조정계수가 아니라 유형별 조정계수의 확대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포괄수가제는 행위별 수가제와 비교해 신의료기술 도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문제도 있다. 신의료기술에 대해 도입 초기 일정기간 비포괄항목으로 분류하고, 추후 주기적인 재평가를 통해 포괄·비포괄 항목을 결정하는 제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에서 높은 비율을 받을 수 없는 공공성 지표와 경영성과 지표의 이중 혜택을 받는 문제 해결의 필요성도 안고 있다. 

차 교수는 “보건복지부는 의료계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청취해야 한다. 의견 개진을 위한 통로를 보장하고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신포괄수가제의 추가지불, 수가조정, 별도 질병군 분리 등 적정 보상 방안과 명확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현재 적절한 포괄수가 책정 없이 정책가산 수가로 손실을 보상하고 있으며, 질병군별 중증도간 수가 차이가 없어서 진료가 왜곡될 우려가 있다”라며 “기준 병원을 확대하면서 원가 기반 적정수가를 설정하고 제대로 된 지불모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차 교수는 “다행히 의약계와 정부가 신포괄수가제에 대해 논의하고 건강보험공단은 적정수가 개발을 위해 원가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표준진료지침 우수사례를 공모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이 있다. 이를 통해 신포괄수가제가 행위별 수가제를 대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지불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강조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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